"가짜 석유 단속합니다" 업소에 사전 통보"…광주시 긴급 점검 헛발질
市, 첫날 점검 대상 모두 미리 알려
동행취재도 업체 허락 맡아야 가능
"보여주기식 행정 불시로 했어야"

광주시가 가짜석유와 정량 미달 판매를 잡겠다며 내세운 석유판매업 긴급 합동점검이 첫날부터 허점을 드러냈다. 단속의 핵심인 불시성을 살리기는커녕 점검 대상 업소에 점검 사실부터 먼저 알리면서 '보여주기식 행정'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10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시는 최근 '이란 사태'에 따른 국내 석유가격 변동성 확대를 이유로 이날부터 한국석유관리원 등과 함께 석유판매업 합동점검에 착수했다. 점검 대상은 일반대리점과 주유소 등 고위험군 석유판매업소다. 시는 가짜·품질 부적합 석유 판매와 정량 미달 판매 등 불법 유통 행위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했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정유사와 주유소의 담합, 매점매석, 사재기 등 석유제품 불법 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주문한 가운데 이번 점검은 전국적인 단속 강화 흐름과 맞물린 조치다.
하지만 첫날 집행 방식은 시가 내세운 '강력 단속'과는 거리가 있었다. 광주시는 이날 일반대리점 4곳을 점검하면서 해당 업소 모두에 점검 사실을 알렸다. 세금계산서와 관련 서류를 미리 준비해야 점검이 원활하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여기에 현장 동행 취재 요청도 점검 대상 업소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광주시 설명은 절반만 맞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규칙은 출입·검사의 경우 원칙적으로 사전 통지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가짜석유 관련 행위나 정량 미달 판매 등 법이 금지한 행위에 대한 검사라면 검사 시작과 동시에 서면 또는 구두로 통지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불시점검도 가능한 사안인데도 광주시는 굳이 통보 방식 점검을 택한 셈이다.
결국 이번 조치는 불법 유통 적발을 위한 단속이라기보다 형식적인 확인성 점검에 가까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소비자 피해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현장 적발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이 우선돼야 하는데 점검 사실을 먼저 알리고 현장 공개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단속의 핵심인 불시성과 투명성을 스스로 약화시킨 것이라는 지적이다.
시민 김모(39)씨는 "가짜석유나 정량 미달 판매를 적발하겠다고 하면서 점검 사실을 먼저 알리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 정도면 단속이라기보다 형식적인 점검에 가깝다"고 말했다.
박재만 참여자치21 공동대표도 "석유 유통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정책이라면 시민들에게 단속 실태를 알리고 경각심을 높이는 것도 행정의 역할"이라며 "점검 대상을 미리 정해 통보하는 방식보다 긴급점검 취지에 맞는 제대로 된 불시점검이 이뤄졌어야 했다. 보여주기식이 아닌 실효성 있는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 에너지관리팀 관계자는 "당일 통보만으로 가짜석유 제조·유통이나 품질 검사 조작, 정량 미달 판매, 부당 부피 증가, 가격 표시 위반 등 불법 행위를 사전에 정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점검 대상 업소가 민간 사업장이다 보니 현장 취재 역시 협의가 필요했다. 이번 점검은 사실상 불시점검에 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건우 기자 pgw@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