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연 1만건 쏟아진다…헌재 “큰 책임감, ‘4심제’ 부작용 발생 않도록 대비”[세상&]

양근혁 2026. 3. 10.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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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10일 기자간담회
“재판소원, 원칙적으로 모든 확정 판결이 대상”
“재판 다시 하는 곳이 어딘지는 법원 사무 분담에 맡겨야”
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별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판소원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제 도입과 관련해 “이른바 ‘4심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고 있다”며 “법원과 헌재의 효율적인 사법기능 배분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10일 밝혔다.

손인혁 헌재 사무처장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별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판소원 제도 도입 취지와 준비 상황 등을 설명했다.

손 처장은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예정대로 공포·시행된다면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즉 재판소원이 가능해지고, 이는 단순히 헌법재판의 내용이 달라지는 차원을 넘어 국민의 기본 보장의 범위의 실질적인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재판부를 비롯한 헌재 구성원들은 이번 제도 개선에 담긴 국민의 기대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아울러 큰 책임감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헌법소원 제도는 공권력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입법, 행정, 사법 등 국가권력이 헌법의 궤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재판소원이 금지돼 국민의 일상생활에 가장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법원 재판에 대해서는 감시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고, 이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전에 법원의 재판을 거쳐야 하는 행정부의 작용까지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손 처장은 “제도 도입 과정에서 제기되는 일부 정책상의 문제점들을 잘 알고 있다”며 “이른바 ‘4심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헌법재판 연구원을 중심으로 외국의 판례와 실무 경험을 충실히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판소원의 대상인 법원과의 긴밀한 업무 협조, 협력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법원과 헌재간의 효율적인 사법 기능 배분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재판소원은 법원 판결에 대해 헌재가 위헌 여부를 심사하는 헌법소원 제도다. 그동안 헌재법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개정 헌재법에는 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이 ▷헌법·법률을 위반했거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헌재 결정에 반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을 경우, 소송 당사자가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청구 기간은 재판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다.

헌재는 조만간 본격적으로 심사하게 될 재판소원이 헌법소원의 한 종류인 만큼 사건번호로 ‘헌마’ 기호를 부여하고, 접수 사건의 사건명은 ‘재판취소’로 규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기존 헌법소원과는 별개의 배당 체계를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경력 15년차 이상의 헌법연구관 8명이 참여하는 전담 사전심사부 구성도 완료됐다. 아울러 지성수 헌재 사무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10명 규모의 행정준비단을 발족해 재판소원 제도 운용에 대비한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헌재는 재판소원 도입에 따라 다뤄야 할 사건이 폭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산 당국과 인력 증원 및 예산 확대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재판소원 도입 후 연간 1만~1만5000건의 사건이 새로 들어올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확정된 재판 관련 자료 확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유관기관과의 협조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손 처장은 “헌재법 32조에 따라 심리에 필요한 기록 사본 등을 법원과 검찰에 요청할 수 있다”며 “검찰과는 기소유예 처분 사건 등에서 업무 협조가 이뤄지고 있었던 만큼 재판소원 사건에서도 업무 협조가 원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소원 사건에서도 법원, 검찰과 지속적으로 논의해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헌법소원은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만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충성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법조계에선 헌재가 ‘대법원 확정 판결’을 중심으로 심사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다른 구제 절차를 거치는 것이 당사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거나 무의미한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각 사건마다 개별적인 판단을 통해 ‘하급심 확정 판결’도 심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손 처장은 “원칙적으로 모든 확정 판결이 대상”이라고 밝혔다. 다만 재판소원 청구를 위해 일부러 항소나 상고를 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선 “심급제도를 통해 권리 구제가 가능하다면 각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 처장은 ‘헌재에서 취소된 재판이 어느 법원에서 다시 심리돼야 하는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선 “재판이 취소되면 그 심급 단계로 사건이 돌아가게 된다”며 “재판을 다시 해야 할 법원이 어딘지의 문제는 법원 내부 사무 분담에 맡겨야 할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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