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윤’ 결의에도 냉담한 여론… 고개드는 장동혁 2선 후퇴론
자진 사퇴·조기 선대위 전환 목소리
박상철 이사장 “비대위 체제로”

국민의힘이 9일 ‘윤 어게인 반대’ 결의문을 채택했지만 여론은 냉담하다.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압도적이다. 장동혁 대표의 어정쩡한 입장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지방선거를 위해서라도 조기에 선대위 체제 중심으로 전환하고 장 대표가 2선으로 물러서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장 대표가 수차례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거부 의사를 밝혔던 만큼 보여주기식 이벤트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쇼’라고 맹공을 퍼부었고, 제명을 당한 한동훈 전 대표도 “당권파가 숙청정치, 제명정치를 정상화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결의문을 ‘면피용’이라고밖에 보시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 대표는 전날 당의 진로를 놓고 소속 의원들 전원이 참석한 긴급 의원총회에 등장했다. 다만, 억지로 끌려나온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장 대표는 송언석 원내대표와 이날 결의문을 사전에 조율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장 대표는 의총에서 별도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 결의문 낭독도 하지 않았다. 장 대표는 이에 대해 “의원들의 의견을 충실하게 들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당에서 탈당했음에도 지난달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 ‘무기징역’ 선고 후 윤 전 대통령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늬앙스를 풍겼다. 이후 커지는 파열음에도 애매모호한 입장으로 일관하며 절윤 거부 의사를 고수했다. 당내 비당권파인 친한(한동훈)계와 개혁파인 ‘대안과 미래’ 소속 의원 외 중진들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나섰지만, 그의 독단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런 그가 표면적으로 하루 아침에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자 정치권에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당내 유력주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 지도부 노선 전환 전에는 6·3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치면서 긴급의총이 열린 점도 영향이 있다. 오 시장은 대구·경북(TK) 지역 외에는 지방선거에서 승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대 격전지인 서울시장에 민주당이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 후보를 앞세우는 가운데 맞수할 중량급마저 내밀지 못한다는 점이 지도부에서 위기감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소한의 선거 발판”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김용태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만시지탄이지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릴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친한계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서 “옳은 방향으로 계속해서 나아가는 걸 보여드리면 국민께서 언젠간 다시 힘을 실어주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일단 당내 반응은 대부분 우호적이다. 현재의 논란을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는 반응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의문 발표가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고는 볼 수 없다.
당장 한 전 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당연히 갔어야 할 방향인데 너무 늦었다”며 “결의문이 무엇을 반대하겠다는 것인지 오해받기 좋게 적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당분간 수감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데 어떻게 정치적으로 복귀하겠느냐. 이미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결의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정치 복귀 반대’를 명시한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당 일각에서는 ‘조기 선대위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날 긴급의총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이런 의견을 냈다고 전해진다.
장 대표 취임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은 이재명 정부 이후 최저치에 근접했다. 민주당과는 너무 큰 차이로 벌어져서 지방선거를 제대로 치르기 힘든 상황으로 보고 있다. 이참에 조기 선대위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총 자리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지선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장 대표 체제를 조기에 막내리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장 대표가 극우에 매몰됐다는 이미지가 강한 만큼 ‘간판’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 대표로서 지선 승리를 위해 과감하게 절윤을 했다는 점을 행동으로 보이며, 통합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박상철 미국헌법학회 이사장(전 입법조사처장)은 “장동혁 퇴진 후 비대위로 빠르게 체제 정비하는 시나리오로가 가장 좋을 것”이라며 “선거 앞두고 각자도생할 경우 당 균열과 분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장동혁 지도부를 전부 인적쇄신해 빠르게 신뢰 회복할 때”라며 “장 대표가 스스로 내려놓거나, 절윤 논란이 없는 비대위 체제로 빠르게 전환해야 결의문 채택이 진정성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원 기자 sone@dt.co.kr, 윤상호 기자 sangh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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