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 위기국’ 바누아투, 트럼프 훼방 맞서 UN 기후결의안 추진

박기용 기자 2026. 3. 1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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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그야말로 국토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태평양의 섬나라 바누아투가 미국 트럼프 정부의 갖은 방해에도 유엔의 기후 결의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미국 정부는 자국 대사관과 영사관에 보낸 지침에서도 "이번 결의안은 기후변화를 세계 최대의 위협으로 과장하고 있다. 구속력은 없지만, 미국 산업에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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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19일 바누아투 멜레(Mele)의 한 해변에서 아이들이 뿌리째 뽑힌 나무에 매달려 놀고 있다. 이 해변은 한때 초목이 무성했으나, 현재는 폭풍과 해안 침식 등으로 대부분 소실된 상태다. AP/연합뉴스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그야말로 국토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태평양의 섬나라 바누아투가 미국 트럼프 정부의 갖은 방해에도 유엔의 기후 결의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매체 가디언의 지난 5일 보도를 보면, 바누아투가 추진 중인 결의안은 지난해 국제사법재판소(ICJ)의 판단을 전 세계가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ICJ는 지난해 7월 “기후위기 대응은 모든 국가의 의무”이며 “의무 위반국이 피해국에 원상회복과 보상, 완전한 배상을 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진다”는 내용의 ‘권고적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모든 유엔 소속국에 적용되는 것으로, 이로 인해 기후변화 피해국이 가해국에 국가 간 소송을 제기해 배상받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정부는 기후 정책은 개별 국가의 주권 사항이라며 계속해서 바누아투의 결의안 추진을 방해해왔다. 지난달 미국 정부는 자국 대사관과 영사관에 보낸 지침에서도 “이번 결의안은 기후변화를 세계 최대의 위협으로 과장하고 있다. 구속력은 없지만, 미국 산업에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바누아투를 비롯한 태평양 도서국들은 초안의 내용 일부가 빠졌음에도 결의안이 이달 말 유엔에서 표결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미국의 방해로 결의안은 기후위기로 인한 ‘손실과 피해’ 기록부를 제출할 것을 각국에 요구하는 조항이 삭제되는 등 내용 상당 부분이 수정됐다. 랠프 레겐바누 바누아투 기후변화적응부 장관은 “트럼프 정부가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를 막기 위해 개입하는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의 범위를 벗어난 행동”이라며 “전 세계와 미래 세대에 막대하고 해로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기후정치 전문가 노아 고든은 이 결의안이 “향후 세계가 기후위기에 대해 더 진지한 조처를 할 때를 대비해 법적 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한 시발점이자 실효성을 갖춘 국제 기후법의 토대로 평가하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는 기후외교를 파괴하려 시도하지만, 다른 국가들은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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