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가동' TSMC가 이끈 4만弗 고지 … 소비까지 끌어올렸다
여의도 5배 '대만의 실리콘밸리'
TSMC 등 근로자 수만 16만명
AI 특수에 자정에도 작업 한창
주변 상인 "상권 갈수록 커져"
대만 정부, 반도체 전폭적 지원
2040년까지 700조원 투입 계획

지난 9일 오후 7시. 신주시에 있는 진샨지에(金山街)는 그야말로 불야성이었다. 신주과학단지에서 근무를 마친 엔지니어들의 퇴근 행렬에 골목골목은 자동차와 오토바이로 붐볐다. 도로 양 끝은 줄 맞춰 세워진 오토바이들로 순식간에 주차장으로 바뀌었고, 오토바이에서 내린 사람들은 주변 식당과 마트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현지에서 왜 이곳을 '엔지니어촌(村)'으로 부르는지 짐작이 됐다. 진샨지에에서 10년 가까이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천 모씨는 이러한 풍경에 대해 "낮보다 저녁에 손님이 몰리는 편"이라며 "유동인구가 늘고 있어 일대 상권도 커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여의도 면적의 약 5배 크기인 신주과학단지는 대만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그 중심에는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자리 잡고 있다. TSMC는 이 단지에서만 본사를 포함해 약 8개의 공장과 연구개발(R&D)센터를 운영 중이다. 직원 수는 3만5000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TSMC뿐만 아니라 대만 최초 반도체 업체이자 세계적인 파운드리 기업 UMC, 글로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 기업 미디어텍,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서버를 만드는 세계 최대 클라우드서버 기업 위스트론 등이 있다. 이 지역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 수만 무려 16만명에 달한다.
최근 신주과학단지는 AI 특수를 누리고 있다. TSMC는 24시간 생산체제를 가동하며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할 정도다. 실제 지난 9일 퇴근 시간 이후에 찾아간 TSMC 공장들은 하나같이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자정이 다 돼가자 일부 층이 소등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여러 층에서 야근이 한창이었다. 신주과학단지를 찾는 외국인도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대만의 위상이 높아지며 미국, 유럽, 한국, 일본 등 국적을 가리지 않고 업계 관계자, 연구원 등이 출장을 오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신주시 주요 상권들도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3시쯤 방문한 신주시 최대 쇼핑몰 '빅시티'는 여느 쇼핑몰과 분위기가 달랐다. 가장 한산한 시간대임에도 화장품·의류 매장부터 식당가까지 적잖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빅시티 내 한 식당에서 일하는 판 모씨는 "주변 가게 대부분이 장사가 잘되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같은 날 저녁에 찾아간 신주기차역 앞 번화가 역시 가게마다 뿜어내는 불빛이 가득했다.
신주과학단지는 호황을 누리는 대만 경제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대만 경제를 견인하는 반도체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생산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는 높아진 구매력을 보유한 소비자들이 빈 시간 없이 불 밝힌 쇼핑몰 등에서 소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강력한 생산과 소비가 쌍끌이로 경제를 끌어가는 셈이다.
특히 신주과학단지는 대만 경제를 끌고 있는 반도체의 중심지로 통한다. 지난해 대만 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약 35% 늘어난 6407억달러(약 940조원)를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70% 이상이 반도체 관련 수출 품목이다.
대만 재정부에 따르면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탑재된 AI 서버 등 정보통신 및 영상제품은 지난해 전년보다 89.5% 증가한 2512억달러(약 368조원)로 품목별 수출 순위 1위를 차지했다. 반도체 등 전자제품 부품은 같은 기간 25.8% 늘어난 2229억달러(약 326조원)로 2위에 올랐다.
대만 반도체 수출 호조에는 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과감한 정책이 있다. 일례로 지난해 7월 대만 행정원은 2040년까지 15조대만달러(약 692조원) 이상의 경제 가치 창출을 위한 '10대 AI 인프라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대만을 반도체 제조기지를 넘어 세계적인 'AI 아일랜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만 정부는 AI 혁신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1000억대만달러(약 4조6000억원) 이상의 벤처캐피털 자금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AI 인재와 투자 유치의 글로벌 허브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신주(대만) 송광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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