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 기상청장 "AI시대, 데이터 공개…기후위기시대, 국민 지키는 기술 확보"

이병구 기자 2026. 3. 1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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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기상청 서울청사에서 이미선 기상청장이 발언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올해 하반기부터 그동안 예보관만 볼 수 있게끔 돼 있던 일기도 자료 등 더 많은 정보를 있는 그대로 공개할 겁니다. 국가 예산으로 과학자들이 만든 건데 활용을 많이 해야죠."

지난달 말 기상청 서울청사에서 만난 이미선 기상청장은 데이터의 공개 및 활용 확대를 강조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AI) 학습에 쓰일 고품질 데이터 확보가 핵심으로 자리 잡는 가운데 기상기후 데이터 공유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기상청이 생산한 다양한 데이터를 온라인에서 요청하는 작업인 'API 호출' 횟수는 지난해 약 50억회에 달한다. 정부 부처 중에는 최상위권이다. 이 청장은 "기후변화로 기상 관측 자료가 AI 시대에 매우 중요해졌다"며 "플랫폼은 이미 잘 갖춰져 있고 산업계, 학계, 공공포털 등에서 가져가 사용하시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기상청이 그동안 기상청 출입 기자들만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정례 예보 브리핑을 국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하기 시작한 것도 이같은 데이터 공유 확대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8월 역대 첫 여성 기상청장으로 임명된 이 청장은 1992년부터 34년간 기상청 내에서 수치모델 개발, 예보총괄관, 지진화산국장, 기후과학국장, 지방청장 등 다양한 업무를 두루 경험한 베테랑으로 평가받다. 

이 청장은 최근 주목받는 AI 기상예보 기술에 대해 "AI가 기존 예보방식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며 "해외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AI는 과거 관측자료와 수치예보모델 자료를 기반으로 학습한다. 기후변화로 극값을 경신하는 이상기상 현상은 AI의 예측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치예보모델이나 예보관의 보조수단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청장은 "다만 AI의 자료처리 속도가 매우 빠르고 효율적이어서 과거 학습을 통한 6시간 이내 초단기 예측, 단·중기 수치예보모델의 통계적 편향 보정, 위험기상 발생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 검토 등을 통해 예보관 의사결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올해 개발완료 목표인 차세대 한국형수치예보모델에 AI 기술을 접목·융합하기 위한 신규 연구개발사업을 2027년부터 추진한다. 또 한국 기상기후 특성을 학습해 초단기예보부터 계절전망까지 적용할 수 있는 '한국형 AI 기상기후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도 착수한다.

올해 기상청은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기상에 대응하기 위해 특보 체계를 손본다. 특히 여름철 폭염과 호우 특보 체계를 세분화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주의보, 경보로 이어지는 폭염특보에 폭염중대경보를 추가하고 야간 더위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열대야주의보를 신설한다.

이 청장은 "기후위기 시대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기후적응을 위해서는 특보의 종류나 단계도 변화해야 한다"며 "폭염이 단순한 더위가 아닌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이라는 사실이 더 명확해지고 있으므로 폭염에 대한 경각심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폭염의 장기화, 일상화 등 변화 양상을 고려해 대응 체계를 세밀화하려면 수십년 전 만들어진 기존 폭염특보 체계 개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이다.

현재 열대야는 예보가 아닌 통계 영역에 있다. 지난밤 열대야가 발생한 사실을 알리는 방식이다. 열대야 주의보가 내려지면 냉방 전력 수급을 관련 부처에서 미리 대응할 수 있고 지방 노인 폭염 쉼터의 연장 운영 등 실질적인 적응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청장은 "현행 호우 긴급재난문자의 상위단계를 신설해 시간당 100mm 이상에 준하는 극단적인 호우 상황을 즉각 알려 국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 및 지자체와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위성과 해양기상기지, 대형 관측선 등 굵직한 인프라 구축에도 박차를 가한다.

한국의 세 번째 정지궤도 기상위성인 천리안위성 5호는 국내 정지궤도 위성 최초로 민간 기업이 주관해 개발하는 대형 국책 사업으로 7년간 6668억원이 투입된다. 지난해 세부 체계 개발기관 선정이 마무리됐고 올해 시제품 제작을 통해 설계를 검증한다. 2027년 설계를 마무리하고 2028년부터 2030년까지 위성체 총조립과 시험을 거쳐 2031년 발사하는 것이 목표다.

이 청장은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해양 기상관측이 매우 중요하고 특히 관측자료가 부족한 먼 바다의 해양기상정보 수집이 절실하다"며 새로운 기상관측선 도입과 제4 해양기상기지 건설 추진 배경을 밝혔다.

2034년 건조 완료가 목표인 총 1200억원 규모 3500톤급 기상관측선 '기상2호'를 도입하면 위험기상을 선제 관측하고 원근해 해양기상관측자료를 원활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운영중인 기상관측선은 2011년 도입된 500톤급 '기상1호' 한 척뿐이다. 크기가 작아 풍랑에 민감해 출항과 관측에 제약이 있고 한 척으로 세 해역을 동시에 관측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임무 수행에도 한계가 있다.

이 청장은 "해저 지진계 설치 임무 등 현재 기상1호를 끊임없이 돌아다니게 하면서 혹사시키고 있다"며 "내구 수명이 10년 정도 남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3500톤급 관측선은 바다 상태가 조금 안 좋아도 임무를 수행하고 레이더 등 추가 관측 장비를 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에서 진행한 대형 기상관측선 기획연구결과에 따르면 3500톤급 관측선은 풍랑경보 시에도 출항이 가능하고 파고 4~6m 악천후에도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항해기간도 약 25일인 기상1호의 2배가 넘는 60일 이상으로 늘어나며 기상레이더, 연직바람관측장비 등 주요 관측장비를 추가로 설치할 수 있다.

2030년 준공이 목표인 제4 해양기상기지는 2025년 전남 신안군 가거도에 설치부지 확보를 위해 지자체와 협의가 진행 중이다. 

이 청장은 '유연함'을 강조하며 기상청 조직문화 개선 방향도 제시했다. 또 지역마다 다른 재난 특성을 고려해 특보구역 상세화, 해제 권한 강화, 해제 예보제 등 현장의 판단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청장은 "재난 상황에서 정보 생산부터 전달, 판단과 대응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기 위해 본부와 지방, 연구와 현장이 같은 목표를 바라보도록 방향성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청장과의 일문일답.

Q. 최근 일본을 중심으로 지진 피해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지진 대비는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일본 서쪽해역이나 규슈, 난카이 해곡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해일과 진동이 한국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지진해일 피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영향을 미리 수치로 모의해 시나리오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경보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안에 국외지진 조기경보 가능 영역을 일본 규슈 지역에서 일본 난카이 해곡까지 확대해 대응을 강화할 계획이다. 먼 거리까지 강하게 전달돼 고층 건물이나 구조물에 큰 흔들림과 피해를 주는 장주기 지진동 영향에 대한 분석과 예측기술 개발도 추진한다."

Q. 올해 타 부처나 기관과의 주요 협력 계획을 소개한다면.

"폭염특보체계와 호우 긴급재난문자 개선을 위해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방재 관계기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계기관이 폭염 예방·대비·대응체계를 점검하고 국민 행동 요령이 개선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

지진 분야에서 국민 누구에게나 신속한 지진정보 전달을 위해 학교 및 기초지자체 등 재난관리기관과의 직접 연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기초지자체와의 연계율 100% 완료가 목표다.

바람, 일사와 같은 기상자료는 풍력·태양광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 재생에너지 입지 선정을 지원하기 위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협력해 과거 바람을 재현한 분석 정보와 일사량 자원지도를 2월부터 제공하기 시작했다.

전력 생산과 관리를 담당하는 한국전력공사, 전력거래소와도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올해 하반기에는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의 일사량·바람 예측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Q. 기후변화가 심화되면서 기상청의 역할도 그만큼 확대되고 있다. 새로 추진하는 국가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 마련을 통해 예상되는 효과는 무엇인가.

"기상청은 기후위기 감시예측의 총괄 지원기관으로 개별기관에서 생산한 다양한 기후변화 시나리오들을 통합해 국가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를 생산한다. 그동안 기관마다 사용하는 기후 시나리오가 서로 달라 신뢰도 문제가 있었다.

표준 시나리오는 객관성과 신뢰도를 바탕으로, 정부·지자체의 일관성 있는 정책 수립을 지원한다. 물·식량 등 분야별 기후위기 대응 정책 수립과 사회기반시설의 설계기준을 마련하는 등 국가 전반의 기후변화 대응 역량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국가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를 적시에 산출하려면 다수의 승인받은 시나리오 자료가 필수적이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기후변화 시나리오 협의체에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 참여 대상을 10개에서 16개로 확대 개편해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표준 시나리오를 꼭 반영할 수 있도록 협업 체계를 강화하겠다."

Q. 33년간의 실무 경험이 청장직을 수행할 때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움이 된다고 보나. 

"33년간 여러 보직을 거치면서 보낸 모든 시간이 소중하다. 기상청은 기술에 기반을 둔 조직이다. 사무관, 과장 시절 수치모델 개발과 정보화업무를 통해 AI를 포함한 기술개발 안목을 길렀고 총괄예보관 경험은 예보와 특보가 국민의 일상과 안전에 미치는 파급력과 그에 따른 책임감, 고통의 무게를 고스란히 느낀 시간이었다.

경주, 포항 강진이 발생해 국민적 불안이 컸던 시절 지진화산국장을 맡아 기상청이 직접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는 대응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금의 호우·대설 등 긴급재난문자 시스템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기후과학국장으로서는 '기후·기후변화 감시 및 예측 등에 관한 법률' 제정 대응 등을 맡으면서 기상청이 기후위기 시대의 파수꾼,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기 위한 법적 제도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지방청장 재임 시절 지방 현장의 경험도 큰 자산이 되고 있다."

Q. 오랜 시간 기상청에 몸담으며 추진하고 싶었던 조직문화 개선 방향이 있다면.

"정책이 국민 체감 성과로 이어지려면 일하는 조직이 유연해야 한다. 지방청 구분없이 전 간부들이 주요 현안을 공유하는 실시간 소통하는 채널을 유지하고 의사결정권자들의 의견 직접 전달체계와 정보 공유 문화를 중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기상청은 현재 본부가 대전과 서울로 이원화돼 있고 지방에 위치한 조직이 많다. 형식을 갖춘 보고를 위한 출장 대신 자료 사전공유 및 검토, 전화나 영상회의로 대체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할 수 있는 현안 토론회를 정례화해 현장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하고 있다. 세대별 의견까지 폭넓게 수렴할 수 있는 소통체계로 확대하려고 한다.

칭찬이 많은 조직이 되면 좋겠다. 탁월한 성과를 낸 직원에게 보상하고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며 꾸준히 성장하는 직원들도 놓치지 않고 칭찬하는 문화가 자리 잡도록 리더십을 발휘하겠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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