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 '한화오션 주가 상승'에 1조7000억원 베팅

최유빈 기자 2026. 3. 1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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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수익스왑(PRS), 선제 현금 확보로 '신사업 투자' 실탄 마련
한화시스템이 한화오션 지분 4.54%를 주가수익스왑(PRS) 방식으로 처분하며 대규모 투자 재원 마련에 나섰다. 사진은 한화시스템의 정찰용 무인수상정해령(Sea Ghost). /사진=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이 보유 중인 한화오션 지분 일부를 주가수익스왑(PRS·Price Return Swap) 방식으로 처분하며 약 1조7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한다. 지분을 넘기면서도 향후 주가 상승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일정 부분 유지하는 구조로 한화오션에 대한 그룹 지배력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재무 전략으로 풀이된다.

10일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보유한 한화오션 주식 1392만3011주(지분율 4.54%)를 증권사 특수목적법인(SPC)에 PRS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처분 예정일은 다음달 6일이다. PRS는 기초자산을 매각하는 대신 해당 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른 손익을 계약 당사자 간에 정산하는 파생거래 구조다. 이번 계약의 기준가는 주당 12만2100원으로 책정됐다.

이번 거래의 핵심은 한화시스템이 지분을 넘기면서도 향후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을 일정 부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PRS 계약 구조에 따라 1년 뒤 정산 시점에 한화오션 주가가 기준가인 12만2100원을 웃돌 경우 한화시스템은 그 차액만큼을 현금으로 돌려받는다. 반대로 주가가 기준가를 밑돌 경우에는 하락분에 대해 일정 부분 정산 부담을 지게 된다.

한화시스템이 연 5.1% 수준의 수수료를 부담하면서도 PRS 방식을 택한 것은 대규모 현금을 확보하면서도 한화오션의 주가 상승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최근 한화오션이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으로 수주 구조를 재편하며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고, 글로벌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확대 등 중장기 성장 기대도 커 현재 주가가 기업 가치 대비 낮게 평가돼 있다는 판단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주가 하락 시에는 정산 과정에서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단순 지분 매각과 달리 파생거래에 따른 손익 정산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PRS를 선택한 것은 현금 확보와 주가 상승 수익 유지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지분을 처분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할인과 주가 하락 압력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회계적으로 이번 거래는 '담보부 차입거래'로 인식된다. 이에 따라 자산 총계에는 큰 변동이 없지만 부채가 증가하는 구조다. 한화시스템의 부채비율은 기존 97.0%에서 이번 거래 이후 131.9%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회사 측은 장부상 지표 변화보다 실제 현금 가용성을 확보해 재무적 유연성을 높이는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그룹의 한화오션 지배력에는 변화가 없다는 평가다. 이번 4.54% 지분 처분 이후에도 한화시스템이 보유한 한화오션 잔여 지분은 7.03% 수준이다. PRS 계약 구조상 의결권은 주식을 보유한 SPC가 갖게 되지만 통상 계약을 통해 기존 주주의 의사가 반영되거나 우호적인 방향으로 행사되는 방식으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 한화시스템은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면서 자본시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이번 거래로 확보한 약 1조7000억원 규모의 자금은 한화시스템이 추진 중인 글로벌 방산·조선 사업 확대의 재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한화시스템은 최근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를 완료했으며 호주의 방산·조선 기업 오스탈(Austal) 지분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글로벌 M&A 과정에서 발생한 인수금융 상환과 추가 지분 확보 등을 감안하면 상당한 자금 수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특히 북미 시장을 겨냥한 함정 MRO 사업 확대 역시 초기 투자 규모가 큰 분야로 꼽힌다.

회사 관계자는 "블록딜은 매각 물량을 한번의 대량 거래로 끝내는 반면 PRS는 계약기간(1년) 동안 주가의 흐름을 보고 분할 매도가 가능해 시장의 매도 충격을 분산시킬 수 있다"며 "투자금 활용처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지만 향후 미국 조선 관련 투자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유빈 기자 kern@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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