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이세돌·AI 10년 만의 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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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서울 포시즌스 호텔.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마주 앉았던 이세돌 9단은 사투 끝에 1승4패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자신이 만든 AI와의 대국이 시작된 지 10분, 61수 만에 이세돌은 패배를 선언했다.
이세돌 역시 "AI는 경쟁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창의성을 돕는 도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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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서울 포시즌스 호텔. 그곳은 인류가 '거대한 무력감'에 휩싸인 역사적 현장이었다.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마주 앉았던 이세돌 9단은 사투 끝에 1승4패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바둑이 기계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영역이라는 믿음은 산산이 깨졌다. 그는 "인간이 패배한 것이 아니라 이세돌이 패배한 것"이라며 모든 짐을 짊어졌으나, 호모사피엔스 전체가 느낀 경악과 두려움은 감출 수 없었다. 그때 우리는 AI를 인간의 고유 영역인 '직관'과 '지능'을 침범한 존재, 혹은 일자리를 앗아갈 공포의 대상으로 바라봤다.
10년이 흐른 2026년 3월, 이세돌은 다시 같은 장소에 섰다. 그러나 이번엔 바둑판을 사이에 둔 처절한 승부사가 아니었다. 그는 AI 에이전트와 대화하며 단 30분 만에 AI 바둑기사를 뚝딱 만들어내는 '협업자'의 모습이었다. 자신이 만든 AI와의 대국이 시작된 지 10분, 61수 만에 이세돌은 패배를 선언했다. "사람이 이길 수 있는 실력을 넘어섰다"고 인정하는 그의 얼굴에서 10년 전 절망은 찾아볼 수 없었다.
10년 새 AI의 진화는 상상을 뛰어넘었다. 당시 알파고는 바둑이라는 특정 분야에 특화된 AI였다. 반면 지금의 AI 에이전트는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스스로 코딩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범용 지능'으로 거듭났다.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인간의 시선이다. 10년 전 우리는 AI에 패배하는 순간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이제는 AI를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파트너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세돌 역시 "AI는 경쟁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창의성을 돕는 도구"라고 했다.
물론 AI가 장밋빛 미래만을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시장의 구조는 격변하고 있고, 기술 활용 능력에 따른 사회적 격차라는 숙제도 안고 있다. 그럼에도 인간과 AI의 관계가 '대결'에서 '협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10년 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당시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누가 이기든 인류의 승리"라고 말했다. 그때는 다소 공허하게 들렸던 그 말의 의미가 이제야 실감 난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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