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곧 끝난다"며 출구 찾는 트럼프 속내는... 유가·탄약에 장기전 부담

권경성 2026. 3. 1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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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대(對)이란 전쟁에서 조만간 발을 뺄 가능성이 대두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승리에 의한 종전(終戰)이 임박했음을 주장하고 나서면서다.

실제로 9일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던 국제 유가는 이란 전쟁이 다 끝났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이 전해진 뒤 진정되기 시작해 배럴당 80달러대로 복귀했다.

그러나 본인 발언 후 유가가 하락하고 주가가 상승한 채 장이 마감하자 급한 불을 끈 트럼프 대통령의 어조가 바뀌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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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임박’ 주장하다 “끝장 보겠다”
‘목표 달성 승리 선언’ 출구 찾는 듯
선거에 장기전 부담… 유가 진정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리조트 ‘트럼프 내셔널 도럴’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질문자를 지목하고 있다. 마이애미=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대(對)이란 전쟁에서 조만간 발을 뺄 가능성이 대두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승리에 의한 종전(終戰)이 임박했음을 주장하고 나서면서다. 장기전 불사 각오가 반영된 신호도 메시지에 혼재돼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출구 모색이 불가피한 형세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기 종전 기대감에 유가 폭등세도 진정된 분위기다.


급한 불 끄고 세운 자존심

트럼프 대통령은 개전 10일째인 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에 있는 리조트 ‘트럼프 내셔널 도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이란 군사 작전과 관련해 “우리는 매우 결정적으로 승리하고 있다. 계획보다 훨씬 앞서 있다”며 “곧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이튿날인 10일 "오늘은 이란에 대한 공격이 또 다시 가장 격렬한 날이 될 것"이라며 "이란은 고립됐다"고 엄포를 놨다.

국제 유가 급등과 증시 하락 등 이란 전쟁 장기화 전망에 따른 경제적 여파를 의식한 발언일 개연성이 있다. 실제로 9일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던 국제 유가는 이란 전쟁이 다 끝났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이 전해진 뒤 진정되기 시작해 배럴당 80달러대로 복귀했다. 브렌트유가 88.42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84.94달러로 떨어졌다. 덕분에 전날 검은 월요일을 연출했던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올랐다.

그러나 본인 발언 후 유가가 하락하고 주가가 상승한 채 장이 마감하자 급한 불을 끈 트럼프 대통령의 어조가 바뀌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짚었다. 그는 공화당 행사에서 “우리는 여러 면에서 이겼지만 충분하지 않다”며 “궁극적 승리의 달성을 위해 어느 때보다 확고한 결의를 갖고 전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견에서도 “원유 공급을 해치면 더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이란에 경고했다. 군사 작전이 이번 주에 끝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현실적 여건상 대이란 전쟁 출구 찾기에 나섰지만 오기로 이를 감추려다 메시지가 오락가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기로 감출 수 없는 곤경

9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이란의 최고지도자 선출 결정을 지지하는 집회의 참석자들이 새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그려진 손팻말과 이란 국기 등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바그다드=AP 연합뉴스

베네수엘라처럼 이란에 친미(親美) 정권을 세우려던 그의 구상은 이미 꼬였다. 5일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 인터뷰에서 “하찮고 용납할 수 없다”고 폄하한 대미(對美) 강경파 인사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전날 이란이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하면서다. 공습 첫날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숨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차남인 그가 승계자로 선택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실망했다”고 털어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모즈타바가 요구를 거부하면 제거(참수) 작전을 승인하겠다는 의사를 측근들에게 밝혔다고 보도했다.

더욱이 물가를 밀어 올리며 치솟는 휘발유 가격과 탄약 부족은 장기전 포기를 압박하고 있다. 결국 승리를 이끌어 치적으로 삼으려 했던 대이란전이 11월 중간선거를 치르는 데 도리어 부담이 된 모양새다. 토니 블링컨 전 국무장관은 이날 엑스(X) 글에서 “이 전쟁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 결정하는 두 가지 요소는 시장과 탄약”이라며, 시장 동요와 탄약 보유량 감소가 이란 최고지도자를 교체하는 식의 승리 선언과 군사 작전 중단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도 최근 일부 트럼프 대통령 참모가 목표를 달성했다며 승리를 선언하는 방식의 출구 전략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은 그 조언을 잘 따른 셈이다.

그러나 발을 빼는 일도 만만치 않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국영방송에서 “전쟁의 끝을 결정하는 것은 (미국이 아닌) 우리”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과 이란의 걸프 국가 공격이 멈추지 않으면 미국만 철수하기도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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