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팔 동원해 2051년 해체한다지만, 제염·복원까지 100년 걸릴 수도[동일본대지진 15년]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로 꼽히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로부터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핵연료 제거와 부지 복원 등은 먼 미래의 이야기다.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2051년까지 이 원전의 해체를 완료한다는 방침이지만 원전 전문가들은 물론 일본 시민들 역시 이를 실현 불가능한 목표로 여기고 있다. 원전 해체가 완료되고, 방사능 오염이 모두 제거되는 것은 다음 세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부터 15년이 지난 10일 일본 언론들은 2037년에야 시작될 핵연료 데브리(잔해) 반출 문제로 인해 2051년 원전 해체 완료 목표는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마이니치신문은 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 데브리 꺼내기가 난항을 겪고 있으며 기한 내 완료는 지극히 어려워지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후쿠시마현이나 주민들이 요구하는 형태의 원전 해체 실현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마이니치는 덧붙였다.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지역의 최종적인 복원 형태는 논의조차 시작되지 못한 상황이다. 주민들은 다른 시설을 설치하거나 녹지를 조성할 수 있는 수준의 복원을 원하지만 이 같은 완전한 복원까지는 매우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후쿠시마 제1원전 해체에서 최대 난관인 핵연료 데브리는 880t으로 추정되는 전체 가운데 0.9g만 수거된 상태다. NHK는 사고 13년 만이었던 2024년 시험적인 반출이 시작됐으며, 도쿄전력 등은 당초에는 2030년대 초부터 데브리 반출을 시작하려 했으나 원자로 격납용기 내부 조사와 공법 검토 등을 이유로 2037년 이후에나 본격적 반출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도쿄전력이 이달말쯤 개발에 약 9년이 소요된 로봇팔을 후쿠시마 제1원전에 투입해 원자로 격납용기 내 장애물 절단, 핵연료 데브리의 시험적 반출 등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람이 가까이 갈 경우 1시간 내에 사망할 수도 있을 만큼 높은 방사선량을 방출하는 핵연료 데브리를 어디서 보관할지도 풀기 어려운 문제다. 마이니치신문은 대량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방사성 폐기물이 어디로 가게 될지도 정해지지 않았으며, 2051년까지 원전 부지를 복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원전 주변 지자체 중에서는 이미 2051년 완료는 불가능하고, 2060년쯤까지는 완료를 희망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원자력정책 전문가인 스즈키 타츠지로 나가사키대 객원교수는 마이니치에 “일반적으로 원전을 해체하면 그린필드(공터)가 되어야하지만 후쿠시마에서 이를 목표로 하면 100년이 걸릴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가능한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고, 어느 정도까지는 할 수 없는지 최종 (복원) 형태를 조속히 주민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사고 40년 내인 2051년까지 해체를 완료한다는 목표만을 고집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다나카 슌이치 전 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은 마이니치에 “40년 안에 (880t의 데브리를) 전부 꺼내려면 매일 어느 정도 양을 꺼내야겠나. 나눗셈만 하면 중학생도 알 수 있다”면서 “꺼낸다고 해도 엄청난 방사능 때문에 가까이 갈 수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 시민들 중에도 2051년이라는 목표가 실현 가능하다고 여기는 이는 극소수뿐이다. 도쿄신문은 지난 1월부터 3월 사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51년까지 후쿠시마 제1원전 해체가 완료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7%뿐이라고 전했다. 반대로 완료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60%에 달했다.

로봇팔이나 초소형 드론 등을 활용한다고 해도 원전 해체에서 핵심은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NHK는 매일 도쿄전력과 협력기업 등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에 투입되는 인력은 5000명가량으로, 이 같은 노동자 수를 확보하는 것이 과제가 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들 인력이 투입되는 분야는 잔해 철거와 방사능 오염수 보관 탱크 관리, 핵연료 데브리 반출 준비 작업 등이다. 앞으로 본격적인 핵연료 데브리 반출이 시작되면 더욱 많은 인력이 필요하게 되기 때문에 인력 확보는 보다 큰 과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NHK는 전했다.
NHK는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해체 작업에 종사하는 기업 35개사에 설문조사를 실시해 12개사로부터 답변을 받았으며, 12개사 모두가 해체 작업에 필요한 인력의 안정적인 확보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9개사는 노동자의 고령화와 세대교체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인간의 접근이 불가능한 탓에 원자로 내부와 주변부 상황을 거의 알지 못한다는 점도 후쿠시마 제1원전 해체의 난점 중 하나다. 아사히신문은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에 투입된 원격조작 로봇이 촬영한 영상을 통해 2022년에야 확인된 원자로 받침대 철근콘크리트 중 콘크리트가 사라진 현상은 여전히 원인을 알 수 없으며, 정보도 지극히 제한적이라고 보도했다. 1호기의 원자로 격납용기를 지탱하고 있는 철근콘트리트에서 콘크리트만 사라지고 철근만 남아있는 상태로, 강진이 발생할 경우 버텨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방사성 물질이 추가로 유출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이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아사히는 “오염수 대책도 난항을 겪고 있다. 비가 오고, 지하수가 유입되는 것을 막지 못해 새로운 오염수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라며 “오염수가 늘어나는 한 해양 방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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