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방, 24시간 움직이는 머리… MS의 ‘기이한’ 실험실
더 오래 편하게 쓰는 인체공학 기기 연구

지난 5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주 레드먼드 마이크로소프트(MS) ‘빌딩 87’의 한 실험실 안.
엔지니어가 한 손만 사용해 MS 노트북을 열고 닫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노트북 중간을 잡고 열었다가, 가장자리를 잡고 열기도 했고, 45도, 90도로 각도를 달리하며 노트북을 펼쳤다 닫기를 계속했다. 이 엔지니어는 “한 손으로 노트북이 쉽게 열리려면 힌지(경첩)의 힘, 무게 중심의 균형 등 고려할 게 수없이 많다”며 “사람들의 엄지손가락 크기도 제각각이라 수많은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엔지니어는 손과 팔, 머리에 각종 센서를 달고 30분 넘게 키보드를 누르고 있었다. 오랜 시간 문서 작업을 할 때 이 직원의 손과 팔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측정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가 찾은 건물은 노트북·태블릿PC·게임기 등 MS의 다양한 하드웨어 기기가 탄생하는 곳이다. 이날 방문한 하드웨어 랩에선 단순히 기기를 정해진 틀에 따라 제작하지 않았다. 이용자 사용 양태나 신체 사이즈 등을 고려해 인체공학적으로 기기를 연구·개발하고 있었다. 전통적 전자 기기는 더 이상 소비자에게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칩·배터리 등 내부 부품 성능은 발달하더라도 획기적으로 모양이나 사용 양태가 바뀌진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사용 경험을 더 편안하게 하는 방향으로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MS 관계자는 “어떻게 하면 체격도 나이도 다른 많은 이용자가 거북목과 같은 자세 불량 문제 없이 편안하게 기기를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곳이다”고 했다.
◇MS 하드웨어 랩 가보니
MS 하드웨어 랩은 인체 공학적 기기를 위한 기술의 집합체다. 하드웨어 랩 중 하나인 ‘휴먼 랩’ 공간은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헬스장, 비행기 안, 거실 등이 꾸며져 있었다. 하드웨어 기기를 사용하는 다양한 공간을 재현해 놓고, 사용 경험을 연구하는 것이다. 천장에는 10대가 넘는 3D 모션 캡처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예를 들어 비행기 좌석에서 노트북을 활용할 때 손목 꺾임이 어떤지, 헬스장에서 격렬하게 뛰어도 불편하지 않은 헤드셋 기술은 무엇인지 실험하는 것이다.
또 다양한 신체 데이터를 측정하고 연구하기도 한다. 이 공간엔 크기가 다른 인간 머리·손가락·귀 모형 등이 구비돼 있었다. MS 관계자는 “아이들이 어른용 게임기를 쥐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이해하기 위해 어른 손에도 거대한 게임기를 제작해 실험에 활용 중”이라고 했다.

인근 카메라 랩실에는 마네킹 머리 여러 개가 24시간 고개를 움직이고 있다. 카메라가 사람의 움직임을 잘 포착하는지 테스트하기 위해서다. 센싱 랩에서는 로봇 팔 10여 개가 태블릿 PC를 뾰족한 침으로 끊임없이 찌르거나, 쉬지 않고 줄을 긋고 있었다. 사람마다 태블릿 PC를 누르는 압력이 다 다르기 때문에 강하게 누르거나 뾰족하게 찔러도 고장 나지 않는 내구성을 갖췄는지 실험하는 것이다.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연구하다 보니 직원들 역시 컴퓨터 앞에 앉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노트북을 수차례 떨어뜨리고, 태블릿PC를 힘껏 눌러보는 등 실험을 한다. 카를로스 카라스코 프로덕트 매니저는 “마네킹 머리가 움직이고, 다양한 크기의 엄지손가락이 전시돼 있어 기이하고 이상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며 “하지만 제품 설계의 중심에 사람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실험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더 오래, 더 편하게 쓰는 제품 연구
태블릿PC에 들어가는 천 하나하나에도 MS의 고민이 담겨있다. 하드웨어 랩에는 ‘직물(Textile) 엔지니어’라는 직무가 있다. 오래 써도 변색되지 않고,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낄 색상과 소재를 연구한다. 또 미 텍사스처럼 햇빛이 강한 지역에서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직물에 자외선 테스트도 한다. 직물 엔지니어 사무실에는 1000개가 넘는 형형색색의 천 샘플이 3면 가득 걸려 있었다. 직물 엔지니어인 파블로 산도발씨는 “차가워 보이는 금속 하드웨어 기기에 따뜻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소재를 찾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주변 소음을 완전히 차단한 무향실은 -21.2데시벨(dB)로 “가장 조용한 곳”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낙엽 떨어지는 소리가 10dB 수준이고, 0dB부터는 사람 귀로는 인식하기 어렵다. 이곳에선 로봇이 노트북을 여닫거나, 기기의 버튼을 누르는 등 소리를 반복해서 내고, 이를 측정한다. 불쾌감을 주는 소리를 피하고 편안한 소리를 찾기 위해서다. MS 관계자는 “키보드를 타이핑하는 소리, 기기를 열고 닫는 소리, 펜을 딸깍거리는 소리, 냉각 팬이 돌아가는 소리 등 기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리가 제품의 ‘고급스러움’을 결정하는 요소라고 믿는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