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전쟁 최대 수혜자는 푸틴?···유가 급등에 숨통트고 중재자 이미지도 부각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 사태의 최대 수혜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원유 수출 제재를 받아온 러시아가 에너지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9일(현지시간) 국제 유가 급등으로 러시아의 핵심 수입원인 에너지 판매 수익이 크게 늘어났고, 그 결과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지속하기 훨씬 수월해졌다고 보도했다. 브렌트유는 이날 배럴당 119.5달러까지 올랐다가 미국의 종전 가능성 시사, 주요국의 전략 비축유 방출 가능성 등에 80달러 선으로 반락했다.
러시아에 이번 유가 상승은 결정적인 시점에 찾아온 경제적 호재로 평가된다. 앞서 러시아 재무부는 올해 예산을 편성할 때 러시아산 우랄유 가격 기준을 배럴당 59달러로 책정했다. 그러나 지난 1월 에너지 판매 수입은 202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세수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서방 제재와 고금리, 노동력 부족이 겹치면서 러시아 경제 압박이 커지는 상황이었다.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 센터의 세르게이 바쿨렌코 연구원은 “경제 붕괴 직전은 아니었지만 러시아 정부가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지출 축소와 세금 인상, 심지어 군사비 일부 축소까지 고려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러시아의 전 에너지 차관이자 반푸틴 인사로 망명 생활 중인 블라디미르 밀로프는 폴리티코에 “러시아 정부가 갑자기 선물을 받은 셈”이라며 현재 러시아 관리들이 “매우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가 상승은 서방 제재로 할인 가격에 판매되던 러시아 원유의 몸값을 올리고 있다. 주요 구매국인 인도와 중국이 공급 확보에 나서면서 러시아산 원유가 프리미엄 가격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될 때까지 해당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며 러시아산 원유 제재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러시아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푸틴 대통령과 통화를 한 직후 나온 발언이다. 미국은 지난 5일 인도에 대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30일간 한시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러시아도 이 같은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크렘린궁 홈페이지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글로벌 에너지 시장 상황을 논의하는 회의를 열고 “러시아 에너지 기업들은 항상 안정적인 공급으로 차별화돼 왔다”며 공급 신뢰성을 강조했다. 또 글로벌 에너지 수급 구조 변화로 새로운 가격 균형이 형성될 것이라며 추가 수출 수익을 활용해 기업 부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시했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서방의 군사 지원 부담이 커지면서 러·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러시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란이 미군 함정과 항공기를 공격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란도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를 인정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의 원흉으로 지목됐던 푸틴 대통령이 이번 중동 분쟁에서는 중재자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아랍에미리트연합,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등 중동 국가 지도자들과 잇따라 통화하며 지역 정세를 논의했다. 또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는 이란 전쟁 종식 방안을 제안하는 등 외교적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러시아의 대규모 우크라이나 공습 이후 푸틴 대통령을 두고 “완전히 미쳤다”고 비판했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3101100001#ENT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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