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주사’ 마운자로 맞고 당뇨 치료제로 우회 청구…보험금 반년 새 136배 급증

박성준 2026. 3. 10. 15:2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손보 4개사 청구 24건→3264건…금액도 94배 ‘쑥’
위고비와 달리 ‘당뇨 허가’에 틈새 우회 청구 노려
허위 청구 사례도 잇따라…‘빙산의 일각’ 가능성도
“규모 커지기 전 관리·감독·단속 더 철저히 해야”
마운자로가 당뇨 허가까지 받아 실손 청구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금융당국에서도 병원 주도 보험사기의 주된 치료제로 마운자로를 지적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비만치료 주사제 마운자로의 실손의료보험금 청구가 출시 반년 만에 136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운자로는 같은 비만치료제인 위고비와 달리 당뇨병 치료제로도 허가돼 있어, 비만 목적 처방을 당뇨 치료로 포장해 실손보험금을 타 내는 우회 청구가 가능한 구조다. 관련 오남용 사례가 잇따르면서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10일 국내 주요 손해보험 4개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 합산 실손보험 청구 지급 현황을 분석한 결과, 마운자로 관련 실손 청구 건수는 지난해 8월 24건에서 올해 2월 3264건으로 136배 급증했다. A사는 같은 기간 2건에서 600여건으로 확대돼 오름세가 더욱 가팔랐다. 청구 금액도 약 1361만원에서 약 12억8520만원으로 94배 늘었다. 전체 청구액 중 95%(12억2660만원)는 비급여였다.

마운자로는 위고비에 이어 지난해 8월 출시된 비만치료제로, 서울 종로 일대 약국에서는 대기 예약만 1000명에 달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런 폭발적인 수요가 실손보험까지 번지는 이유는 마운자로의 특수한 허가 구조 특성에 있다. 대표 비만치료제인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같은 GLP-1 계열 주사제다. 위고비는 ‘비만 치료제’로만 허가돼 실손보험 약관상 면책 사항이기 때문에 보험사가 지급을 거절할 명분이 뚜렷하다.

하지만 마운자로는 비만 치료뿐만 아니라 2형 당뇨병 치료제와 수면무호흡증 치료에도 쓸 수 있도록 승인받았다. 이 때문에 비만 목적의 처방이라도 당뇨 상병코드가 붙으면 보험사도 지급을 거절하기 어려운 구조다. 여기에 마운자로 1회 청구 금액이 실손 통원 한도인 20만원 안팎이어서 보험사 자동 심사를 통과하기 쉬운 점도 청구 금액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보험업계에선 출시 초기 신약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이 반영된 측면이 있고, 절대 금액(12억원대)도 아직 다른 대형 실손 청구에 비해 크지 않다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매월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으며, 오남용 사례가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단순 비만 치료임에도 당뇨 치료인 것처럼 실손보험에 허위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잇따른다”고 지적했다.

손보 4개사 데이터에 잡힌 숫자는 마운자로를 당뇨 등 질환 치료 목적으로 그대로 실손에 청구한 건수이지만, 이와 별도로 마운자로는 병원이 서비스로 제공하면서 체외충격파·도수치료 등 전혀 다른 치료를 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보험금을 청구하는 수법도 적발된다.

실제로 서울 소재 한 병원에선 비만 환자에게 마운자로를 나눠주면서, 보험 청구서엔 체외충격파 치료를 한 것처럼 허위 진료 기록을 작성했다. 진료비 영수증을 보장 한도에 맞춰 쪼개서 발급하는 이른바 ‘영수증 쪼개기’ 수법도 동원됐다. 이런 유형의 경우 청구서에 마운자로가 아닌 다른 치료명이 올라가기 때문에 데이터에 잡히지 않는다. 즉, 136배 급증이라는 수치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당국도 마운자로를 실손보험 악용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실손보험을 이용한 병원 주도의 보험사기 행태가 두드러지는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운자로를 직접 언급하며 병원에서 의무기록을 조작해버리면 검증이 사실상 어렵다고 현장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실손보험 사기 특별 신고·포상 기간을 운영 중이며, 경찰청도 전담수사팀을 지정해 전국 특별 단속에 나선 상태다. 서울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에서도 비만치료제 관련 비윤리 의료행위를 적발해 윤리위원회에 부치는 등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비만치료제 수요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담은 더욱 크다. 마운자로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올해 상반기 내 고용량 제품을 추가 출시할 예정이며, 위고비 제약사인 노보 노디스크는 올해 초 경구용(먹는 약) 위고비를 상업 출시하기도 했다. 비만치료 시장이 갈수록 팽창하는 만큼, 이에 비례해 실손 청구 역시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보험업계는 하루빨리 선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절대 규모가 크지 않은 지금이 심사·감별 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적기”라며 “치료 목적에 맞게 사용됐는지 철저한 심사와 감별이 이뤄져야 하고 관련 보험사기 단속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