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보에 매도 수수료도 부활···복잡해진 ‘미장 투자’ 셈법

최동훈 기자 2026. 3. 1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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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품론·관세정책·빅테크 호조·금리동결 등 변수에 美 증시 보합세
서학개미는 중동 이슈에 순매도
美, 10개월 만에 주식 매도 수수료 부활시켜
RIA 출시도 하세월···증권가선 “상승 여지 있다”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미국 증시가 최근 횡보하는 지수 흐름을 보이는데다 주식 매도 수수료를 부활시킬 예정인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증권가 일각에선 현재 미국 주요 종목들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고 경기 여건도 양호해 중동 전쟁 경과에 따라 상승할 여력을 갖췄단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지난 6일 기준 1602억달러(약 235조원)로 집계됐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올해 들어 기록한 일별 보관금액 중 가장 낮은 액수로, 지난 1월 28일 기록한 올해 최고치인 1743억달러에 비해선 8.1% 감소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 보관금액이 가장 큰 종목인 테슬라는 같은 날 249억6022만달러를 기록해 지난 1월 1일 278억7011만달러 이후 크게 줄었다.

보관금액은 투자자들이 보유 중인 주식의 종가 기준 총액을 뜻한다. 국내 투자자들이 최근 중동 전쟁이 발발한 직후 미국 주식을 매도해 보관금액이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지난 6일까지 5거래일간 미국 주식을 1억4258만달러(약 2104억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해외 증시 투자자를 일컫는 서학개미들은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미국 주식을 급격히 매도했다.

중동 분쟁이 발생하면 유가가 상승해 실물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고, 투자자들은 주식을 매각해 현금을 보유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작년 5월 이스라엘과 이란 양국 간 군사 충돌이 발생했을 때, 서학개미들은 같은 달 미국 주식을 13억1085만달러 순매도했다. 이어 6월에도 2억3185만달러 순매도했다가 중동 분쟁이 완화하자 7월 순매수세로 돌아섰다.
미국 뉴욕 증권 거래소 내부에 미국 국기가 걸려 있다. / 사진=LS증권 공식 네이버 블로그 캡처

투자 종목들의 종가가 하락한 점도 보관금액을 낮춘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상위 기업 500곳의 시가총액을 바탕으로 매겨지는 주가 지수인 S&P500은 중동 전쟁이 발발한 지난달 28일을 기점으로 급락해 지난 6일 6740.02로 장마감했다.

미국 증시는 이번 중동 전쟁이 벌어지기 앞서, 여러 변수들로 인해 횡보하는 흐름을 보여 투자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던 상황이다. 증시 지표는 인공지능(AI) 거품론, 관세 정책, 금리 동결 기조, 빅테크 호실적 및 대규모 투자 발표 등 여러 변수가 뒤섞인 가운데 보합세를 나타냈다.

S&P500 지수의 일별 평균치를 연결한 이동평균치(과거 20일 기준)는 6890~6930p 범위에 머물렀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1~2월 기간 미국 주식을 89억5204달러 순매수했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좀처럼 상승세를 보이지 않는 점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가운데 중동전쟁까지 벌어지자 투자 전략을 재고하는 모습이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악영향을 크게 받은 국내 증시에 눈 돌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 종목의 투자 구성을 조정하는 투자자들도 나타났다.

투자자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S&P500은 올해 눈에 띄게 오르지 않다보니 현재 불확실한 전황과 지표들 속에서 나름 잘 버티는 거 같다"면서도 "(중동 전쟁이 발생한 후) 높은 수준으로 방어모드에 들어갔다. 연금자산은 리스크를 줄이는게 가장 중요하다 보니 투자 상품의 절반은 에너지, 원유 등에 관련된 방어자산으로 돌렸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이 지난 9일 공식 홈페이지에 미국 주식의 거래 세율(SEC Fee) 변경을 안내하는 공지글을 게재했다. / 사진=키움증권 공식 홈페이지 캡처

◇ 투자자 "차라리 RIA 출시 취소해라, 맘 편히 매매하게"

이 가운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예산을 고려해 내달 4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주식 매도시 거래 수수료를 부활시켜 투자자의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SEC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증권 거래 수수료를 백만달러당 2060달러로 설정한다고 공지했다.

거래대금 1달러당 수수료율이 0.00206%로, 지난 2~6일 기록한 미국 주식 매도금액 67조7221억원에 수수료 1395만원이 부과되는 셈이다.

거래 수수료는 작년 5월 14일 0원으로 내린 후 약 10개월 만에 다시 부과된다. SEC는 미국 의회가 책정한 운영예산을 바탕으로 매년 거래 수수료를 변경한다. 국내 투자자들은 내달 2일 주간 거래 체결분부터 해당 요율을 적용받을 예정이다. 미국 주식 거래를 체결하면 2거래일 후 결제가 이뤄져서다.
한국투자증권이 오는 31일까지 진행하는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사전 알림 이벤트를 안내하는 이미지. / 사진=한국투자증권 앱 캡처

정부가 국내 증시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출시하려던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도 현재 입법 지연으로 인해 시장에 나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RIA는 해외 주식을 매도한 후 국내 주식을 매수, 장기 투자하면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는 혜택을 담고 있다. 일부 서학개미들은 당초 이달 RIA를 출시하려던 정부 계획이 사실상 물 건너가자 불만을 터뜨렸다.

투자자 B씨는 RIA 관련 온라인 게시글에 "RIA가 출시된다고 해서 절세 목적으로 미리 미국 주식을 매도하고 있었는데 (출시를) 하긴 하는건지 답답할 따름"이라며 "이럴거면 그냥 출시가 취소되면 좋겠다. 미국 주식을 마음 편하게 매매하고 싶다"는 댓글을 남겼다.

증권가에선 앞으로도 미국 주식이 안전자산으로서 투자자들에게 각광받을 것이란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미국 주요 종목들이 호실적을 기록하고 고용률, 소비자물가지수 등 경제 지표도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어 상승할 여지를 갖췄단 평가다.

서정훈 삼성증권 팀장은 전날 배포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 증시) 시가총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테크 업종(종목)들은 견고한 실적을 보였고, 이들을 뒷받침하는 경기 여건 또한 탄탄하다"며 "이에 따라 미국 증시는 중동 이슈가 교착 상태를 이어가면 (오히려) 매력도를 재평가받고 다른 증시보다 공고한 하방 경직성(하락세 방어)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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