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직 KDI 원장 "경기부양 위한 재정정책, 최대한 조심해야"
"중동사태에 따른 한국 경제 영향 가늠 어려워...얼마나 더 확산할지 지켜봐야"
수요 부양 중심의 정책 반복..."'총수요부양책'으로서의 재정정책 경계해야"

김세직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10일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은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날 KDI에서 진행한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다만 김 원장은 취약계층, 자영업자 등을 위한 재정 지원은 타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재정정책이 필요할 수 있고 그런 부분은 과감하게 해야 될 필요는 있다"며 "고통받는 취약계층이나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그런 경우 진통을 완화하는 의미에서 예산을 쓰는 것은 타당하다"고 말했다.
최근 중동 사태에 따라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경제 충격이 확대해 취약계층의 민생부담이 크게 늘어난다면 재정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다만 추경 규모에 대해선 "예산 내지 추경 편성 규모는 단정하긴 어렵다"며 "이 사태가 어떻게 진전되는지 자세히 보면서 종합적으로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원장은 중동 사태가 성장률 등 향후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전쟁이 얼마나 더 확산할지, 장기화할지 등 많은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현재로썬) 영향을 예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와중에 경제 충격이 확대돼서 취약계층과 민생 부담 늘어난다면 재정이 일정 부분 역할 하는 것은 의미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유가가 오르고 환율이 오르면 물가가 걱정되고 그에 따라 성장률도 걱정되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론 지금 누구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KDI는 유가 변화에 따른 거시 경제적 영향 분석에 착수했다고 부연했다.
김 원장은 정권과 무관하게 계속해서 '수요 부양 중심의 정책'이 반복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어떤 정권도 총수요부양정책으로 장기성장률 하락을 저지하지 못했다"며 "특히 강력한 부동산 경기부양, 저금리 정책은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만 급등시켰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총수요부양책'으로서의 재정정책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부양만을 위한 재정정책은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며 "장기성장률 회복을 위한 이행기 동안 고통받을 수 있는 취약계층,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으니 그런 경우에는 진통을 완화하는 의미에서 예산을 쓰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기부양책에 의한 반짝 성장, 가짜 성장이 아니라 모방에서 창조로의 전환을 통한 장기성장률을 증가시키는 '진짜 성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2025년 장기성장률은 0.9%로 0%대에 진입했다"며 "지금 추세대로라면 2030년 -0.1%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권 때마다 건설 경기 부양 정책, 저금리정책, 대출 규제 완화정책 등 '총수요부양책'을 펼쳤지만, 성과는 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장기성장률은 계속해서 하락했고, 가계부채 증가와 아파트 가격 폭등 등 부작용을 낳은 '가짜 성장' 정책이 됐다는 지적이다.
김 원장은 장기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선 '전 국민 아이디어 도입제'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는 국민이 정부 전산시스템에 아이디어를 등록해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그에 대한 명예와 소유권을 국민에 부여하는 제도다. 등록된 아이디어 중 혁신적이라고 판단되면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으로 직접 구매하는 식으로 경제적 보상도 해주는 식이다.
김 원장은 "정부 1년 R&D 예산의 30분의 1 수준인 1조 원만 투자해 아이디어 하나당 1000만 원씩 지급하면 10만 개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살 수 있다"며 "새로운 혁신적 아이디어를 소수의 엘리트에게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일반 국민이 혁신적 아이디어를 내게 만들어 아이디어 개수를 크게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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