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공습] 미국, 공습 이틀 만에 탄약 8조원어치 소진…무기 자산 재고에 ‘빨간 불’
아시아 및 인·태 지역 자산 재배치
‘무기 부족 논란’은 일축…“필요한 모든 것 갖춰”
자폭형 드론 등 저가 무기로 전략 전환 전망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을 시작한 지 이틀 만에 약 56억달러 규모 탄약을 소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초기부터 고가의 정밀 무기가 대량 투입되면서 미국의 첨단 무기 재고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9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 미 국방부가 이란 공습 직후 이틀 간 56억달러(약 8조 2656억원) 상당의 탄약을 사용했으며 이날 이 추정치가 의회에 보고됐다고 전했다. 그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작전이 미군의 전력 준비 태세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의회의 우려를 일축해 왔으나, 구체적인 탄약 소모 규모가 공개되면서 논란은 다시 불붙는 양상이다.
탄약이 대량 소진된 배경으로는 군사 행동 직후 대량으로 투입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첨단 방공 요격미사일 등이 지목된다. 앞서 대이란 군사공격을 총괄·지휘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현재까지 2000발 이상의 무기를 사용, 이란 내 5000개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크 캔시언 연구원은 이를 두고 “레이저 유도 폭탄 등을 사용할 경우 공격 1회당 비용이 수백만 달러에서 10만달러 이하로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무기 소모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미군은 다른 지역에 배치된 방어 자산까지 중동으로 집결시키고 있다. 미 국방부는 한국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일부 장비를 중동으로 이동시키고 있으며, 인도·태평양과 기타 지역에 배치된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또한 이란 공습에 대비해 중동 방어망에 투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충돌이 얼마나 장기화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작전이 한 달 이상 지속될 수 있다”고 언급했으나, 이날 CBS 인터뷰에서 돌연 “이란이 큰 군사적 손실을 입었다”며 “전쟁이 마무리 수순이라고 생각한다”고 선회하는 듯한 입장을 밝혔다. 다만 피트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앞서 지난 8일 “(전쟁은) 단지 시작일 뿐”이라며 상충되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미군 내부에서도 장기전 시 정밀 무기 재고가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댄 케인 합참의장은 작전 직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과 장기전이 벌어질 경우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및 7건 이상의 해외 군사 작전으로 줄어든 정밀 무기 재고가 필요 비축분보다 소진될 수 있다”고 보고했으나, 행정부는 우려를 공개 축소해 왔다는 지적이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의 첨단 무기 재배치가 즉각적인 무기 부족에 의한 것이 아니며, 향후 이란의 보복 강도가 급격히 높아질 가능성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숀 파넬 국방부 수석 대변인은 “국방부는 대통령이 선택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어떤 임무든 수행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밝히며 무기 부족 우려를 부인했다.

실제로 이란은 미사일 사거리를 더 늘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이란 국영TV 보도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사일 발사 위력과 빈도를 늘리고 사거리도 더 확대할 예정임을 공언, 마지드 무사비 IRGC 항공우주군 사령관은 “지금부터 1t 미만의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은 발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란의 반격 능력도 앞선 관측보다 더 강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다라 매시콧은 “이란은 조기경보 레이더 등 핵심 군사 시설을 매우 정밀하게 타격하고 있으며 지휘 통제 시설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러시아가 중동에 배치된 미군 자산의 위치 정보를 이란에 제공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란군은 강력한 동력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미국은 전략 전환을 통해 전쟁 장기화에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는 향후 이란 방공망이 약화되면서 초기 공습에서 사용한 고가의 정밀 유도 무기 대신 레이저 유도 폭탄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무기를 중심으로 공습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군은 자폭형 공격 드론(LUCAS)을 투입했는데, 이는 이란이 제작한 ‘샤헤드(페르시아어로 목격자라는 뜻)-136’을 재설계해 만든 것으로 제작비는 약 3만5000달러(약 5200만원)로 추산된다. 이 드론들은 속도가 느리고 저고도로 비행해 오히려 방공 시스템 탐지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작전 지속을 위해 이르면 이번 주 의회에 추가 국방 예산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는 수십억 달러에서 최대 수백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나, 민주당을 중심으로 군사 행동 확대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어 승인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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