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수사 2년 해놓고 실무자도 몰라? 檢 '무능력 혹은 무관심' [추적+]

김정덕 기자 2026. 3. 1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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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주가조작 검찰 의견서 분석①
李 ‘주가조작=패가망신’ 강조
부당이득 환수와 형사 처벌 핵심
주가조작 수사 검찰 의견서 보니
사건 고발한 기관 실무자도 몰라
부당이득액 계산도 못하는 검찰
핵심 수사 외주 맡겼냐는 의문도

# "주가를 조작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가조작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꾸려진 합동대응단은 주가조작 적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최근엔 신고포상금도 크게 올렸죠.

# 하지만 그것만으로 주가조작을 근절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많습니다. 주가조작범의 패가망신을 담보하려면 강력한 형사적 처벌과 함께 부당이익 환수가 뒤따라야 합니다.

# 문제는 그게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중엔 검찰이 주가조작범을 제대로 수사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국내 최고의 엘리트 집단인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되묻는 이들이 적지 않을지 모릅니다. 정말 그럴까요? 실제 주가조작 수사를 맡았던 검찰의 의견서를 뜯어보니 현실은 달랐습니다. 심층취재 추적+ '주가조작 검찰 의견서 분석' 첫번째 편입니다.

정부의 '주가조작=패가망신' 의지를 검찰이 실현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사진|뉴시스]
최근 금융위원회는 불공정거래와 회계부정 신고포상금의 지급 상한을 전면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제도가 개편되면 적발ㆍ환수한 부당이득ㆍ과징금의 최대 30%를 신고포상금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1000억원대 주가조작 사건을 신고하면 최대 300억원을 포상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적극적인 내부자 신고를 도모하겠다는 건데, '주가조작=패가망신'을 내건 이재명 정부의 주가조작 근절 의지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뜻입니다.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함께 꾸린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의 활약도 돋보입니다. 그동안 합동대응단은 종합병원ㆍ한의원ㆍ대형학원 등 운영자들과 전ㆍ현직 금융사 임원들이 연루된 시세조종 사건, 증권사 고위 임원이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한 사건 등을 적발했습니다. 모 경제지 기자들이 기사를 활용해 선행매매한 정황을 밝히기도 했죠.

부당이득 추징해야 주가조작 근절

하지만 이런 조치들을 통해 정부가 바라는 '주가조작=패가망신'을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러려면 부당이득의 완벽한 추징ㆍ환수, 무거운 징벌적 과징금과 벌금의 부과, 강력한 형사적 처벌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왜일까요? 우선 재판 과정에서 부당이득을 계산할 때 주가 상승과 시세조종의 상관관계를 따지다 보니 부당이득액이 줄어들기 일쑤입니다. 이 때문에 환수액, 과징금, 벌금도 함께 쪼그라들곤 합니다. 현행 자본시장법이 시세조종을 하면 벌금형과 징역형을 함께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징역형이 줄어들 공산도 큽니다. 징역형이 부당이득액에 비례하는 구조를 띠고 있으니까요.

일부에선 부당이득을 포괄적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참고: 이 규정은 뒤에 언급할 내용을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그런데 '주가조작=패가망신'을 위한 부당이득 환수, 과징금 부과, 형사적 처벌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가 검찰의 무능함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어떨까요? 제도가 부실하면 고치면 되고, 봐주기식 수사나 재판은 집권자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능력 부족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제도와 집권자의 의지를 무용지물로 만들기 때문이죠.

누군가는 '엘리트 집단으로 손꼽히는 검찰이 무능할 리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검찰의 무능력을 유추해볼 만한 자료는 차고 넘칩니다. 2023년 'Y기업 주가조작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 당사자들에게 공개된 소송자료(검찰 의견서)는 검찰의 무능력을 엿볼 수 있는 자료 중 하나입니다.

대체 검찰은 이 자료에 어떤 의견을 남겼을까요? 검사 출신 변호사를 통해 검찰 의견서에 담긴 '무능함'을 분석해봤습니다.[※참고: 'Y기업 주가조작 사건'은 주가조작범들이 2022년 10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Y기업 주식 시세를 조종해 수천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사건입니다.]

■ 검찰 무능력① 기초적 사실 오인 = 먼저 2025년 6월에 낸 의견서를 볼까요? 핵심 내용은 기존의 증인 신청을 철회하고, 다른 증인을 부르겠다는 겁니다. 별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이유를 들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검찰은 처음에 금감원 직원 A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는데, Y기업 주가조작 사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본인은 Y기업 불공정거래 조사업무를 담당하지 않아 증언할 내용이 없다"고 밝히자 부랴부랴 Y기업 주가조작 사건을 실제로 조사했던 금감원 직원 B씨로 증인을 바꾼 겁니다.

금감원이 Y기업 주가조작 혐의를 포착한 후 사건을 검찰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넘긴 게 2023년 9월입니다. 검찰은 한달 후인 그해 10월 주가를 조작한 일당 4명을 체포했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2년 후 재판이 열린 때까지 금감원 내부의 실무 책임자가 누구인지조차 몰랐다는 겁니다. 검찰이 금감원 이첩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지도,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증거를 생산한 기관과의 수사 공조를 하지도 않았다는 방증입니다.

■ 검찰 무능력② 핵심적인 수사의 위임 = 2025년 9월에 낸 의견서는 더 황당합니다. 이 의견서는 주로 피고인 측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피고인의 주장은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금감원이 검찰에 Y기업 주가조작 사건을 고발한 후 추가 조사를 진행했는데, 이 행위가 조사가 아닌 수사라는 겁니다. 이를테면 검찰이 금감원에 수사를 불법 위임한 것이란 주장입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다른 하나는 검찰이 금감원 직원의 컴퓨터를 압수하는 방식으로 일부 자료를 입수한 것을 꼬집었습니다. 검찰이 임의로 확보할 수 없는 자료를 금감원을 통해 우회적으로 확보했으니 위법하다는 겁니다.

검찰은 의견서에서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부당이득의 재산정 관련 부분을 금감원에 조사 의뢰했다. 금감원에 수사 자체를 위임한 게 아니라, 전문적 영역인 부당이득의 재산정을 요청한 것으로 이는 허용될 수 있는 행위다."

적절한 해명일까요?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검찰은 모든 수사의 최정점에 있는 전문가 집단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의견서를 통해 "Y기업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부당이득액 재산정'을 스스로 하지 못해서 사건을 고발한 금감원에 사실상 '외주'를 맡겼다"고 자인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상한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주가조작 검찰 의견서 분석 두번째 편에서 더 살펴보겠습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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