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고2인데 어떡해”...고교학점제, 대도시·지방 간 ‘학력 격차’ 키운다
농어촌·소규모 학교 과목 개설 한계…선택권·내신 관리 모두 불리
교사·강사 부족에 온라인 수업 한계…“현장 교원 확충이 해법”

현 고등학교 2학년 학생부터 적용 중인 ‘고교 학점제’와 관련해 대도시 학생과 지방 중소도시 학생 간의 학력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고교 학점제가 시행 의도와 달리 지역별 학력격차 확대 등 학력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10일 국회입법조사처의 ‘고교학점제의 추진 현황 및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고교학점제 하에서 학생 수가 적은 농·산·어촌 학교는 물리적으로 개설할 수 있는 과목 수가 대도시 소속 대규모 학교에 비해 적어 소규모 학교 학생의 과목 선택권이 제약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내신 5등급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소규모 학교가 선택 과목을 늘릴 경우 수강 인원이 9명 미만의 소인수 강좌로 쪼개져 ‘1등급(10%)’을 받을 수 있는 인원이 아예 없거나 성적 관리가 매우 불리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보다는 성적 취득이 쉬운 특정과목으로 쏠리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고교학점제에서 대학은 전공 적합성을 강조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학교의 학생들은 과목 개설의 한계, 인프라 부족 등으로 대학이 권장하는 전공 과목을 이수하지 못해 대규모 학교에 비해 정성 평가에서 감점을 받을 우려가 크다”며 “이 같은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온라인학교나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수업 시 학생 안전·수업 진행 등을 관리할 ‘코티칭(Co-teaching)’ 인력의 부족, 온라인학교의 강사 부족 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 운영 시 이동 수단이 열악해 애로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규모 학교의 경우 교사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실제 소규모 학교는 다과목 및 ‘상치 교과(특정 과목 교사가 모자랄 때 해당 과목을 전공하지 않은 교사가 담당하는 교과목)’ 지도에 따라 교사의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실제 매학년에 1~2개 학급수를 보유한 소규모 학교의 경우 교사 수 부족으로 전공이 아닌 과목을 4~5개씩 맡아 가르치느라 교사의 전문성과 수업의 질을 확보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교사 수가 적어도 학교 운영에 필요한 행정 업무의 총량은 학교 규모와 관계없이 비슷하기 때문에 교사 1인당 업무 강도가 높은 점도 해소해야 한다.
‘최소 성취 수준 보장지도(최성보)’에 대한 개선 의견도 제기됐다. 운동 등 특정 분야를 겸하고 있는 학생의 경우 출석이나 성적 등 과목별 이수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보충 지도와 평가 관리를 하는 것이 현장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 중이다. 고교학점제 하에서는 모든 교과목별로 출석이 이뤄지는 한편 성적 기준이 충족돼야 하는데, 교사가 적은 소규모 학교의 여건상 해당 학생을 찾으러 다니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정원 외 기간제 교사를 확보하려고 해도 시골 지역은 지원자가 미달되는 경우가 많고, 지원 자체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 교사 수급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일부 소규모 학교에서는 2025년에 비해 2026년에 배정된 정원외 기간제 교사 수가 줄어들기도 했다.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학교 폭력 담당 부장의 수업 시수 지원을 위해 기간제 교사 공고를 6차까지 냈지만 충원이 되지 않아, 결국 지원 없이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도 목격됐다. 이 때문에 기간제 교사를 구하지 못해 퇴임한 교원이나 지인 추천을 통해 공석을 채우는 임시방편이 반복되고 있다. 둘째, 교육과정 운영 및 관리의 구조적 한계가 꾸준히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소규모 학교의 경우 교사 수가 적어 특수 학급 담당 교사가 학교 전체의 교육과정 업무를 맡는 현상도 목격되며 취업 지도 및 현장 실습이 잦은 특성화고 특성상 교사 공석 시 보강해줄 인력이 없어 다양한 선택 과목을 개설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사례도 발견된다. 정원 외 기간제 교사까지 담임을 맡으면서 동시에 3개 학교를 순회함에 따라, 해당 학교의 생활기록부 작성 등 학생 관리와 관련한 한계점도 노출된다.
온라인학교 수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특성화고의 경우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이 대부분인데 이 같은 학생들에게 자기주도적 학습이 전제된 온라인 수업을 권하는 것은 공교육의 시행목적인 ‘책임교육’을 다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온다. 스스로 학습하기 어려운 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보여주기식 대안인 셈이다. 이 때문에 대규모 일반고는 어떻게든 과목을 개설하려 노력 중이지만 소규모 특성화고는 과목 개설에 소극적인 분위기이며, 시설이나 예산 지원 보다는 실질적으로 학생을 가르치고 업무를 분담할 정규 교사 및 강사 인력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보고서는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과목개설이나 교사 인력 수급이 용이한 대도시의 대규모 학교로 모든 인력과 자원이 집중됨에 따라 소규모 학교와 해당 지역이 더욱 빠르게 소멸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며 “소규모 학교에서 고교학점제가 안착되기 위해서는 온라인학교의 강사 보강도 중요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직접 가르치고 학생을 관리할 교사 보강이 시급하며, 일정 기간 정도 소규모 학교에 대한 교·강사 인력 지원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시·도교육청과의 협의를 기반으로 △소규모 학교의 교사 정원 기준 배려 △상주 교사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공동교육과정 수강 시 교통 편의 등 수강환경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정부 “중동사태 확전 대비 비축유 방출 계획 준비”
- 담합 과징금 하한 ‘매출액 0.5% → 10%’…20배 올린다
- “유가 급등에 팔아도 걱정”...중동발 가격 인상 도미노 현실화
- “꽃값 그대로인데 한 달 난방비만 1000만 원” 치솟은 유가에 화훼업계도 시름
- 대출도 K자형 양극화 심화…건설업 6개 분기 연속 대출 감소
- 年 20% ‘충성론’ 받아 도박·코인하는 김 병장…현역병 대출만 242억
- “1억 넣으면 150만원 매달 따박따박” 믿었다가 낭패…ETF 과장 광고 ‘주의보’
- 공항서 “연예인이 벼슬이냐” 분노 터지자…앞으로 유명인 ‘황제 경호’ 없앤다
- “비트코인 5만달러·은 50달러까지 추락할 수도”…블룸버그 전략가의 경고, 왜?
- ‘포르쉐 약물운전 사건’ 일상 파고든 마약...경찰, 반년간 6648명 검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