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우는 '중동 축구'...이란 선수들 호주 망명·이라크도 하늘길 막혀 발동동
2026 아시안컵 개최국 호주에 망명 신청
호주, 5명 망명 허용..."다른 선수도 돕고 싶다"
이라크 축구 감독-선수, 하늘길 막혀 이동 불가
"FIFA가 대안 마련해야...PO 일정 미뤄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중동 축구가 눈물 짓고 있다. 2026 여자 아시안컵에 출전한 이란 여자 축구대표팀은 살해 위협까지 느껴 개최국인 호주에 망명 신청했고, 이라크 남자 축구대표팀은 하늘길이 막혀 2026 북중미 월드컵 출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토니 버크 호주 내무장관은 이날 호주에 망명을 신청한 이란 선수 5명의 인도주의 비자 발급 절차를 마쳤다고 밝혔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 선수들이 현재 안전한 장소로 옮겼다"면서 "상황이 매우 민감하다는 점을 유념하고 있으며, 다른 선수들에게도 도움을 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란 선수들은 앞서 지난 2일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열린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한국과 킥오프 전 국가 제창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이란 내부에서 '배신자' '반역자'로 불리며, 귀국 즉시 처벌까지 전망됐다.

이란 선수들은 한국전 이후 호주, 필리핀과 경기에서 거수경례를 하며 국가 제창을 이어갔지만 이란 내 비판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아울러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패해 이란으로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살해 위협까지 받는 상황에서 이란으로의 귀국에 대해 우려가 커졌다. 특히 경기를 마치고 선수단 버스 오른 몇몇 선수들이 손으로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모습이 포착돼 온라인에 급속도로 퍼지기도 했다. 이란의 하디 카리미 인권운동가는 "최소 3명의 선수가 도움을 요청하는 수신호를 보냈다"고 미국 CNN에서 말했다.
이란 여자 축구선수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섰다. 그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호주는 이란 여자 축구팀이 살해될 가능성이 높은 이란으로 돌아가도록 허용함으로써 끔찍한 인도주의적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며 "망명을 받아주라.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미국이 그들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이란 선수들의 망명을 허용했다.
이라크 남자 축구팀도 발동동

2026 북중미 월드컵 진출을 위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이라크 남자 축구대표팀도 안타까운 처지에 놓였다.
호주 출신 그레이엄 아널드 이라크 축구팀 감독은 9일 호주 매체와 인터뷰에서 "FIFA는 이라크의 북중미 월드컵 플레이오프(PO)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라크는 다음달 1일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대륙간 PO를 펼칠 예정이다. 오는 27일 볼리비아와 수리남의 경기의 승자와 맞붙어 월드컵 본선 티켓 마지막 남은 두 장 중 한 장을 획득한다는 계획이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40년 만에 통산 두 번째 월드컵 본선 입성을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인해 중동 국가들의 하늘길이 폐쇄되면서 이라크 축구대표팀의 이동이 사실상 올스톱 된 상황이다. 특히 아널드 감독은 현재 아랍에미리트(UAE)에 머물고 있고, 이라크 대표팀 선수의 60%가 자국 리그에서 뛰고 있어 항공편이 모두 중단돼 이동 자체가 불가능하다.
여기에 이라크 내 주요 대사관들이 문을 닫는 등 행정적 절차도 모두 막혀 멕시코 비자 발급도 어려운 처지다. 아널드 감독은 이라크축구협회를 통해 "FIFA의 도움이 필요하다. FIFA가 대륙간 PO를 연기한다면 우리가 경기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면서 "볼리비아와 수리남의 경기는 예정대로 진행하되, 월드컵 개막 일주일 전에 미국에서 이라크가 볼리비아-수리남전 승자와 경기하길 바란다"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공은 FIFA로 넘어갔다. FIFA는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을 듣고도 "FIFA는 이번 월드컵에 초청된 48개국이 모두 안전하게 참가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린이 사망자가 늘어나는 등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피로 물든 축구공'이란 비판이 나오며 월드컵 개최 회의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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