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위해 만들어진 '부산일보 젠더위' 성평등상 첫 수상

박지은 기자 2026. 3. 1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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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젠더데스크서 7인 위원회로
세대·직급·성별 다양하게 구성
AI 활용 성평등 보도 모니터링도
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 성평등 모범 조직·조합원상 시상식에 박혜랑 부산일보 기자(가운데)가 젠더위원회를 대표해 참석했다.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는 제 1회 성평등 모범 조직상으로 부산일보 젠더위원회를 선정하며 “성평등 보도를 전담자의 업무가 아닌 조직 전체의 책임으로 전환한, 선진적인 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박지은 기자

부산일보엔 7명의 젠더위원(위원장 포함)이 있다. 매일 신문 마감 때마다 성평등 관점에서 기사에 문제가 없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이들의 주요 업무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젠더위원회는 5년 6개월 간 운영된 젠더데스크를 이어받아 확대 개편된 조직이다. 젠더 전담 조직의 지속가능성, 성평등 보도에서 나아가 소수자 인권 보도를 위해 고민한 부산일보 구성원이 6개월간의 오랜 숙의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기도 하다.

부산일보 젠더위원회는 편집국 부국장이 당연직 위원장을 맡고, 편집국장·여기자회·기자협회가 2명씩 추천한 위원 6명이 1년 간 활동한다. 2020년 11월부터 초대 젠더데스크이자 마지막 젠더데스크로 일한 김효정 기자의 제안에서 위원회 형태가 처음 나왔다. 지난해 3월 당시 신임 편집국장 취임 전후 차기 젠더데스크를 물색했지만, 다들 ‘현재 젠더데스크만큼 할 자신이 없다’는 부담감을 토로하며 직을 고사했다. 그도 그럴 게 젠더데스크는 전임이 아니라 현장 기자 일과 겸직하는 쉽지 않은 자리였다.

돌아보면 김 기자에게 젠더데스크 일은 “외롭고 매번이 투쟁”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가 처음 제시한 건 ‘5인 위원’ 체제였다. 위원 한 명씩 평일 하루를 맡게 하는 식이었다. 김 기자는 “중요한 건 지속 가능성이었고, 모든 기자의 젠더데스크화였다”고 말했다. “천천히, 끝까지 갈 수 있는 조직을 만들자는 토론이 계속 있었다. 내부에선 젠더데스크라는 이름이 가진 상징성이 크다며 위원회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고, ‘젠더데스크 산하 기자 일부 배치’, ‘다양성 데스크로 전환’ 등의 여러 제안이 나왔다. 부담을 줄이고 여러 사람이 함께 하되, 가장 안정적이고 규칙화된 현재 위원회 형태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동안 젠더 전담 인력이나 조직을 둔 언론사에서도 수익성 문제, 백래시(반작용) 등 여러 판단으로 부침을 겪는 일이 많았다. 2020년 11월 지역 언론 최초로 젠더데스크를 신설한 이후 다양한 연차·성별로 구성된 조직인 젠더위원회로 거듭난 부산일보 사례는 그래서 유념할 만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는 3·8 세계 여성의날을 맞아 올해 처음 제정한 성평등 모범 조직상에 부산일보 젠더위원회를 선정하며 “성평등 보도를 전담자의 업무가 아닌 조직 전체의 책임으로 전환한, 선진적인 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4일 젠더위원회를 대표해 시상식에 참석한 박혜랑 부산일보 기자는 “위원회가 특별한 이유는 조직화됨으로써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근거가 생겼다는 것”이라며 “기존엔 1인 체제다 보니 개인이 개인에게 지적하는 모양새라 힘을 못 받고, 소통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다양한 세대, 직급, 성별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토의된 결과로 설득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 기자가 올 1월에 만든 ‘인공지능(AI) 기반 모니터링’은 위원회 재편 후 성과로 꼽힌다. 성평등 보도 가이드라인을 학습시킨 AI에 기자가 기사 원문을 넣어 가이드라인에 맞게 고쳐진 기사와 비교해 볼 수 있게 만든 툴이다. 박 기자는 “젠더 보도에 있어서 기자들이 현장에서 가장 힘든 상황은 매번 성평등 보도 가이드라인이나 근거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기자들이 직접 젠더위원에 자문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며 “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첫 모임에서 이 의견을 냈고, 마침 AI 스터디를 하고 있어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6년째 젠더 전담 조직이 유지되며 긍정적인 내부 변화를 체감하지만 남은 과제도 있다. 박 기자는 “요즘 AI 이미지를 많이 활용하는데 성별 편향적인 부분이 발견된다”며 “새로운 기술, 콘텐츠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후배들에게 부탁한 건 젠더를 넘어서서 인권과 다양성을 봐야 된다는 것이었다”며 “저 혼자로는 벅찼지만, 6명의 위원으로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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