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중단하면 징역’ 법안에…의료계 “현대판 강제노역”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2026. 3. 1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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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숙 의원, 의료법 개정안 발의
의정사태 등 진료공백 방지 취지
전공의 등 의사단체 반발 확산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 뉴스1

여당이 분만, 투석, 응급의료 등 이른바 ‘필수유지 의료행위’를 중단할 경우 형사 처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자 의료계가 “반헌법적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막고 통제하기 위한 ‘강제노역법’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10일 국회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응급의료, 중환자 치료, 분만 등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행위를 ‘필수 유지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정당한 사유없이 이를 중단할 수 없다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역 환자 건강관리와 의료서비스 향유에 지장이 발생하는 의료행위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업무도 필수유지 행위가 될 수 있다. 필수유지 의료행위를 중단하거나 방해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정의된 ‘필수유지업무’를 의료인에게 적용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2024년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추진에서 비롯된 의정갈등 당시, 전공의 집단사직 상황에서 해당 조항을 적용하지 못했던 한계를 보완하는 데 목적을 둔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의료계는 발칵 뒤집혔다. 집단사직을 주도했던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보건의료 현장의 본질적인 구조를 외면한 채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 인력을 국가 통제 아래 두고 강제로 동원하겠다는 초헌법적 발상”이라며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의정 사태로 인한 의료 대란은 정부의 일방적이고 폭압적인 정책 추진이 원인”이라며 “국가 위기 상황을 자의적으로 정의하고 의료 인력을 강제로 배치·동원하겠다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외면한 채 현장 의사들을 법적으로 겁박하면 된다는 부적절한 발상”이라고 날을 세웠다. 전공의들이 왜 미래를 포기하고 사직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법으로 묶어두고 강제로 일하게 만드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현대판 강제노역’이며, 국제노동기구(ILO)가 채택하고 한국 정부도 비준한 제29호 ‘강제 노동(Forced Labour) 금지’ 협약에도 정면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의대 교수들은 전일(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개정안을 폐기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의대교수협)가 이날 공개한 의견서에는 “개정안이 헌법상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형사처벌로 계속근무를 강제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복지부령으로 필수유지 의료행위를 정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도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고 봤다. 또한 노동조합법, 현행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과 진료거부 금지, 응급의료법, 전공의법과 법체계상 정합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의대교수협은 이날 성명에서 ”개정안은 구조적 원인을 외면한 채 의료인 개인의 중단행위만 형벌로 통제하려 하고 있다”며 즉각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해당 법안은 공개적 집단행동을 억누르는 대신 필수과 지원 기피, 당직·온콜 회피, 고위험 진료 축소, 지역의료 이탈을 심화시켜 필수의료 기반을 붕괴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것”이라며 “국회는 처벌입법을 멈추고 필수의료 붕괴를 초래한 구조적 실패에 대한 검증과 시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의사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의사회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게 적용되는 필수유지업무 개념을 의료인 개인에게 직접 적용하는 것으로 사실상 의사 개인에게 국가가 의료행위를 강제하고 이를 어길 경우 형사처벌까지 가하는 구조”라며 “이러한 발상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규제가 단순한 형사처벌에서 그치지 않고 의료인 면허취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성남시의사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개정안은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와 ‘강제노역 금지’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위헌적 입법”이라며 “노동조합법으로 막을 수 없으니 의료법으로 묶겠다는 발상은 입법권의 남용이자 꼼수 행정의 극치”라고 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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