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겨울 이어 봄 가뭄 기후변화가 보내는 ‘경고장’ [지구,뭐래?]
시베리아 고기압의 ‘블로킹’이 원인
고온건조 봄날씨 ‘산불’ 위험 가중
최근 10년, 3·4월 산불 가장 많아
는 더 나은 선택은 무엇일까요. 여러분이 꼭 알아야 할 현실적인 지구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겨울 가뭄으로 식수난을 겪고 있는 전남 완도군 노화읍 넙도에 급수차량이 물을 공급하고 있는 모습. [연합]](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0/ned/20260310114502178lxrk.jpg)
당장 먹고살기도 바쁜 요즘. 기후변화에 맞선다는 게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절망적인 뉴스, 도저히 바뀌지 않는 현실을 접할 때면 “내가 해봤자 뭐 하겠어”라는 자조가 절로 나옵니다. 하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작은 노력, 어쩌면 티끌같은 실천들이 모여 태산같은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거창한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마주한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 지구는 어떤 상황일까요.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더 나은 선택은 무엇일까요. 여러분이 꼭 알아야 할 현실적인 지구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차라리 폭설이 왔으면 좋았을 걸…”
추웠다가 더웠다가, 유독 변화무쌍한 날씨가 펼쳐진 이번 겨울. 그중에서도 유독 뚜렷한 변화를 보인 지표가 있다.
바로 ‘강수량’이다. 전국적으로 예년에 비해 절반 수준밖에 눈·비가 내리지 않은 것이다. 그야말로 ‘겨울 가뭄’이 나타난 셈이다.
문제는 본격적인 봄이 시작됐지만, 추세에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올봄 강수량 또한 예년에 비해 적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후변화라는 이름처럼, 점차 극단으로 치닫는 날씨 패턴. 갈수록 ‘재난’에 대한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올해 봄의 경우, 고온건조 현상에 따른 ‘산불’이 가장 큰 복병이다. 특히 3~4월 대형 산불 발생 시기가 시작되며, 산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기상청이 발표한 2025년 겨울(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기후 특성 자료를 보면, 지난겨울 전국 평균 강수량은 45.6㎜로 평년(1991~2020년 평균) 겨울 강수량(89㎜) 대비 53%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강수량이라고 하면 ‘비’의 양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강수량은 일정 기간에 내린 비, 눈, 우박 등 모든 물의 양을 측정한 값이다. 이번 겨울, 하늘에서 떨어진 물의 양이 평균 절반 수준에 그쳤다는 얘기다.
이는 흔한 현상이 아니다. 지난 겨울은 기상 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되며 각종 기상 기록 기준점이 되는 1973년 이후 약 7번째로 강수량이 적었다. 12월은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올해 1~2월 전국적으로 눈·비가 적게 내리며 이같은 기록을 이끌었다.
기상청이 밝힌 겨울 강수량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은 대기 흐름이 막히는 ‘블로킹 현상’ 때문이다. 겨울철에는 보통 서쪽에서 동쪽으로 바람이 흐르며 저기압이 지나간다. 이 경우 비나 눈이 내린다. 하지만 올해 겨울에는 시베리아에서 온 강한 고기압이 오래 머무르며, 바람 흐름이 막혔다. 이번 겨울, 특히 1월이 유독 추웠다고 느껴지는 이유도 이와 같다. 1월에 장기간 유입된 공기는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 춥기도 하지만 건조한 게 특징이다.
심지어 ‘겨울 가뭄’이 새로운 날씨 패턴으로 정착한 것도 아니다. 최근 겨울 강수량 변동 폭은 더 극단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2019년 겨울은 역대 4번째로 강수량이 많았고, 2021년 겨울은 강수량이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다. 2023년 겨울 강수량은 역대 최대치였다. 2024년과 2025년 겨울은 각각 4번째와 7번째로 강수량이 적었다.
이를 기후변화로 설명하는 연구도 적지 않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지역이 따뜻해지면, 북극과 우리나라가 있는 지역 사이의 온도 차는 줄어든다. 그런데 온도 차이는 바람의 힘을 강하게 만드는 원인. 결과적으로 바람이 약해지며 흐름이 한곳에 오래 머무는 현상이 강해진다.
이때 극단적인 날씨 패턴이 나타날 수 있다. 건조한 공기가 오래 머물면 가뭄이 길어지고, 반대로 비구름이 오래 머물면 폭우나 폭설이 나타난다. 쉽게 말해, 기후변화가 강해질수록, 눈·비가 쏟아져 내리거나 거의 눈·비가 오지 않는 두 가지 극단적인 패턴이 반복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재난’이다. 그중에서도 올해 주목되는 것은 ‘산불’이다. 낮은 강수량으로 인해 숲이 건조해지기 때문이다. 봄이 왔다고 안심할 수도 없다. 봄철은 대형 산불 위험이 가장 큰 계절. 심지어 올봄 강수량 또한 평년에 비해 낮은 수준일 것으로 예측된다.
기상청이 발표한 3개월 전망(2026년 3월~5월) 자료에 따르면 올 3월 평년보다 강수량이 적을 확률은 5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비슷할 확률은 40%, 더 많을 확률은 10%로 추산됐다. 4월 또한 평년보다 강수량이 적을 확률이 4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최근 10년(2016~2025년) 통계를 살펴보면, 3월과 4월 봄철에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했다. 아울러 산림 피해 면적의 80% 이상이 3월에 집중되며, 대형 산불에 대한 우려가 크다. 지난해 국토 1% 가량을 불태운 대형 산불 또한 이 시기에 발생했다.
산불을 유발할 수 있는 인간 활동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 최근 날씨가 따뜻해지며, 등산객 등 입산자 수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주요 산불 원인 중 하나인 영농 부산물·폐기물 소각 또한 한 해 농사를 앞둔 지금 시기에 활발히 이뤄진다. 정부 또한 대형 산불 예방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산림청은 산불 예방을 위해 ▷입산 시 성냥·라이터 등 화기 소지 금지 ▷야영·취사는 허가 구역에서 실시 ▷논·밭두렁 및 영농부산물·쓰레기 무단 소각 금지 ▷산행 및 산 인근 도로 운전 시 흡연 및 담배꽁초 무단 투기 금지 등을 당부하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올해는 건조한 날씨와 강풍 등으로 예년보다 산불이 더욱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작은 불씨 하나가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국민 모두가 산불 예방에 적극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산불 발생 빈도가 높은 동해안 지역의 산불 발생 우려는 다소 사그라들었다. 강원 산지를 중심으로 최고 60㎝가 넘는 폭설이 내리며, 나무와 풀을 적셨기 때문아다. 하지만 올해 강수량 부족 현상은 전국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어, 다수 지역에서 산불 발생 가능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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