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은 형언하기 어려운 생동감이 매력이죠”…체리필터 조유진 인터뷰
(1) 밴드 체리필터 조유진
‘밴드붐’이 돌아왔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음원 차트에서도 록페스티벌 현장에서도 ‘프런트퍼슨’ 이라고도 불리는 여성 보컬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우림, 체리필터, 터치드, 카디, 새소년, 유다빈밴드, 추다혜차지스, 신인류 등은 모두 여성 프런트퍼슨이 이끄는 밴드다. 과거 ‘밴드의 꽃’ 으로만 여겨졌던 여성들의 역할은 이제 무대와 사운드, 메시지를 이끄는 중심축으로 재정의됐다. <2026 프런트퍼슨 연대기>는 현 시기를 대표하는 여성 음악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록 씬을 기록한다.

대중적인 팝록부터 헤비메탈까지, 데뷔 26년을 맞은 밴드 체리필터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장르가 유연한 밴드에 색을 입히는 건 밴드 프런트퍼슨 조유진(49)의 목소리다. ‘록 음악’ 하면 떠오르는 시원시원하면서도 호소력있는 조유진의 보컬은 유일무이하다. 그는 체리필터의 곡 대부분을 함께 작사, 작곡하기도 했다.
2014년 마지막 싱글 앨범 발매 이후 잠시 휴지기를 가졌던 체리필터는 2022년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통해 무대에 복귀했다. 지난해에는 각종 대학축제에서 공연했고, 지난 2월에는 단독 콘서트 <체리 뉴 이어>를 개최했다. 2000년대 초반 발매된 체리필터의 음악은 20·30세대에게 사랑 받는 등 역주행하고 있다.

악기를 모르니 보컬을 하겠다는 단순한 발상
록 음악 붐과 함께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조유진을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체리필터 작업실에서 만났다. “록이 주는 에너지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아요. 록 공연은 형언하기 어려운 생동감이 있어요. 보는 내가 미치는 느낌이랄까요. 그런 현장에 맛 들이면 다른 공연은 심심해 보이죠.”
그가 활동하는 체리필터는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각종 대학 축제에 초대되는 것은 물론 지난 2월 열린 단독 콘서트 <체리 뉴 이어>는 예년 공연보다 규모를 3배 가량 키워 치뤘을 정도다. 20대 여성부터 중장년의 남성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팬들이 콘서트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록이라는게 기득권 세대에 반항한다는 취지로 젊은 음악이잖아요. 근데 저희 공연에 오시면 중장년층도 많아요. 젊을 때 들었던 음악이 평생 가는거겠죠.”
‘해피 데이’ ‘낭만고양이’ 등 체리필터의 이전 노래들이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사랑받는 것을 두고는 “록이 청춘의 음악이니만큼 나이대의 감성을 건드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4집 타이틀곡 ‘해피데이’는 그가 가장 아끼는 곡이기도 하다. “밴드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 같이 요절한 천재들을 보고 ‘나 천재는 아닌가 보다’ 하면서 가볍게 쓴 가사였어요. 근데 3,40대를 지나니까 갈수록 좋더라고요. 최근에는 ‘진짜 명작이다’ 생각까지 했죠. 나이가 들 수록 인생에 쉬운 해결책은 없고, 성숙해지긴커녕 마음은 17살에 멈춰있어요.”

여성 프런트퍼슨들이 최근 밴드열풍을 이끄는 현상에 대해 물었다. “남성 밴드는 시나위 같은 파워풀하고 전형적인 밴드 이미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반대로 여성의 경우 정말 다양한 장르와 색채의 음악을 하고 있죠. 새로운 음악에 대중들이 환호하는 것 아닐까요.”
조유진은 1996년 미국 어학연수 시절, 현지의 록문화를 접하면서 밴드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당시 미국은 너바나, 앨라니스 모리셋, 라디오 헤드 등이 휩쓸면서 거친 그런지 문화가 자리를 잡은 시기였죠. 길가를 걷기만해도 서점에서 하는 라이브 공연을 볼 수 있었어요.”
조유진은 그해 가을 귀국하자마자 밴드를 하겠다는 다짐을 행동으로 옮겼다. “밴드를 너무 하고 싶은데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없으니까 보컬로 지원했어요. 단순하죠. 노래를 어디서 배웠다거나 잘하는 것도 아니었어요. PC 통신을 통해서 밴드에 들어왔는데, 당시에는 클럽에 방을 붙이는 방식이 흔했어요.” 체리필터는 조유진 보컬 체제로 1997년 결성됐다.
당시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은 홍대 인디 클럽 문화가 부흥하며 윤도현밴드, 크라잉넛, 노브레인, 자우림 등 많은 밴드가 탄생했던 시기다. 자우림 김윤아 등 여성 프런트퍼슨이 하나 둘 등장했지만, 그런지와 헤비록의 영향을 많이 받은 ‘정통 록’ 스타일의 체리필터 캐릭터는 독보적이었다.
특히 데뷔 2년 차에 발매한 2집 앨범<Made in korea?>의 타이틀곡 ‘낭만 고양이’로 전국민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후 ‘오리날다’ ‘달빛소년’ ‘피아니시모’ 등 여러 히트곡을 남겼다. 다만 아이돌 음악의 대중화 등으로 록밴드 인기는 시들해졌고, 체리필터도 그런 흐름을 피해나갈 수는 없었다.

코로나 이후 찾아온 밴드 붐과 제2의 전성기
주줌했던 록 음악계는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페스티벌 수요와 맞물려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다. 체리필터도 2022년과 2023년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무대에 서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그는 2022년 펜타포트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20년 뒤 펜타포트에서 다시 만나자”고 했는데, 당시 했던 말을 되새기면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나이든 거장 가수분들의 무대를 봐요. 빌리 조엘의 ‘피아노 맨’ 무대를 보는 데 정말 멋지더라고요. 보면서 나도 할 수 있을까. 힘을 많이 얻어요”
다만 대중음악이 소속사와 연습생 체재로 개편되며, 대중 밴드들이 개성이 사라진 최근 음악계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언더그라운드에서 발군인 음악가들을 메인 스트림에서 데려가는 식이었어요. 근데 오디션 시스템이 들어오면서 실용음악을 전공한 친구들이 늘었어요. 정교한 음악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낼 수 있는 색이 있는데, 아쉬운 점이 있죠. 제 경우에는 밴드선배 합주실에서 빌붙어 있었던 6개월이 모든 음악의 원천이에요.”
최근 주목하고 있는 아티스트로는 ‘극동아시아타이거즈’와 ‘터치드’를 꼽았다.“극동아시아타이거즈는 공연을 정말 잘하더라고요. 앞으로는 공연 라이브 문화가 자리 잡히면서 라이브를 잘하는 팀이 두각을 드러낼 것 같아요.”

체리필터는 2014년 싱글 앨범 <안드로이드> 발매를 마지막으로 신곡을 내지 않았다. 인터뷰나 공연장에서는 ‘곧 앨범으로 찾아뵙겠다’고 했지만, 앨범 발매는 이뤄지지 않았다. “써놓은 곡은 많지만 리스너분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 또 저희가 만족할만한 음악인지를 계속 고민하다보니 미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체리필터는 올해도 수많은 페스티벌 무대에 설 예정이다. “밴드를 음악으로만 생각하면 정말 하기 힘들어요. 오빠들(멤버들)을 나와 인생을 함께하는 반려자들이라고 생각하죠. 새로운 앨범이 나오더라도 히트보다는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나에게 설득이 안 되는 음악으로 남을 설득하긴 힘들잖아요. 그리고 올해 안에는 꼭 컴백할(앨범을 낼) 겁니다.”
서현희 기자 h2@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 미 국방 “오늘 이란 공습 가장 격렬한 날 될 것”
- 엔화가 ‘반값’에 팔렸다…토스뱅크 앱서 환전 오류
- “여성 정치세력화 소홀했던 점 반성···윤석열의 총리 제안엔 ‘내게 수치’라고 거절” [단도
- 현직 부장판사, 조희대 향해 “결자해지” 직격···“신뢰 잃은 사법부, 리더십 위기”
- 오늘 ‘첫 상장’ 코스닥 액티브 ETF 흥행했나?···바구니에 담은 종목은?
- [시스루피플] 국가 안 불러 “전시 반역자”된 이란 여자 축구선수들···5명 호주로 망명
- [속보]‘모텔 연쇄살인’ 김소영 재판행···검찰 “가정불화로 사회화 안돼, 이상동기 범죄”
- “이란 미사일 기지 80% 제거” 자랑한 트럼프, 전쟁 종료 시점엔 “꽤 빨리, 곧”
- 4500원짜리 담배, 호주서 1만3000원에 되팔이···담배 90만갑 밀수출로 100억 챙겼다
- ‘3억원 돈다발’ 든 가방이 지하철에···역 직원 신고로 2시간 반 만에 주인 찾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