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기후투표’ 될까…유권자 절반 ‘정당’보다 ‘기후공약’

기후변화로 대형 산불과 가뭄, 극한호우와 폭염 등 극단적인 재난이 어느새 일상이 됐습니다.
다가오는 6월 3일 선출돼 2030년까지 지방정부를 이끌 민선 9기는 이런 기후위기 상황에서 효과적인 기후 정책을 마련하고 이끌어나갈 책임을 짊어진 셈입니다. 지방선거를 약 석 달 앞둔 지금 유권자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시민단체 '기후정치바람'이 어제(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전국 유권자 1만 7천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후위기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 응답자 53.5%… '지지 정당'보다 '기후공약' 선택
먼저 '2026년 지방선거에서 기후위기 대응 공약이 마음에 드는 후보가 있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습니다.

응답자 절반 이상인 53.5%가 '평소의 정치적 견해와 다르더라도 투표를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어서 '잘 모름'이 23%, '공약과 관계없이 평소에 지지하던 정당의 후보에 투표하겠다'가 22.4%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유권자가 기후투표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현실적 가능성이 낙관적이지는 않다"면서도 "'지지 정당이 달라도 기후투표를 고민하겠다'는 응답이 50%가 넘는 건 허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서 대표는 "2024년, 2025년 조사에서도 항상 이 정도 볼륨이 그렇게 답했다"며 "유권자들이 기후공약뿐 아니라 공약을 보고 투표한다는 것을 믿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 '전기요금 차등제' 찬성 63%…'불리한 수도권도 찬성률 높아'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에너지를 생산한 지역에서 그 에너지를 소비하는 '지산지소' 정책을 강조해 왔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도 "지방에서 전기를 수도권으로 끌고 오느라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는데, 수도권 전기요금이 전국과 똑같다 보니 생산 지역은 억울하게 손해를 보고 집중 사용 지역은 부당하게 이익을 보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칙대로 생산비가 싼 데서 쓰는 건 싸게, 송전 비용을 포함해 비싼 데는 비싸게 가격을 책정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전기요금 차등제에 대해 응답자의 63% 이상은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도입될 경우 상대적으로 불리한 수도권에서도 서울 59.7%, 경기 62.8%, 인천 64%로 찬성률이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습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전기요금 차등화 계획이 2024년에 나와 3년째 논의되면서 유권자들이 제도를 수용하게 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송배전 거리가 멂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혜택을 보는 산업에 대해 (차등제를) 우선 적용해야 한다"며 "(순차적으로) 가정용에 대해서도 적용해야지만 현재 전기 사용량을 줄여나갈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 충청으로 넘어가는 서울 쓰레기…충북 응답자 50.7% "금지해야"
수도권에선 올해 1월 1일부터 '생활 쓰레기 직매립 금지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쓰레기를 매립지에 바로 묻지 않고 소각이나 재활용을 거친 뒤에만 매립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수도권 이외의 지역은 이 같은 직매립 금지제도가 2030년 1월부터 시행됩니다.

문제는 현재 서울의 공공소각장(자원회수시설)이 단 4곳(강남, 노원, 마포, 양천)이라는 점입니다. 21개 자치구는 타지역 민간 소각장으로 이른바 '원정 소각'을 보내고 있습니다. 기후부 조사 결과 수도권 직매립 금지제도가 시행된 첫 달인 지난 1월 한 달간 직매립 금지 대상 생활폐기물은 24만 7천 톤 발생했는데, 이 중 15%인 3만 7200톤이 민간 소각장에서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전체 발생량의 1.9%에 해당하는 4800톤은 권역을 넘어 '충청권 소재의 민간업체'에서 처리됐습니다.
수도권의 쓰레기를 지방에서 처리하는 이 상황에 대한 서울과 충북 유권자들의 입장은 엇갈렸습니다.
서울 유권자들은 '소각장이 없는 서울의 21개 구 쓰레기를 다른 지역에서 처리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있다. 어떤 방법이 바람직하냐'고 물었을 때, '신규 소각장 건설, 폐기물 감축 등으로 서울시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응답이 39.3%, '비용을 지불하고 다른 지역 민간 소각장에 보내 해결해야 한다'는 응답이 39.1%로 나타났습니다. 21.4%는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반면 충북 주민들은 응답자의 절반 이상(50.7%)이 수도권의 생활폐기물 반입을 전면 금지하거나 총량 제한을 두고 금지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서 대표는 이런 응답 결과를 두고 "현재 소각 문제는 서울과 충북의 문제이지만, 향후에는 직매립이 전국적으로 금지되기 때문에 국가적 단위에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홍수율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도 "현재는 수도권에서 충청에 가는 쓰레기가 전체의 2%밖에 안 된다고 하지만, 1년 전체 계약 물량을 따지면 앞으로 물량은 더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기후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뿐만 아니라 지역 지자체와 만나서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찬성 70% 넘어…신규 원전 건설은 반대
정부가 2040년까지 목표하고 있는 '석탄 발전 폐지'에 대해선 응답자의 72.2%가 매우 찬성, 또는 어느 정도 찬성 의견을 보였습니다. 특히 현재 석탄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는 충남과 경남, 강원에서도 70% 안팎의 찬성 의견이 나왔습니다.
거주지 인근에 신규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에 대해선 대체로 반대 의견 46.7%로 찬성 의견 38.5%를 앞섰는데, 경북에서만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5%포인트 넘게 우세했습니다.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에 대해선 찬성 54.9%, 반대 26.1%로 전 지역에서 찬성 입장이 앞섰습니다.
■ "1.5도 경계선 넘을 수도"…기후위기 속 지역경제 해법 찾아야
민선 9기의 임기인 2026~2030년 사이에 '1.5도 경계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이른바 '기후위기 저지선'으로 불리는 '1.5도 경계선'은 국제사회가 2015년 파리협정을 통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겠다'며 세웠던 목표입니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장은 "민선 9기가 굉장히 중요한 기후 경계선을 넘는 것을 직면해야 하는 지방정부이고, 그렇기 때문에 기후 문제 관련 중요 정책이 채택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소장은 "지난 4년간 민선 8기의 중앙 정부는 기후 정책에 대해 상당히 비우호적이었고 지방정부도 능동적인, 적극적인 정책을 세우지 못했다"며 "기후와 복지, 기후와 지역경제를 잘 연결하는 정책을 제안하고 공약으로 만들면 유권자의 지지를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조사 개요]
-조사 대상: 전국 18세 이상 시민
-표본 오차: 전국 ±0.8포인트 (95% 신뢰수준)/ 광역 ±2.0~±3.5 포인트
-표집 방법: 17개 광역시도 유의할당 후 각 광역 내 성별, 연령대별, 권역별 인구 구성비를 따르는 할당 추출
-조사 기획 및 분석: 기획/분석 [기후정치바람], 조사 시행 [메타보이스]
-조사 방법: 온라인패널 (피앰아이)에 이메일로 웹 설문 링크를 발송하는 방식의 인터넷 조사
-조사 기간: 2026년 2월 2일~2026년 2월 23일
(사진 출처: 녹색전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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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희 기자 (jj@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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