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지연에 공사비까지 폭증”… 노란봉투법 시행에 건설사 바짝 긴장

정해용 기자 2026. 3. 1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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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부터 시행, 원청 부담 커질 듯
파업으로 공사 기한 연장 가능성
美는 파업을 ‘불가항력’ 인정
공사비 오르고 정비사업 사업성 악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집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 등이 행진하고 있다. / 연합뉴스

10일부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서 전국 건설 현장에서 원청업체를 상대로 한 하청업체 노조의 교섭 요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노동 쟁의(파업)가 늘어나면 공사 기한 연장, 공사비 증가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무더기 교섭 요구에 노출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 책임 강화 ▲노동 쟁의 범위 확대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제한 등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개정 시행령을 심의·의결했고 같은 날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도 확정했다.

원청의 하청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 책임 강화는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았어도 사실상 고용한 것으로 보일 경우 이 근로자들에게 책임을 다하라는 의미다. 이를 ‘사용자성’이라고 하는데, 노란봉투법에 따라 원청에 대한 하청 근로자의 사용자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해석지침에서는 사용자를 ‘계약사용자’와 ‘계약외사용자’로 나눴다. 계약사용자는 근로자와 직접 계약 관계에 있는 사용자(하청업체 등)이며 계약외사용자는 근로자와 계약 관계가 없는 제3자이지만 계약사용자와의 관계 등에 의해 계약사용자 소속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규정했다. 원청업체들은 계약외사용자로 해석될 수 있는 셈이다.

조남홍 노무법인 대보 대표는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기준 지침을 정부에서 제시했지만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결국 사용자성의 최종 판단은 법원에서 재판을 통해 이뤄지게 될 것이고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해석지침에서는 작업 방식도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주요 기준으로 제시했다. 계약외사용자(원청)가 작업공정의 구성, 작업 속도, 작업표준 및 절차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경우는 사용자성이 인정될 여지가 크다는 의미다.

이런 기준도 사업자성을 판단할 때 원청인 건설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유일한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 사업장 내의 각 공사는 하청업체들이 개별적으로 수행하지만 전체 사업장의 공정과 안전, 품질은 원청이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다”면서 “원청이 개별 공사 작업 방식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 공기 지연은 불가항력 적용 안 돼

건설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하청 근로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쟁의(파업) 활동을 하고 이게 공사 중단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공사 기한이 늘고 발주처와 약속한 준공 기일을 맞추지 못하면 모든 책임은 원청인 건설사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준공 지연에 따른 벌금인 지체상금은 준공 예정일 이후 부과되는데 보통 공사 계약금의 0.05%를 매일 지급해야 한다. 1000억원짜리 공사는 매일 5000만원의 지체상금이 부과되는 셈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주요국에서는 쟁의에 따른 공사 지연도 불가항력으로 인정해 지체상금을 면제한다. 미국 연방조달규정(FAR)에는 불가항력 사유에 노동 쟁의(strikes)와 운송 중지 조치, 화물의 봉쇄(freight embargoes)를 명시해 놨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계약 상대자가 예측할 수 없는 노동 쟁의나 운송 중지 조치, 화물의 봉쇄 등에 따른 공사 현장의 일시 중지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불가항력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노란봉투법 도입에 따른 전국 또는 지역 단위 쟁의 증가의 피해가 고스란히 건설사에 부담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센터장은 “춘투나 하투처럼 전국적으로 또는 광역지자체 단위로 벌어지는 원청이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해외에서처럼 불가항력으로 인정해 원청업체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고려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공사비 증가 등의 영향도 우려된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대형 건설사가 주로 하청 근로자 쟁의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쟁의로 인한 공사 기한 증가와 원가율 상승으로 재건축과 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사업성도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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