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물러섰던 정성호, 보완수사권은 사수?
鄭 “檢 보완수사권 필요” 뜻 확고
법조계 “구청도 민원인 얘기 듣는데 보완수사 당연”

검찰 개혁과 관련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자, 10일 법조계에서는 검찰 개혁 법안과 관련해 앞서 두 차례 자신의 뜻을 접었던 정 장관이 이번에는 검찰(공소청) 보완수사권 유지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정 장관은 전날 페이스북에 “형사사법제도는 국민 모두의 것”이라며 “내 뜻과 다르다 하여 일부 조항을 확대 해석하고 오해해 반개혁으로 몰아가는 일각의 문제 제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사실과도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검찰 직접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 폐지, 오는 10월로 예정된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립 등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추진한 형사사법제도 개편을 언급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을 완수하고, 제기된 오해와 잘못된 사실은 충분한 소통으로 바로잡겠다”고 했다.
작년 7월 이재명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에 취임한 정 장관은 검찰청의 수사 기능을 떼어내 만들기로 한 중수청을 어느 부처 산하에 둘지를 두고 민주당 강경파와 충돌했었다. 정 장관은 법무부 산하에 둬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강경파가 주도한 민주당 당론에 따라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작년 9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후 정부는 중수청 설치 법안을 마련해 지난 1월 입법예고했다. 중수청의 수사 대상 범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마약·국가보호(내란·외환)·사이버 등 9대 범죄로 정하고, 조직은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가 할 수 있는 수사사법관과 전문수사관으로 이원한다는 내용이었다. 법무부도 참여한 국무조정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이 만든 법안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민주당 강경파는 “현재 검찰청과 다를 게 없다”며 반대했다. 결국 정부는 공직자·선거·대형참사 범죄는 중수청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인력도 수사관 단일 직급 체계로 바꾸는 내용으로 법안을 수정해 지난 3일 확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 장관이 정작 ‘검찰 개혁’ 관련 법률 제·개정 과정에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본격화할 검찰 보완수사권이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 검찰 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한 현직 차장검사는 “결국 정 장관도 정치인이고, 강성 지지층을 의식할 수밖에 없지 않았겠냐”고 했다.
반면 정 장관이 검찰의 보완수사권만큼은 장관 취임 직후부터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 장관은 그동안 “형사사건 수사와 기소 분리가 원칙”이라면서도 주변에 “수사와 기소의 주체가 다른 게 핵심이고, (1차 수사기관에 대한) 사법통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정 장관과 같은 생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과 8일 X(옛 트위터)에 “필요한 개혁을 하더라도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며 모두를 개혁 대상으로 몰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집권 세력이 됐다고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했다. 이는 중수처법과 공소처법 정부안을 대폭 손질하겠다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강경파를 겨냥한 이 대통령의 ‘경고’라는 해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검찰이 수사 개시를 하지 못하는 공소청으로 바뀌더라도, 보완수사권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개혁추진단이 작년 12월부터 올 1월까지 설문조사한 결과 판사(80%)·변호사(75%)·법학 교수(79.2%) 대부분이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류영재 의정부지법 남양주판사도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검찰권 남용을 막기 위해 (보완수사권 폐지 등) 아예 검사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자는 게 ‘검찰 개혁’이라면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주민센터나 구청에서 민원 처리할 때도 민원인 고충을 듣는 게 원칙”이라면서 “준사법기관인 검찰(공소청)이 보완수사를 하지 못한다는 얘기는 피의자를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는 형사재판에 넘길지 말지를 결정할 때 기록만 보고 당사자 얘기는 듣지 말라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도 “정 장관이 정부조직법을 개정할 때도, 공소청법·중수처법 제·개정 때도 당론을 따르겠다며 사실상 양보했는데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정부와 함께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의 자세가 아니다”고 했다.
검찰개혁추진단은 검찰 보완수사권 등 형사소송법 쟁점과 관련해 다음 달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일환으로 오는 11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회관에서 대한변호사협회와 공동으로 ‘수사기관 역량 강화를 위한 공청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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