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설비점검 앞당기고 농가는 비룟값 걱정···중동 정세 악화에 전북 민생경제도 시름

김창효 기자 2026. 3. 1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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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상승에 화물차 기사들 부담 호소
전북 전주의 한 주유소 모습. 김창효 선임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에 의해 봉쇄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북 지역에서는 주유소 가격이 빠르게 오르며 물류와 농업 등 경유 의존도가 높은 민생 현장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1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북 지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99원, 경유는 1916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8일 휘발유 1688원, 경유 1587원과 비교하면 열흘 사이 각각 200원 안팎 상승한 수준이다.

이 같은 상승세는 국제 원유 시장의 급등 흐름과 맞물려 있다. 이란의 해협 봉쇄 소식이 전해지면서 텍사스유(WTI)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전 거래일 대비 약 31% 급등하며 배럴당 119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항로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원유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여파가 국내 유가에도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먼저 부담을 체감하는 곳은 물류 현장이다. 경유 차량 비중이 높은 화물·택배 기사들은 유가 상승이 곧바로 수입 감소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10년 넘게 화물차를 운행해 온 이상현씨(54)는 “장거리 운행을 다녀오면 예전보다 주유비가 6만~7만 원 정도 더 든다”며 “운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비용만 늘어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화물차 기사 상당수는 회사 소속이 아닌 개인사업자 형태의 특수고용 노동자로, 유가 상승분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정부가 유가연동보조금 지급 기한을 오는 4월 말까지 연장했지만 최근 상승 폭을 고려하면 체감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가 상승의 여파는 농촌과 산업 현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농기계에 사용하는 면세유 가격뿐 아니라 비료와 농자재 가격이 유가 변동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전북 지역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유가가 오르면 비료와 농자재 가격이 함께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며 “농산물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는 상황이라 생산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계에서도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전주에 공장을 둔 휴비스 전주공장은 원유 가격 상승으로 석유계 섬유 원재료인 테레프탈산(TPA) 가격이 오르면서 생산 원가 압박이 커지자 14일부터 예정돼 있던 일부 설비 유지보수 작업을 이날부터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 육상 물류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유지보수 일정을 조정한 것이다.

휴비스 관계자는 “원가 부담과 물류비 상승 등을 고려해 설비 점검 일정을 예정보다 앞당겼다”고 밝혔다.

서영민 전북도 기업애로해소과장은 “중동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물류와 농업, 제조업 등 지역 경제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예비비 확보 등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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