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충격'에 亞 각국 '에너지 자구책'
中·태국 석유제품 수출 중단…연료 절약 확산
IMF “고유가 장기화 땐 세계경제 저성장 위험”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세계 원유 해상 운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에너지 공급망에 혼란이 발생하자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각국이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에너지 판매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거나 다른 나라로의 수출을 중단하는 국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세계 경제가 연 3%대 초반의 완만한 성장으로 자리잡는 모습이었지만 지금 같은 고유가가 계속될 경우 저성장 시대를 촉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한국 정부에 따르면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약 7개월 분의 비축량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미 휘발유와 경유 등 주유소 판매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원유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방글라데시는 지난 6일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주유소에서 구매 가능한 연료량을 제한하는 조치를 도입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하루 구매량을 승용차는 최대 10ℓ, 대형 트럭 등은 220ℓ로 제한했다. 방글라데시 국영 석유공사는 이번 조치가 사재기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동 등에서 수입한 원유를 국내에서 정제해 석유와 경유 제품을 수출하는 태국은 지난 1일부터 석유 수출을 원칙적으로 중단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중국 정부도 대형 정유사들에 대해 휘발유와 경유 수출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면서 동시에 원유를 휘발유 등 석유 제품으로 정제하는 능력에서도 최대 규모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은 국내 소비용이기 때문에 동남아 등 수출 시장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며 국내 수요를 우선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고 아사히는 말했다.
연료 사용을 제한하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실권을 장악한 군부가 지난 3일 자동차 사용 규제를 발표했다. 지난 7일부터 차량 번호가 짝수로 시작하면 짝수일, 홀수로 시작하면 홀수일에만 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다.
라오스 정부도 지난 2일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승용차 사용을 자제하고 연료 과다 사용을 피하라고 요청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3일 필리핀 정부 기관과 국민에게 에너지 절약 조치를 시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대중교통 이용과 차량 공동 이용을 권장하고 이동을 줄이기 위해 재택근무를 권장했다. 또한 냉방 온도를 24도 이상으로 설정하도록 요구했다.
원유의 약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인도에서는 하르딥 싱 푸리 석유·천연가스 장관이 지난 3일 "휘발유 등 주요 석유 제품 재고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지난 7일 정부 관계자가 자동차용 휘발유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지난 5일부터 액화석유가스(LPG)의 가정용·상업용 공급에는 제한이 적용되면서 향후 공급 부족과 가격 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경제는 최근 연 3%대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2023년 이후 2000~2019년 평균 성장률(3.7%)을 한 번도 넘지 못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전에도 IMF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3.3%, 3.2%로 전망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 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해 "중동 정세 악화로 세계 경제의 회복력이 다시 시험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유 가격이 10% 상승하면 세계 물가를 0.4% 끌어올리고 생산량을 0.1~0.2% 낮출 수 있다며 아시아를 포함한 여러 국가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지난 5일 언론 인터뷰에서도 아시아의 원유 수입국, 태평양 도서국, 부채가 많은 저소득 국가에서 중동 정세의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IMF가 이미 여러 회원국과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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