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6, 7명 중 1명 비만… 약에만 의존하면 요요현상 빨라져
몸무게 3%만 줄여도 간 건강에 긍정적
비만 치료제 청소년도 사용 가능하지만
운동으로 살 뺀 경우보다 요요 속도 4배

우리나라 청소년(12~18세) 6, 7명 중 1명(15.1%)이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비만 아동의 약 40%가 지방간을 앓고 있는 데다, 소아·청소년 때 비만이면 성인이 돼서도 비만일 가능성이 높아 고혈압과 당뇨병 같은 대사질환 관리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최근 청소년도 비만 치료제를 쓸 수 있게 됐지만, 약 중단 이후 체중이 다시 느는 요요현상을 피하려면 생활습관 관리가 필수다.
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2022~2024년 청소년의 비만 유병률은 15.1%로, 10년 전인 2013~2015년(11.5%)보다 3.6%포인트 높아졌다. 소아(6~11세)의 경우 같은 기간 8.7%에서 13.6%로 4.9%포인트 늘어 비만 증가 속도가 더 가파르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연령별 체질량지수(BMI)가 95백분위수 이상인 경우를 의미한다. 100명을 체중이 많이 나가는 순서대로 줄 세웠을 때 5번째 이내, 즉 상위 5%에 해당하면 비만으로 분류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비만연맹이 ‘세계비만의날(매년 3월 4일)’을 정했을 정도로, 비만은 심각한 문제다. 소아 비만이 지속되면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성인병이 어린 나이에 나타날 수 있다. 혈액 속 콜레스테롤과 지방이 늘면 혈관 벽에 쌓여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동맥경화로 이어질 수 있고, 이 때문에 심장질환과 뇌졸중 위험도 높아진다.
간에 지방이 쌓이면 지방간이 생기고, 심한 경우 지방간염이나 간경화로 진행된다. 류인혁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국내 비만 아동의 약 40% 이상에서 지방간이 발견된다”며 “외래 진료를 보면 10세 이상 비만 환자에게 지방간이 흔히 있고, 8~9세 아동에게서도 종종 확인된다”고 말했다.
간에 지방이 쌓이고 염증이 생기면 간에서 특정 물질(헤파토카인)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분비된다. 이 물질은 근육과 지방 조직의 인슐린 작용을 방해해 혈당 조절을 어렵게 만든다. 혈당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으면 남은 포도당이 지방으로 바뀌면서 지방간이 더 심해지고, 이는 당뇨병 발생 위험마저 높인다. 스웨덴에서 소아 비만 아동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연구해보니, 지방간이 있는 비만 아동은 지방간이 없는 비만 아동보다 제2형 당뇨병이 발생할 위험이 약 2.7배 높았다.
다행스러운 건 몸무게를 비교적 조금만 줄여도 간 건강이 나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류 교수는 “체중의 3~5%만 줄여도 간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난다”며 “체중을 7~10% 감량하면 염증이 줄고, 10% 이상 줄이면 간이 굳어지는 섬유화 증세가 호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의 사용 연령을 12세 이상 청소년으로 확대 승인한 것도 꾸준히 높아지는 청소년 비만율을 고려한 조치다. 이런 약은 뇌의 포만감 중추를 자극해 식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약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약물치료 중단 후 몸무게가 빠르게 다시 늘어나는 요요현상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국제학술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에 발표된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위고비'와 '마운자로' 같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중단한 환자들의 체중 증가 속도는 월 평균 0.4kg으로 나타났다.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체중을 줄였다가 중단한 사람들의 증가 속도(월 평균 0.1kg)보다 약 4배 빠른 수준이다. 체중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 걸린 시간도 비만 치료제 중단 집단(평균 1.7년)이 일반 체중 감량 집단(3.9년)보다 짧았다.
2024년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에 실린 연구 결과도 비슷하다. 영국 글래스고대를 비롯한 4개 연구기관은 BMI 30 이상인 성인 670명에게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를 투여했다. 이들에게 젭바운드를 36주 동안 준 뒤, 이후 52주 동안 약을 계속 투여하는 집단과 위약을 맞는 집단으로 나눠 효과를 관찰한 것이다. 그 결과 약을 계속 투여한 집단의 몸무게는 평균 5.5% 더 감소했지만, 위약을 투여한 집단은 약 14% 증가했다.
이들 연구는 식욕을 억제하는 방식만으로는 비만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음식 섭취가 줄면 체중이 감소하지만, 이 과정에서 신진대사에 중요한 근육도 함께 줄어든다. 근육량이 감소하면 기초대사량이 낮아지기 때문에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과잉 에너지 상태가 되기 쉽다. 여기에 약 중단 직후 식욕을 자극하는 호르몬(그렐린)이 증가하면서 체중이 다시 빠르게 늘게 되는 것이다.
체중 관리를 위해선 약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운동과 식단 관리를 병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와 대한비만학회가 공동으로 만든 ‘소아청소년 비만 예방관리수칙’은 △채소와 단백질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간식은 과자나 단 음식 대신 과일과 우유, 무가당 요구르트를 선택하며 △하루 평균 60분 이상 숨이 차는 중·고강도 신체 활동을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지은 일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 비만은 단순한 체중 문제가 아니라 성장기 건강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성질환”이라며 “영양 상담과 운동, 정기 검사로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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