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함정 42척 격침 ‘美 슈퍼 핵항모’… 1개국 공군력 통째로 품었다[10문10답]
베네수엘라 마두로 생포 작전에
美·이란 전쟁까지 연이어 투입
A1B 원자로 2기·함재기 75대
신형 레이더 등 5개 신기술 탑재
건조비 133억달러 초고가 항모
하루최대 270회 작전수행 가능
2번함 케네디호 내년 3월 인도
4번함 밀러호까지 건조 진행중

미 해군 최신예 ‘제럴드 R. 포드호(CVN-78)’ 핵추진항공모함(핵항모)이 연초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생포작전에 투입된 데 이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서 또다시 홍해에 작전 배치됐다. 슈퍼 핵항모 시대가 본격화되는 신호탄이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비싼 전력 함정인 제럴드 포드급 1번함 제럴드 R. 포드호(號)를 기함으로 한 제12항모강습단은 중동 수역에 함께 배치된 에이브러햄 링컨호(CVN-72)가 이끄는 제3항모강습단과 더불어 세계 최강 군사력을 과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두 항모전단이 이란에 대한 역대급 군사 공격인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 개시 사흘 만에 이란 함정 42척을 격침, 이란 해군 전력을 와해시켰다고 밝혔다. 중동 해역에 배치된 미 해군 전력은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최대 규모다. 포드호 성능을 보강한 2번함 존 F. 케네디호(CVN-79)가 내년 3월 해군에 인도되면 슈퍼항모가 바다를 지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니미츠급 항모를 대체 중인 제럴드 포드급 슈퍼항모의 건조 배경과 전력, 미래 전망 등을 살펴본다.
1. 왜 슈퍼항모인가
포드호는 현존하는 항모 가운데 가장 뛰어난 기술력과 항모전단 등 강력한 전력을 갖춰 ‘슈퍼 핵항공모함’으로 불린다. 니미츠급 항모를 대체할 차세대 포드급 항모는 다음 세기까지 미국 해군의 주력 함대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이를 위해 수많은 신형 해군무기체계들이 도입됐다. UCAS-D 함재용 무인전투기와 함께 F-35B/C형이 대표적이다. 호크아이 레이더 개선사업이나 P-8A 포세이돈 대잠초계기, MQ-4C 트리톤 고고도무인정찰기 등으로 정보감시정찰능력도 크게 강화됐다. 스텔스기나 무인전투기를 포함한 다양한 함재기를 운용해 하루 최대 1080여 개 목표지점 타격 능력을 갖추고, E-2D 조기경보기 등 다양한 자산과 방어시스템으로 함대 전력을 보호하며 유연한 해상전진기지로 미 해군에 막강한 억제력과 전투 능력을 부여하도록 설계됐다.
2. 포드호 전력은
기존 니미츠급 항모를 대체하려고 발주한 제럴드 포드급 항모 1번함은 최신형 A1B 원자로 2기를 탑재해 니미츠급보다 약 3배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동력을 20년간 무제한 공급받을 수 있다. 길이 337m, 높이 76m, 전폭 78m에 만재 배수량 11만2000t으로, 75대 이상의 각종 함재기를 탑재한다. F-35C 스텔스기와 F/A-18E/F 등 전투기 44대, 조기경보기 E-2D ‘어드밴스드 호크아이스’ 5대, EA-18G 전자전기 5대, MH-60R/S 해상작전 헬기 등을 탑재, 웬만한 국가의 공군력과 맞먹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각종 첨단기술이 집약된 제럴드 포드호에는 신형 레이더, 전자기식 항공기 사출장치(EMALS·Electro-Magnetic Aircraft Launching System), 최신형 강제착륙장치(AAG·Advanced Arresting Gear), 신형 원자로 등 다섯 가지 신기술이 적용됐다.
3. 포드호 건조 비용은
EMALS 등 신형 장비에서 예상치 못했던 문제점들이 발견돼 건조비가 당초 105억 달러에서 약 133억 달러(약 19조 원)로 늘었다. 2번함인 케네디호는 2027년 3월 미 해군에 인도될 예정인데 건조 비용만 2025년 기준 130억 달러로 알려졌다. 연구 개발비 50억 달러를 포함한 총예산 130여억 달러의 천문학적 비용에 대한 비판으로 사업이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포드호는 최초 예산을 29억 달러나 초과하고 2년이나 인도가 지연됐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에 따르면 군함과 전투기·미사일 등으로 무장한 항모강습단 전체 전력 규모는 약 140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한다. 이란 공격을 위한 중동 해역에 투입된 미 해군 2개 항모강습단의 전력은 40조 원 규모로 올해 우리나라 국방 예산 62조 원과 비교하면 1년 국방비의 64% 수준에 해당한다.
4. 포드호 건조에서 실전 배치까지
포드호는 약 10년의 건조 기간 후 2013년 진수식을 거쳐 2017년 공식 취역했다. 포드호의 실전 배치는 2023년으로 진수된 지 10년, 취역 6년 만이었다. 러시아 견제 등 우크라이나전 지원을 위해 2023년 5월 버지니아주 노포크항을 떠나 지중해로 파견됐다. 우크라이나전 지원작전이 끝나면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북한 견제 임무 등을 수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올 초 베네수엘라 마두로 체포작전에 이어 이란 공습을 위해 재투입됐다. 이 과정에서 장기 임무로 인한 승조원들의 피로와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었다고 한다. 지중해에 배치될 당시 포드호 항모전단은 이지스 순양함인 ‘노르망디’함, 알리버크급 이지스 구축함인 ‘래미지’ ‘맥폴’ ‘토머스 허드너’함 등 이지스함 4척을 호위함으로 거느렸다.

5. 포드호 위력은
2013년 포드호 진수식 때 러시아 군사 전문지는 제럴드 포드급 항모 1척을 격침시키려면 중국 해군력의 40%를 희생시켜야 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이후 중국 해군이 엄청난 성장을 이뤘기 때문에 2020년대에 와서는 1개 항모전단 단독으로 중국 해군에 우위를 점하기는 힘들다는 평가가 나왔다. 포드호는 하루 최대 270소티(출격 횟수) 작전을 할 수 있다. 함재기가 최대 270차례 항모에서 뜨고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FA-18 E/F 슈퍼 호닛 전투기가 한 번에 JDAM(합동직격탄) 2발을 장착하고 출격할 경우 하루에 최대 500개 이상의 표적을 제거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첨단 AN/SPY-3 AESA(능동위상배열) 다기능 레이더(MFR)도 운용하며, 현대화된 시스템 덕택에 승조원 수도 기존 초대형 항모보다 25%가량 줄어든 4660명에 불과하다.
6. 포드급과 니미츠급 항모 차이점
포드급 항모는 니미츠급 항모와 비교해 함체 기본 설계에서는 대부분 동일하지만 최신 기술이 적용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보통 전투기(F-16 기준)가 이륙하는 데는 최소 450m 이상, 착륙에는 910m 이상이 필요하다. 니미츠급 항모에선 비좁은 비행갑판에서 이착륙해야 하기에 99m 이내에서 이륙하고, 98m 이내에 착륙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륙에는 엄청난 부피와 무게의 사출장치 캐터펄트(catapult)가, 착륙에는 강제착함 장치가 필요하다.
반면 포드호의 EMALS는 증기가 아니라 강력한 전자기력을 사용, 부피와 무게가 크게 줄었고 유지보수도 쉽다는 장점이 있다. 강제착함 장치의 설계를 변경해 착함 시 충격을 줄이고, 자동화 장비를 대거 도입해 승무원 수를 대폭 축소했다. 이를 통해 항모를 작전에 투입할 때에는 6009명의 함선 운용 인원이 필요한 니미츠급과는 달리, 작전 수행 시 필요한 인원이 4660명에 불과해 작전 보급 소요와 인건비가 크게 줄었다. 여기에 함교에 스텔스 설계를 적용하면서 신형 전자장비를 대량으로 탑재했다. 다기능 레이더로는 SPY-3/SPY-4 듀얼밴드 레이더 시스템을 채택해 웬만한 구축함보다 탐지거리가 더 넓다. 2번함부터는 차세대 이지스 레이더인 AN/SPY-6(V) AMDR을 간소화한 EASR이 탑재될 예정이다.
7. 포드호 명칭은
함급명이자 1번함의 이름인 제럴드 R. 포드는 미국 38대 대통령 이름을 따온 것이다. 포드는 리처드 닉슨의 사임으로 승계받았고, 심지어 부통령도 사임한 걸 물려받아 미국에서 유일하게 선거 당선 기록이 없는 대통령이다. 역대 대통령 중 인지도도 상당히 낮고, 재임 기간도 2년 165일에 불과하다. 그런 인물을 굳이 1세대 엔터프라이즈급, 2세대 니미츠급에 이어 3세대 미국 항모의 대표 함급명으로 정한 걸 두고 구설에 올랐다. 항모의 함급은 영어로 ‘클래스(class)’를 붙이는데, 포드급은 ‘포드 클래스(Ford-class)’가 되므로 포드 자동차를 떠올리게 하려는 네이밍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였다. 대통령 제럴드 포드와 포드 자동차 회사 창립자 헨리 포드의 성씨가 같은 데서 나온 유머였다. 낮은 인지도 때문인지 국내에서는 함급명을 ‘제럴드 포드급 항모’가 아닌 ‘제너럴 포드급 항모’로 오인하는 사례도 종종 눈에 띈다. 포드 대통령의 이름인 제럴드(Gerald)를, ‘장군’을 뜻하는 제너럴(General)과 혼동해서 벌어진 촌극이었다.
8. 포드급 4척 건조로 끝날 뻔
2020년 3월, 미국 해군부 장관대행 토머스 모들리는 군사 전문지와 인터뷰에서 10만t급 이상 핵추진 슈퍼 캐리어(Carrier)의 구매·유지 비용이 너무 크고 미래 전장에서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 포드급의 건조를 4척으로 끝내고 대신 더 많은 ‘라이트닝(Lightning) 캐리어’ 개념을 도입한 소형 항모 또는 상륙함 함대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 후 리처드 스펜서 장관 경질과 토머스 모들리 장관대행 겸 차관 사임이라는 초유의 해군 지휘부 공백 사태가 발생했다. 해군 출신의 육군 차관이라는 경력을 가지고 있다가 졸지에 미 해군부 장관 대행을 임시로 맡게 된 제임스 맥퍼슨 대행이 전임자들의 계획을 완전히 무산시키면서 포드급 항모는 기사회생하게 됐다.
9. 흑인 수병 이름이 포드급 4번함
4번함(CVN-81)은 2020년 1월 도리스 밀러로 확정됐다. 도리스 밀러는 전함 웨스트버지니아함의 조리병으로 근무하다가 진주만 공습 당시 중상을 입은 함장을 구호하고, 대공화기 조작을 전혀 배우지 않았음에도 침착하게 기관총을 사용한 군인이다. 일본 함재기와 교전하는 공훈을 세워 인종차별 심하던 그 시대에 흑인 최초로 해군십자훈장(Navy Cross)을 수여받았다. 그동안 미국 항모의 함명은 대대로 내려오는 역사적인 명칭(요크타운·엔터프라이즈 등), 대통령, 해군 발전에 공이 많은 상원의원의 이름을 붙였으나, 수병 출신으로 최초로 미국 항모에 이름이 붙는 인물이 됐다.
10. 미국 핵항모 몇 척까지 건조
포드급은 현재 주력인 니미츠급을 대체하기 위해 당초 12척이 계획됐지만 건조비용 상승 등으로 8척으로 줄었고 앞으로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1번함인 제럴드 포드호에 이어 2번함인 존 F. 케네디호가 2019년 진수됐고, 3번함인 엔터프라이즈호(CVN-80)와 4번함인 도리스 밀러호가 건조 중이거나 건조 예정이다.
2020년 10월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발표한 차세대 미래 함대 구상 ‘배틀 포스 2045’에 따르면, 미합중국 해군은 최소 8척·최대 11척의 슈퍼 캐리어 포드급 핵항모와 이를 보조하는 최신형 항모 6척 신규 건조 및 기존에 예정돼 있던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 11척까지 차질 없이 도입해 최대 28척의 항모를 보유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포드급 4척 보유 및 다수의 항모 체제 전환 계획 논쟁은 공식적으로 백지화됐다.
정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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