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이야기] 보랏빛 꽃봉오리, 프랑스 왕비 홀리다

관리자 2026. 3.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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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의 미식 대국이라면 프랑스가 떠오르지만 사실 그 원조는 이탈리아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인 '로미오와 줄리엣' '베니스의 상인'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배경이 이탈리아였던 것만 봐도 당시 이탈리아가 최고의 문화 선진국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카트린 역시 프랑스 왕비로 간택되며 고향을 떠났고 그녀의 결혼 행렬에는 수많은 요리사와 예술가, 기술자가 함께했다.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고급 디저트 마카롱도 카트린 왕비가 이탈리아 수녀원에서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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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이야기] 아티초크
커다란 초록색 연꽃 줄기 모양
고대 이집트서도 즐겨온 채소
담백하고 달큼한 봄철의 진미
식이섬유·엽산·비타민C 풍부
남유럽에선 파스타 등에 활용
국내 다양한 요리법 개발 기대
아티초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유럽의 미식 대국이라면 프랑스가 떠오르지만 사실 그 원조는 이탈리아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인 ‘로미오와 줄리엣’ ‘베니스의 상인’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배경이 이탈리아였던 것만 봐도 당시 이탈리아가 최고의 문화 선진국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 지중해 무역을 독점하며 엄청난 부를 쌓았던 한 이탈리아 가문 출신의 여성은 고급스러운 음식문화를 프랑스에 이식한 장본인으로 오늘날까지도 그 이름을 남겼다. 바로 프랑스 왕 앙리 2세의 아내였던 카트린 드 메디치다.

상인 집안이었던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은 세력 확장을 위해 두가지 전략을 썼다고 한다.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교황이 되도록 하고, 여자아이는 유력 국가의 왕비로 만드는 것이다. 카트린 역시 프랑스 왕비로 간택되며 고향을 떠났고 그녀의 결혼 행렬에는 수많은 요리사와 예술가, 기술자가 함께했다.

왕비가 된 카트린은 자신의 결혼식에 발레 공연을 선보이는가 하면 맨손으로 식사하던 프랑스 왕궁의 식탁에 처음으로 포크를 올려놓았다.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고급 디저트 마카롱도 카트린 왕비가 이탈리아 수녀원에서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식가로도 유명한 그녀가 가장 좋아한 음식으로는 수탉의 볏을 푹 삶아낸 요리 그리고 아티초크가 있다. 엉겅퀴의 일종인 아티초크는 고대 이집트 시대에도 식용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닌 채소다. 커다란 초록색 연꽃 줄기 같은 모습을 지닌 이 식물은 남유럽에서 주로 식용하며 특히 르네상스 시대 프랑스에서는 귀한 식재료로 대접받았다.

아티초크는 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 부위를 먹는데 짙은 보라색을 띤 것을 상품으로 친다. 레몬즙을 넣은 물에 삶았다가 꽃잎을 하나씩 떼어 밑동의 부드러운 부분만 갉아 먹는 것. 마요네즈나 녹인 버터를 곁들이는데 크기에 비해 먹을 수 있는 양이 적고 봄철에만 먹을 수 있는 점이 아시아 식재료인 죽순과 비슷하다. 가운데 심 부분은 은은한 향에 감자처럼 전분질이 있고 살짝 단맛이 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과거 JTBC 예능 프로그램 ‘톡파원 25시’에도 이탈리아의 봄 별미로 아티초크가 소개됐다. 제주산 아티초크를 맛본 출연진들은 대부분 “감자와 비슷하다”는 시식평을 남겼다. 아티초크의 심은 향과 식감이 가장 뛰어난 부위로 따로 잘라내 올리브유에 담근 병조림으로도 판매한다. 국내에서는 신선한 아티초크를 구하기 쉽지 않고 백화점 식품 판매대 등에서 병조림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식재료다 보니 아티초크는 요리보다 각종 건강기능식으로 활용되는 일이 많다. 식이섬유·엽산·칼륨·비타민C가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쓴맛을 내는 ‘시나린’ 성분은 담즙 분비를 원활하게 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기름진 음식을 즐기는 이탈리아인들의 건강 비결 중 하나로 아티초크를 꼽기도 한다.

익숙하지 않은 모양새지만 향이나 풍미가 지나치게 강하지 않고 담백한 편이어서 의외로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다. 감자·양파와 함께 푹 끓여 수프로 만들어도 좋고, 오븐에 직화로 익히면 달큼한 맛이 한층 강해진다. 남유럽에서는 주로 파스타나 파에야(paella) 재료나 고기 요리 가니시(곁들임)로 쓴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요리법이 개발된다면 국내에서 고급 채소로 상품 가치가 높아질 수 있을 듯하다.

정세진 맛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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