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겨도 되는데 공격을 택한 감독의 용기, 젊은피 맹활약…한국여자축구 아시안컵 새역사 도전

비겨도 되는 경기는 오히려 더 어렵다. 패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은 자연스럽게 팀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감독들은 대부분 이런 상황에서 수비적인 선택을 한다. 그런데 여자축구대표팀 신상우 감독의 선택은 달랐다.
지난 8일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한국은 개최국 호주와 3-3으로 비겼다.
경기 전 한국은 승점 1이면 조 1위를 지킬 수 있는 상황이었다. 비가 내린 경기 전 분위기 역시 변수였다. 잔디가 젖은 날씨에서는 보통 체력과 몸싸움이 강조된다. 하지만 신 감독은 체력 좋은 선수를 우선 배치하기보다 기술이 뛰어난 선수가 오히려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신 감독은 수비보다 공격에 무게를 둔 선발 명단을 내세웠다. 전유경(22)과 문은주(26)를 앞세운 공격진, 그리고 박수정(22)·지소연(35)·최유리(32) 등 기술과 창의성을 갖춘 선수들이 선발로 나섰다. 신 감독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한국은 전반 13분 문은주(26)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전반 중반 이후 호주가 두 골을 넣었고 한국은 전반을 1-2로 뒤진 채 마쳤다. 호주는 홈팀이며 유력한 우승후보다. 이쯤 되면 한국은 다음 8강전을 위해 주전들의 체력을 아끼면서 플레이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후반 시작과 함께 신 감독은 다시 한번 칼날을 뽑았다. 최유리와 정민영을 빼고 강채림(28)과 김신지(22)를 투입했다. 후반 5분 김신지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균형을 맞췄고, 이어 강채림이 역전골을 터뜨렸다. 교체 투입된 두 선수가 경기를 뒤집은 것이다. 막판 한국이 수비적으로 나서면서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조 1위를 지켜냈다. 한국은 역대 호주전 세 번째 무승부(3승15패)를 거뒀다. 호주 원정 7연패 끝에 거둔 무승부는 만족할 만한 결과였다.
신 감독의 공격적인 전술과 젊은 선수들의 활약은 한국에 큰 이점을 안겼다. 한국은 조 1위를 차지해 오는 14일 시드니에서 8강전을 치른다. 이동이 필요 없다. 반면 호주는 한국보다 하루 먼저인 13일 경기를 위해 시드니에서 퍼스로 이동해야 한다. 두 도시 사이 거리는 약 3290km, 비행시간만 4시간 30분에서 5시간에 달한다. 대진도 좋다. 한국은 다른 조 3위 베트남 또는 우즈베키스탄과 4강행 티켓을 다툰다. 한국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다. 조별리그 마지막 한 경기 결과가 토너먼트 전체 흐름을 한국쪽으로 가져온 셈이다.
조별리그는 끝났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한국은 우승을 향한 토너먼트에 돌입한다. 비겨도 되는 경기에서 공격을 택한 신 감독의 용기, 젖은 잔디에서 힘겨운 상대와 맞서 두려움없이 뛴 젊은 선수들의 패기가 이어진다면, 한국 여자축구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큰 역사를 쓸 수도 있다.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준우승과 3위만 한번씩 했을 뿐 우승이 없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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