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보낸 5년”…한국 떠나는 ‘따뜻한’ 일본 외교관의 ‘아쉬운’ 작별

한국과 스포츠를 사랑한 일본 외교관이 5년 시간을 뒤로하고 지난 9일 한국을 떠났다. 주인공은 주한 일본대사관 1등 서기관 야마모토 츠요시(46)다. 그는 2021년 한국에 부임한 뒤 스포츠를 매개로 한일 교류를 적극 추진하며 수많은 현장을 누볐다. 새로운 발령을 받아 일본으로 돌아갔지만 그의 기억 속 한국은 ‘함께 뛰고 함께 웃은 스포츠의 나라’로 남아 있다.
야마모토 서기관은 최근 본지 기자와 만나 “스포츠는 국적도, 장애도, 성별도, 나이도, 세대도 모두 초월한다”며 “한일 양국 사람들이 스포츠로 만나 국적, 나이, 장애 여부를 넘어 같은 마음으로 경기하고 응원하는 순간들이 정말 인상적이었다”고 돌아봤다.
그가 가장 힘을 쏟은 분야는 한일 청소년 스포츠 교류였다. 코로나19로 막힌 한일 교류가 2023년 이후 활기를 찾았다. 강원 강릉에서는 한일 청소년 장애린 아이스하키 교류가 열렸고, 일본 학생들이 한국을 찾아 탁구 교류전을 치르기도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1월에 양국 고교 배드민턴 동아리 교류전이 2년 연속 열었다. 지난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경기 시흥에서 열린 국제 서핑대회에도 그는 일본 학생들과 함께 가 서핑을 체험하며 경기도 관람했다. 그는 “당시 학생들에게 ‘여러분이 앞으로 한일 관계를 만들어갈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며 “처음에는 조금 긴장하고 서먹서먹한 학생들이 금방 친해지면서 진지하게 경기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여러 종목 경기를 관람했다. 2025년 동아시아 축구선수권(E-1 챔피언십) 결승 한일전, 한국프로야구, 한일 국가대표 농구 경기, HL 안양이 참가한 아이스하키 리그까지 그는 스포츠가 만드는 긴장과 환호를 함께 느꼈다.

야마모토 서기관은 일본 문부과학성에서 교육을 담당한 공무원 출신이다. 해외 근무를 희망했는데 발령지가 한국으로 났다. 그는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아 곧바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을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금 한국어 실력은 소통에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좋다.
그는 어릴 때 학교에서 수영, 축구와 야구를 했다. 그는 한국에서 일하면서 스포츠에 대한 매력이 더 빠져들었다. 한국에 온 뒤에도 마라톤과 야구를 계속 했다. 지난 5년 동안 1년에 다섯 번꼴로 총 25회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출국을 일주일 앞둔 지난 2일에도 하프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다. 풀코스 기록은 3시간 50분이다. 그는 주한 일본인 중심으로 꾸려진 사회인 야구팀뿐만 아니라 서울 고등학교 교사들이 모여 만든 동아리 팀에서도 야구를 했다. K-POP 댄스를 너무 좋아한 딸은 한국 내 일본인 중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 일반 고등학교에서 한국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며 댄스를 즐겼다. 딸은 오는 4월 일본여자체육대학교 댄스학과에서 대학 공부를 시작한다.
야마모토 서기관은 한민수 한국 파라아이스하키 감독, 오광헌 전 여자탁구대표팀 감독, 야구 이승엽 감독, 대한축구협회 김주성 국장과도 인연을 쌓았다. 야마모토 서기관은 “지인들과 만나 스포츠 이야기를 하고 한일 이벤트를 함께 구상하는 시간이 가장 즐거웠다”며 “이벤트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기획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교관이라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직함보다 ‘사람 대 사람’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는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사람을 대했더니 한국 분들도 금방 마음을 열어 주셨다”며 “한일 국가 관계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5년 동안 한국 스포츠를 바라보면서 느낀 아쉬운 점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일을 진행하는 속도가 일본보다 훨씬 빠른데 지속성이 부족한 게 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은 오랜 시간 저변 확대에 힘쓴 덕분”이라며 “한국도 선수 육성이라는 본질에 더 정성을 들이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문부과학성에서 교육 업무를 맡는다. 그는 “만일 기회가 된다면, 이번달 중순 미국에서 한국과 일본이 결승에서 맞붙을 수 도 있는 WBC, 오는 9월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꼭 가 보고 싶다”며 “한국팀과 일본팀 경기를 직접 보고 응원하는 게 작은 소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떠나면서 마지막 말을 남겼다.
“한국과 일본이 스포츠를 통해 더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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