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폴로 티 3000원, 푸딩 12개 5000원… 고물가 시대 생활용품을 경매로 싸게

"회색 카펫 1만5000원. 이벤트 갑니다. 1만 원. 3번째 줄 언니가 제일 빨랐어. 손 빨리 드는 사람이 임자여."
3월 2일 오후 12시 경기 용인시 처인구 만물도깨비경매장. 경매사가 물건 가격을 낮춰 부르자 여기저기서 손이 번쩍 올라왔다. 이날 비가 오는 궂은 날씨임에도 경매 시작 1시간 만에 차량 70대가량을 수용하는 주차장이 가득 찼고, 의자 380개가 놓인 경매장 내부는 빈 좌석이 20개 정도밖에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시가보다 높아지면 '가위바위보'로 결정
만물도깨비경매장은 식품, 화장품, 옷, 가전제품, 농기구, 골동품, 그림 등 말 그대로 만물을 경매한다. 중고나 반품된 물건,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 아웃렛 매장에서도 팔리지 않은 상품, 신형이 출시돼 본사에서는 팔지 못하는 구형 모델 등이 대부분이라 낙찰가가 저렴하다. 경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애프터서비스가 가능한 국산 브랜드의 중고 상품이 가장 많이 경매되는 일요일에는 오전 11시부터 밤 9시까지 약 1500명이 다녀가고 물건도 10t가량 팔린다.인천 중구에서 차로 1시간 20분을 달려왔다는 박모 씨(73)는 경매장에서 산 육포 2봉지와 달팽이 크림 2개를 손에 쥐고 있었다. 박 씨는 "한 달 반 전에도 여기서 일본 스포츠 브랜드 미즈노 골프채를 17만 원에 샀다"며 "같이 골프 치는 후배가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60만 원에 팔린다'면서 자기한테 50만 원에 팔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이렇게 덧붙였다.
"중고 골프채라며 경매사가 바닥을 보여주는데 흠집이 별로 없었어요. 새 제품이나 다름없는 거죠. 한두 달만 써도 흠집이 많이 생기거든요. 경매사가 15만 원을 외칠 때까지는 사람들이 손을 많이 들었는데 17만 원까지 올라가니 머뭇대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손을 딱 들고 낙찰받았죠."
경매장에 2시간가량 머물렀다는 40대 부부의 장바구니 2개는 빈구석 없이 촘촘히 채워져 있었다. 양말, 폴로 티, 방수 트레이, 화장실 변기 세정제, 건조기용 섬유유연제, 육포, 어묵, 미역, 초콜릿 등이 들어 있었다. 남편 김모 씨는 "지난번에는 반품된 24만 원짜리 오븐을 8만 원에 사갔고, 오늘은 생활용품이나 식료품 위주로 총 6만~7만 원어치를 샀다"며 "차로 40분 걸리는 수원에 살아서 자녀들과 종종 오는데 젊은 부부나 커플도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 부천시에서 남자 친구와 함께 온 이모 씨(30)는 "유튜브에 이곳이 '용인에서 가볼 만한 곳'이라고 떠서 왔는데 제품 가격이 생각보다 싸서 충격적"이라며 "1개에 2500원인 푸딩을 어떻게 12개에 5000원에 팔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놀라워했다.
물건을 구해 와 직접 경매까지 하는 만물도깨비경매장 상인회장은 물건값을 싸게 부를 수 있는 것에 대해 "쿠팡 등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소비자가 샀다가 단순 변심으로 반품한 물건은 한 번 출고됐기 때문에 재판매가 어렵다"며 "소비자에게 1만 원에 팔렸다가 반품된 물건을 3000원에 사 와서 경매장에서 싸게 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인회장은 "제조사가 대기업에 물건 1만 개를 납품할 경우 500개 정도 여유분을 만드는데, 계약한 판매 기간이 끝나면 제조사로부터 여유분을 싸게 사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분실물센터에 3년 이상 보관돼 곧 처분할 물건, 압류 물건 등을 가져와 파는 상인도 있다.
일요일에는 약 1500명 몰려
지난해부터는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직접 물건을 가져와 경매로 팔아달라는 문의가 많아졌다. 이런 물건은 낙찰가의 15~20%를 경매장이 수수료로 받고 나머지는 의뢰인에게 지급된다. 박소희 만물도깨비경매장 대표는 "전에는 가정에서 쓰던 물건을 승용차에 실어 가져오는 수준이었다면 요즘엔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1~2t 트럭에 식탁이나 진열장 등을 싣고 와 경매장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며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팔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전문 수거업체는 물건값의 10%밖에 안 쳐주니 폐업자들이 경매장을 찾는 것 같다"고 전했다.박 대표의 아버지이자 경매사인 박영걸 회장은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나 대형마트를 수시로 둘러보면서 시세를 파악한 후 시가보다 낙찰가가 높지 않게 조절하고 있다"면서 "경매 도중에 경쟁이 붙은 고객들이 너무 높은 가격을 부르면 내가 알아서 가격을 낮춘 다음 고객끼리 가위바위보를 해 물건을 가져가게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회장은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발달로 지자체가 운영하던 중고 거래 장터가 모두 문을 닫으면서 전자기기를 잘 사용하지 못하는 노인은 중고 거래를 하기가 어려워졌다"며 "고물가 시대에 많은 사람이 물건을 직접 보고 싸게 살 수 있도록 연중무휴로 경매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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