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사람은 빨리 늙고, 잘 노는 사람은 오래 산다
● 여가를 사업으로, ‘하비프러너(hobby-preneur)’ 전성시대
● 여가 활동의 7가지 유형, 삶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 3단계 전략 ①덕질의 전문화 ②커뮤니티 형성 ③플랫폼 활용
● 동적 여가·정적 여가 섞어 포트폴리오 구성해야

더욱 놀라운 것은 권태감이 단순히 지루함에 그치지 않고 신체 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레저월드 코호트 연구는 8000여 명의 여성과 4000여 명의 남성을 28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하루에 단 30분의 활동적 여가 시간만으로도 사망률이 15%에서 35%까지 감소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모든 연령대와 성별에서 일관되게 나타난 결과였다. 심지어 신체적으로 덜 격렬한 활동이라도 하루 6시간 이상 참여할 경우 사망 위험이 15%에서 30% 감소했다.
중국 베이징대의 연구소에서 중국 장수건강 종단조사(CLHLS·Chinese Longitudinal Healthy Longevity Survey) 데이터를 활용해 2만1000여 고령자의 여가 활동 변화가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했다. 여가 활동을 늘린 사람들은 사망 위험이 17% 감소한 반면, 여가 활동을 줄인 사람들은 사망 위험이 5% 증가했다. 특히 이 효과는 남성에게서 더욱 뚜렷했다. 또 2024년 '네이처' 자매지에 발표된 최신 연구는 4700여 명의 5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외로움과 인지기능의 관계를 분석했는데 외로움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일반 인지능력, 기억력, 실행 기능에서 현저히 낮은 점수를 보였다. 그런데 정신적·신체적·사회적 여가 활동이 이 관계를 매개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여가 활동이 외로움으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를 막아주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여가가 사업으로 전환된 '하비프러너'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은 실제로 하루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유사한 사망 위험을 초래한다고 존스홉킨스 의대의 토머스 큐드조 교수는 밝혔다. 65세 이상 노인의 4명 중 1명이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으며 이는 우울증, 인지기능 저하,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특히 중년에는 활발한 사회 활동을 하다가 노년에 그 빈도가 떨어지는 사람의 경우 치매에 걸릴 확률이 1.9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독서, 도서관 이용, 연극 관람과 같은 지적 활동을 많이 하면 알츠하이머병의 발생 위험이 낮아진다는 윌슨 연구팀의 보고도 있다.여가가 단순히 시간을 쓰는 것을 넘어 돈벌이나 사업으로 전환된 케이스는 은퇴 설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꼽힌다. 이를 전문 용어로 시리어스 레저(serious leisure), 혹은 취업(趣業), 즉 취미(趣味)와 직업(職業)의 합성어로도 부른다. 필자의 지인 가운데 골프 마셜 캐디로 일하는 사람이 있다. 주중에는 골프를 치고 주말에는 마셜 캐디를 하면서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면서 보낸다. 그린피를 절약하면서도 수익을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방법이다.
전국의 공공 도서관을 모두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어 올리고 유튜브 영상을 만드는 사람도 있다. 단순한 방문을 넘어 각 도서관의 건축 특징, 소장 자료의 특성, 이용자 서비스 등을 꼼꼼히 기록해 도서관 애호가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탔다. 맛집 탐방을 하면서 정리해서 글을 쓰는 사람도 있다. 단순 식사를 넘어 식재료, 역사, 가성비 등을 분석해 맛집 지도를 제작하고 전자책으로 출판했다. 이런 사례를 '하비프러너(hobby-preneur)', 즉 취미와 기업가의 합성어로 부르기도 한다.

삶 풍부하게 만드는 여가 활동의 7가지 유형
한국의 6070세대 중에는 자신의 여가 생활을 영상으로 공유하며 광고 수익을 창출하는 시니어 유튜버가 늘고 있다. 요리 레시피를 공유하거나, 평생 옷 입기를 즐겼던 사람들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브랜드화해 강연, 광고, 도서 출판으로 영역을 넓히기도 한다. 나이 듦의 지혜를 여가와 결합했을 때 젊은 세대에게도 어필하는 강력한 콘텐츠가 된다. 숲해설가나 문화재 해설사 자격증을 따서 지자체 소속 가이드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산행과 역사를 좋아하던 취미가 전문 직업으로 발전한 경우다.은퇴 후 여가 활동은 크게 7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덕업일치형이다.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된 케이스로 앞서 언급한 사례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 기록 및 콘텐츠형이다. 경험을 자산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캠핑이나 차박을 하며 전국을 유람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 동세대와 공유하거나, 자서전이나 에세이를 써서 브런치에 연재하고 독립 출판하는 경우다.
셋째, 학구파형이다. 배움 자체가 목적인 케이스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외국어를 배워 해외 한 달 살기에서 현지인과 소통하거나 번역 봉사에 참여한다. 디지털 드로잉을 배워 태블릿 PC로 그림을 그리고 이모티콘을 제작하거나 손주들에게 그림을 선물한다. 방송대나 시민대학에서 서양 철학이나 역사를 전공하며 지적 갈증을 해소한다. 목공이나 도예를 배워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몰입감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성취감을 얻는다.
넷째, 예술 및 공연형이다.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케이스다. 시니어 댄스나 라인댄스를 배워 신체 활력을 높이고 동호인들과 유대감을 형성한다. 색소폰, 우쿨렐레, 드럼 같은 악기를 배워 개인 레슨을 넘어 시니어 밴드를 결성해 지역 축제나 복지관 공연 무대에 선다. 성악이나 합창단에 가입해 호흡법을 배우고 화음을 맞추며 정서적 충만함을 만끽한다. 연극이나 낭독극 극단에 들어가 배역을 맡아 연습하고 정기 공연 무대에 서기도 한다.

여섯째, 사회 공헌 및 봉사형이다. 타인을 돕는 기쁨을 느끼는 케이스다. 전직 직무 역량인 회계, 마케팅, IT를 사회적 기업이나 청년 스타트업에 전수하는 재능기부 교육이 있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유기견 보호소 봉사로 실천하거나, 벽화 그리기나 환경 정화 같은 지역사회의 외관을 개선하는 창의적인 봉사활동도 있다.
일곱째, 생활 기술형이다.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간단한 전기나 수도 수리 기술을 배워 본인 집은 물론 이웃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집수리 DIY나, 한식·양식 조리사 자격증에 도전해 가족과 이웃에게 수준 높은 음식을 대접하는 전문 요리가 여기에 속한다.

3단계 전략 ①덕질의 전문화 ②커뮤니티 형성 ③플랫폼 활용
여가를 준비하지 않은 은퇴자는 TV 시청과 수면으로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여가 격차가 곧 노후 격차다. 직장 중심의 인맥이 끊기는 4050에게 취미와 배움은 새로우면서도 느슨한 연대를 만들어주는 통로가 된다.부부가 함께 즐길 여가를 지금 준비하라. 은퇴 후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은 배우자다. 각자의 취미도 중요하지만, 부부가 공유할 수 있는 놀이와 활동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필수다. 파크골프나 당구, 탁구 같은 부담 없는 스포츠, 캠핑이나 트레킹 같은 야외 활동, 외국어 학습이나 요리 같은 배움의 영역은 부부가 함께 즐기기 좋은 여가다. 50대에 함께 시작한 취미는 60대와 70대의 부부관계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공유할 화제가 없는 부부의 노후는 각자도생의 외로움으로 이어진다.
여가를 직업으로 전환하려면 3단계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덕질의 전문화다. 단순 소비형 취미에서 기록과 공부를 병행하는 생산형 취미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커뮤니티 형성이다. 동호회나 SNS를 통해 내 취미를 봐주는 수요층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플랫폼 활용이다. 에어비앤비 체험, 유튜브, 크몽 같은 재능 마켓을 통해 수익 구조를 테스트해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여가의 포트폴리오화다. 동적 여가와 정적 여가, 개인적 여가와 사회적 여가를 적절히 섞어야 한다. 한 가지에만 몰입하기보다 2~3가지의 여가를 포트폴리오처럼 운영할 때 은퇴 생활의 만족도가 가장 높다. 예를 들어 평일에는 파크골프를 즐기고, 주말에는 시니어 밴드 연습을 하며, 저녁에는 외국어 공부를 하는 식이다.
은퇴 후 2~3개월의 휴식은 달콤하지만, 그 이후의 무계획한 삶은 창살 없는 감옥과 같다. 능동적인 여가는 노년의 자존감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알베르 카뮈가 말했다. "삶은 선택의 합이다. 네가 선택하지 않으면 삶이 너를 선택한다." 당신이 의미 있는 여가를 선택하지 않으면, 무료함과 고독이 당신을 선택할 것이다. 50대인 지금, 하고 싶은 일 하나를 찾아보라. 그것이 당신 부부의 노후를 바꾸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최익성 플랜비디자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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