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의 한국인이 놓쳐선 안 되는 기쁨 [기자의 추천 책]

김연희 기자 2026. 3. 1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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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연결돼 있다.' 착하고 좋은 말이지만 한편으론 과도한 의미 부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엄연히 과학적 근거를 가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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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 아이러니〉
김명희 지음
낮은산 펴냄

‘우리 모두는 연결돼 있다.’ 착하고 좋은 말이지만 한편으론 과도한 의미 부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엄연히 과학적 근거를 가진 말이다. 지구상에 아니, 전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과 무생물은 고작 118개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 빅뱅으로 탄생한 우주에서 수억 년간 별이 생성되고 소멸하기를 반복하며 만들어낸 별의 재료들이다.

원소기호 7번 질소(N)를 보자. 지구 대기의 78%를 차지하는 질소는 빗물을 타고 토양에 스며들어 식물의 뿌리로 흡수되며, 동물과 인간에게 영양소로 제공된다. 그리고 생명체의 배설을 통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프리모 레비는 〈주기율표〉에서 질소의 여정을 “기적적인 순환”이라고 표현했다.

홀로코스트 생존 유대인이자 작가이기 이전에 화학자였던 프리모 레비가 본인의 질곡 어린 삶을 원소 21개로 풀어낸 것(〈주기율표〉)은 필연이다. 레비에게 깊은 존경을 품은 한국의 사회의학자 김명희가 〈주기율표 아이러니〉에서 19가지 원소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낸 것 역시 필연이다. 건강과 사회의 관계를 연구하는 실천적 보건학자, 1990년대 초 원진레이온 직업병 투쟁부터 2010년대 중반 휴대전화 부품 공장의 산재 싸움까지 함께한 사회 활동가, 그리고 혀를 내두를 정도의 다독가인 그가 잇고 연결해온 “기적적인 순환”의 시간을 엮어낼 수 있는 소재는 문명과 자연, 개인과 사회, 문과와 이과를 넘나드는 원소들뿐이다.

이 책의 씨앗이 된 〈시사IN〉 ‘주기율표 위 건강과 사회’ 연재를 중반쯤부터 담당했다. 신비롭게 반짝이는 수은 이야기로 시작해, 온도계를 만들던 소년 문송면의 죽음을 거쳐 로마 신화에서 가장 날쌘 신 머큐리로 굽이치는 원고를 읽으며 생각했다. ‘내가 대체 뭘 본 거지?’ 동시대인으로 그의 글을 읽을 수 있는 것은 한국인이 놓쳐서는 안 되는 기쁨이다. 그 기쁨은 한 권의 책으로 더 멀리 더 오래 뻗어나갈 준비를 마쳤다.

김연희 기자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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