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로] 꽉 막힌 호르무즈 물길 언제 풀릴까

이승우 2026. 3. 10.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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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마비에 세계 경제 몸살…이란도 손해 보는 자살폭탄 공격
최대우방 중국이 최대피해자 역설…中 최후통첩 시기·수위에 촉각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미국의 공격에 지도자가 죽고 주요 시설이 초토화된 이란이 극단적인 카드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한 이후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유가가 폭등하고 주가와 환율이 요동치는 등 글로벌 위기 국면이다. 물론 이란이 호르무즈를 완전히 봉쇄할 능력은 없지만, 일부 선박을 실제 공격하면서 '보험료 폭탄'이 현실화하고 배들의 발이 묶여 '사실상 봉쇄' 효과가 나타났다. 물리적 차단 대신 공포와 비용 상승을 통해 물길을 마비시킨 상태다.

호르무즈 해협 앞에서 대기 중인 유조선들 지난 7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남동쪽으로 떨어진 오만 무스카트 앞바다에 발이 묶여 있는 유조선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DB 금지]

세계 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이유는 호르무즈가 지구촌 경제의 목줄 중 하나여서다. 이곳은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이 외해와 연결되는 유일한 해상 통로이자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4분의 1이 지나가는 좁은 해로다. 당연히 장기간 막히면 에너지 수급망이 경색돼 주요 경제 지표인 유가를 흔드는 지경학적 요충지다. 사실상 봉쇄가 장기화하면 국제 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석유 자급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데 공산품을 제조해 수출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에겐 치명적이다.

당연히 호르무즈 해협 마비 사태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여러 전망이 있으나 대체로 아주 길어지긴 어렵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란이 최고지도자 승계자를 발표하고 결사항전을 다짐하지만, 결국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는 세계 전체가 손해를 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란이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리게 되는 셈이다. 심지어 이란 역시 원유 수출량의 90% 이상이 이곳을 통과하므로 봉쇄는 스스로 밥줄을 끊는 자살 공격과 같다. 궁지에 몰린 정권이 내세운 극단적 수단이긴 하나 자금줄이 막히면 전쟁 수행도 불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이란의 가장 중요한 지원군인 중국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거란 점은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가능성을 낮게 만든다. 우선 이곳을 통과하는 원유 물동량의 약 38%가 중국으로 가고, 중국 전체 원유 수입량의 약 절반이 이곳을 지나서 들어온다. 호르무즈 통과가 어려워지며 페르시아만에 약 55척의 중국 국적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이 갇힌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 선박 보험료, 전쟁 할증료 급등에 따른 원가 상승으로 중국 제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게다가 원유 공급선의 절반이 사라진다는 것 자체가 안보 위기를 뜻한다.

중국과 이란은 공생 관계이자 반미 대오의 주요 동지다. 국제 제재를 받는 이란 기름을 대부분 사주는 유일한 '큰 손'이자 '생명줄'이 중국이다. 대신 이란은 중국에 시장가보다 헐값으로 원유를 넘긴다. 그런데 물길 폐쇄가 장기화하면 이란은 최대 돈줄을 스스로 끊고, 중국은 필요한 기름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게 된다. 철도망이 있어도 원유 수송엔 제약이 있고, 비축유는 충분하지만 어디까지나 비상용이란 한계가 있다. 심지어 중국은 내수 침체를 수출 밀어내기로 겨우 상쇄 중인데, 제조업 부진과 초인플레이션이 오면 국가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선 아무리 중요한 동지라 해도 이런 위기 상황을 그냥 방치할 수 없게 됐다.

중국 입장에선 설상가상으로 호르무즈 봉쇄가 미국과 러시아에 오히려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신경 쓰인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고립을 더 가속할 요인이기도 하다. 호르무즈 사실상 봉쇄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최대 산유국인 미국의 생산업자들이 이득을 보고 있다. 미국은 유가 안정을 명분으로 원유 생산과 공급을 늘리고 있고 비축유 조건부 반출도 검토 중이다. 이는 미국의 에너지 주도권 강화에도 직결된다. 달러 시스템 복귀를 타진 중인 러시아 역시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시 수혜국이 된다. 유가 상승으로 무역수지 흑자가 커지는 데다 러시아 원유 수입 의존도가 큰 중국에 대해 정치적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기간 중국에 저자세여야 했던 갑을 위치를 뒤바꿀 기회다.

그래서 중국도 실리를 택하는 기류다. 중국 정부는 공식 메시지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란의 해협 봉쇄 위협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해악을 간과하지 않겠다는 경고였다. 장관급 채널을 통해서도 원유 수입국들의 합리적 우려에 귀를 기울이라는 입장을 직접 전달했다. 적어도 호르무즈 해협 운송이 마비되는 건 허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란이 절대적으로 의존해온 중국의 호르무즈 항행 안전 보장 요구를 계속 무시하긴 어렵다. 심지어 인근 대국인 인도는 호르무즈 입구에서 피격된 유조선의 자국 선원들이 사상하자 비동맹 중립 노선을 벗고 반(反)이란 전선에 합류할 조짐이다.

결국 이란을 향한 중국의 최후통첩이 언제쯤, 어느 수위로 나올지가 호르무즈 해협에 조성된 긴장 해소에 관건이 될 듯하다. 중국의 압박이 먹힌다면 호르무즈 사태는 이르면 이달 중순 해결될 여지도 없지 않다. 미국의 이란 공격과 표적 파괴가 언제까지 어느 강도로 계속되고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도 변수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우방과 아랍 5개국의 대응 수위 및 미국과 공조 강도 역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 [연합뉴스 자료 사진. 재배포 DB 금지]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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