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설득'도 핵잠 도입 숙제…"보안·투명성 모두 잡은 규제 필요"

김기성 기자 2026. 3. 10.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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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 비핵국 핵잠 안전조치 경험 無…"국내 규제책이 협상력 높일 것"
국방부, 핵잠특별법 제정 연구 수행기관 결정…8월 윤곽 나올 듯
1991년 취역한 미국 해군 로스엔젤레스급 핵추진 잠수함 '알렉산드리아함'(SSN 757·6900톤급)의 모습. 2025.2.10 ⓒ 뉴스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비(非) 핵보유국가인 한국이 핵추진잠수함(핵잠)을 도입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설득할 수 있는 수준 투명성과 군사 보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국내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정책 제언이 나왔다.

최정현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KAVA) 행정군무서기관은 10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의 IAEA 안전조치 적용을 위한 최적 규제 방안'을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기고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IAEA와 전면안전조치협정(CSA)을 체결한 비핵국가의 모든 핵물질(핵 연료물질·원료물질)은 IAEA의 안전조치를 적용하도록 돼 있다. 잠수함 동력원으로 핵연료를 사용할 경우 IAEA와 안전조치 면제를 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비핵국가가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IAEA 역시 비핵국가와의 핵잠 안전조치 협의 경험이 전무한 상황이다. 최 서기관은 "그 때문에 안전조치 면제 협의와 같은 예외적 활동에 대한 실질적인 안전조치 방식은 아직 정립되지 못한 상태"라고 짚었다. 그 때문에 잘 정립된 국내 규제책이 IAEA의 우려를 덜 수 있다는 점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최 서기관은 예상했다.

현재까지 핵잠 보유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총 6개국으로, 이들은 모두 핵보유국이다.

호주와 브라질은 한국과 같은 비핵국가로서 핵잠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두 나라는 지난 2021년부터 IAEA에 안전조치 면제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4년 넘게 특별협정 체결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서기관은 두 국가가 IAEA와의 안전조치 협의에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로 군사 보안과 투명성 사이의 '딜레마'를 꼽았다.

그는 "IAEA 사찰관의 핵잠 관련 군사 정보 접근을 최소화하려는 국가의 노력과, 높은 수준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IAEA의 이해가 충돌하는 것"이라면서도 "국제사회와 IAEA가 수용할 수 있는 안전조치 방식을 설계하지 못하면 자칫 핵잠 사업이 파국적 상황을 맞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2025.09.08 ⓒ 로이터=뉴스1

최 서기관은 IAEA가 회원국들의 핵확산 금지를 위한 제도 정비·시행을 강조하고 있고, 우리 군이 처음으로 핵시설을 운용하게 되는 만큼 면밀한 규제를 준비해야 한다며 기존의 모델과 핵잠 운용 또는 도입 추진 국가들의 규제 사례를 소개했다.

'군 배제 민간 독점형' 규제는 전문 민간기구에 국가의 모든 핵 인프라 규제를 일임하는 방식으로, 투명성과 독립성을 확보해 대외적인 신뢰를 얻기에 용이하지만 군사기밀 유출 우려가 높다는 것이 최 서기관의 진단이다.

이를 보완해 영국이 채택한 '민간 중심 협력형' 규제는 현행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국방부로부터 최소한의 도움을 받아 규제 업무를 맡는 방식이다. 대외 신뢰와 군사보안 유지를 절충한 모델이지만 민간기구가 규제 주도권을 가지고 있어 역시 군사 정보 유출 위험이 크다는 한계가 있다.

호주는 민간 규제기구인 외교통상부 산하 비확산청의 책임하에 국방부가 핵 시설과 핵 활동을 실질적으로 규제하는 '군 중심 협력형'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군의 전문성을 활용하고 군사 보안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민간과 군의 개별적인 전문 역량을 연계할 수 있지만, 군이 안전조치를 주도함에 따라 대외 신뢰도가 하락하는 단점이 뒤따른다.

'민군 완전 분리 국방규제형' 규제 체제는 민간과 군을 완전 분리한 상태에서 군의 핵 활동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미국과 프랑스의 모델이 대표적이다. 군의 핵 활동을 독립적으로 규제할 별도 기구가 민간과 완전 분리된 채 핵 인프라를 규제할 수 있어 군사 보안 유출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다만 폐쇄형 구조로 대외 신뢰도가 낮은 것이 단점이다.

최 서기관은 "앞서 언급된 해외의 사례들은 여건이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 비핵보유국인 우리의 핵잠과 관련 시설에 대한 안전조치에 그대로 적용하기에 한계가 있다"라며 "그러므로 제시된 모델 중 하나를 선별해서 그대로 벤치마킹하기보다 우리 핵잠 획득의 특수한 여건과 상황, 안전관리를 위한 제도적 기반과 실정을 충분하고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군사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투명하고 독립적인 감독·관리를 달성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지난달 '핵잠 사업 추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 마련' 연구 용역 발주를 재공고해 한국법제연구원을 연구 수행 기관으로 결정했다. 연구 시한은 오는 8월까지다.

국방부가 설정한 연구 과제는 △방위사업법과 원자력안전법을 비롯한 국내외 법령 분석 △예산 추계 △핵잠 특별법의 산업 시장 파급 효과 △핵 폐기물 처리에 대한 주민 수용성 분석 등이다.

goldenseagul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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