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노란봉투법 시행…기업 경영 변수로 SKT 매각·카카오 다음 사업 매각 노사 갈등 AI 산업 재편 속 '노사 교섭' 핵심
노란봉투법 시행과 함께 산업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에 따른 노동자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고 기업주들이 책임져야 할 고용자 범주를 본사 뿐 아니라 하청 노동자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이로 인해 기업 경영 판단과 사업 재편 과정에서도 노사 갈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으로 기업 간 협력과 구조 개편이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노란봉투법 시행이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시행되는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으로,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보다 폭넓게 보장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기존에는 임금이나 근로시간 등 직접적인 근로조건과 관련된 사안이 주요 노동쟁의 대상이었으나, 개정안 시행 이후에는 기업의 경영상 의사결정이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칠 경우도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기업 인수합병(M&A)이나 사업 구조 개편, 해외 이전 등 주요 경영 판단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최근 기업 구조 개편 과정에서 노조 반발이 이어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SK텔레콤은 홈쇼핑 자회사 SK스토아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조가 반발하며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노조는 매각이 고용 안정과 노동조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고용 승계 등을 통해 직원들의 고용 안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관련한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는 포털 '다음' 사업 구조 개편을 단행하면서 AI 기업 업스테이지와 협력을 논의 중이다. 지난 1월 말 업스테이지에 다음 운영사 AXZ 지분을 넘기고, 업스테이지 일정 지분을 취득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AXZ 노조는 사업 구조 변화가 직원들의 고용과 근로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회사 측에 협의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월 27일 과천정부종합청사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앞에서 SK브로드밴드 노조 SK스토아 지부 조합원 및 SK그룹 주요 계열사 노조가 모인 가운데 회사 매각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제공=SK브로드밴드 노조
기업들은 스타트업 인수나 사업 분할, 지분 교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다른 기업과 협력을 추진하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조직 구조나 고용 체계가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조 측에서 반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기업의 경영상 판단을 둔 노사 갈등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 산업을 중심으로 기업 간 협력과 인수합병이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확대될 경우 구조 개편이나 투자 결정이 지연될 수 있는 실정이다.
노란봉투법상 경영상 판단에 노조의 사전 동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 실제 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경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부 반발은 외부에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 기업이 꺼리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노사 갈등을 줄이기 위해선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대표와 충분히 협의하는 방식의 경영 판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그동안 투자 결정 같은 문제는 경영권의 고유 영역으로 보고 노사 협상 의제가 아니라고 제약해 왔다"며 "이번 노조법 개정에는 근로자의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영 결정도 노사 교섭 의제로 다뤄질 수 있다는 취지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은 공동결정 제도와 작업장 평의회가 제도화돼 있어 AI 도입과 같은 주요 경영 결정도 근로자 대표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속에서 협의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에서도 기업이 노동조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릴 때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대표와 보다 성실하게 협의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경영 판단이 일방적으로 추진될 경우 노동조합의 반발로 이어지고 분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갈등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업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