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SK하닉 오늘은 꼭 올라야 해요”…속타는 ‘빚투’ 개미의 하소연 [주형연의 에구머니]

<글쓴이주> ‘돈’은 우리 삶과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편리한 도구, 거래 수단일 뿐이지만 돈에 울고 웃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마냥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 ‘돈’에 대한 허물이 벗겨지는 순간 경제에 대한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돈과 관련된 다양한 사례들이 쏟아지는 사회, 돈에 얽힌 각종 이야기와 함께 경제 이슈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빚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올인 추격 매수했는데…. 오늘은 제발 올라야 합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 A씨가 지난 9일 기자에게 전화로 호소한 하소연이다. 짧은 통화 속에는 절박감이 배어 나왔다.
A 씨 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빚투’(빚내서 투자)로 베팅한 개인 투자자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최근 글로벌 악재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레버리지 투자자들의 부담이 한층 커졌다. 향후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가 단기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간밤 미국 뉴욕시장에서 3대 지수가 일제히 반등한 것은 일단 위안거리다. 오늘은 한국 시장도 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우지수는 0.5%, S&P지수는 0.83% 각각 올랐고 나스닥지수는 1.83% 뛰었다.
주요 국들의 비축유 방출 가능성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종료 임박 발언이 나왔다. 이에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주가는 상승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7.81% 급락하며 17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 역시 9.52%가 하락하며 83만6000원까지 떨어졌다. 미국 기술주 약세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한 영향이다. 반도체 대표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동반 급락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빚투다. 주가 조정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들은 두 종목을 대거 매수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사흘간 개인 투자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약 5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도에 나서는 동안 개인 투자자들이 하락장에서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다. 이중 상당수가 신용거래나 레버리지 상품을 활용한 투자로 알려지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3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갈아치웠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이다. 이란 전쟁이 증시에 처음 영향을 줬던 지난 3일부터 변동성 장세가 지속됐던 사흘간 이 잔고는 매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위탁매매 미수금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초단기 빚투로 분류되는 이 미수금은 지난 5일 2조1487억원으로 전쟁 발발 이전보다 배가 급증했다. 이 거래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2거래일 안에 대금을 갚아야 하지만, 이를 갚지 못하면 3거래일째 주식이 강제로 매각된다. 지난 6일에는 2조983억원으로 소폭 줄어들었지만, 당일 반대매매로 나간 주식은 824억원에 달했다. 전쟁 여파로 증시가 지난 3~4일 폭락했던 바로 다음날인 5일 776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코스피가 6000선을 돌파하면서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이 이후 급락장에서 증거금이 부족해져 강제 처분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련 2배 레버리지 ETF에도 자금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 반등에 베팅하는 공격적인 투자 전략이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변동성 확대를 경고하면서도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HBM 시장 성장으로 두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두 회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최대 37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레버리지 투자자들에게는 ‘하루의 방향성’이 중요해졌다고 조언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상 최대 수준까지 상승한 신용잔고는 시차를 두고 반대매매로 돌아올 수 있어 분명 부담 요인이다”며 “특히 신용거래 투자자는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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