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복귀 반대’ 결의문 채택…노선 전환 선언

황재승 기자 2026. 3. 10.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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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의원총회서 의원 106명 전원 명의…오세훈 “다행스럽다”
▲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명확히 거부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며 당 노선 전환을 공식화했다.

국민의힘은 9일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소속 의원 106명 전원 명의로 된 결의문을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요구하는 일체의 주장에 명확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의문 채택은 6·3 지방선거를 3개월 가까이 앞둔 시점에서 이뤄져 당의 향후 행보에 주목이 쏠린다.

이날 의총은 서울시장 선거의 당내 유력 후보로 꼽혀온 오세훈 시장이 당 노선 변경을 선결 조건으로 내걸며 공천 미신청이라는 초강수를 둔 가운데 열렸다. 70여명이 참석한 의총에서는 그간 공개 발언을 하지 않던 중진들도 2시간 넘게 진행된 토론에서 선거 참패 위기감을 드러내며 '절윤(윤석열과의 절연)'과 '계엄 반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잇따라 밝혔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3시께 열린 의총에서 "오늘 제 발언이 마지막 정치적 발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당의 노선과 운영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국민의힘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라며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의 명확한 사과와 반성 입장을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밝힐 것을 제안했다.

국민의힘은 의총 후 윤 전 대통령의 정치 복귀에 대한 명백한 반대와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반성 등의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1시간여 동안 자구 수정 논의를 거쳐 '국민의힘 의원 전원' 명의로 결의문을 냈으며, 송 원내대표가 장동혁 대표를 포함한 참석 의원 전원이 기립한 가운데 의총장에서 결의문을 낭독했다.

결의문은 "잘못된 12·3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큰 혼란과 실망을 드린 데 대해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으로 사과드린다"며 운을 뗐다. 이어 "대한민국도, 국민의힘도 결코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다"며 "국민의힘은 다시 태어난다는 자세로 국민과 함께 결연히 미래로 전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당은 내부 갈등 해소 의지도 분명히 했다. 결의문은 "당내 구성원 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모든 행동과 발언을 중단하고 대통합에 나서겠다"며 "당의 전열을 흐트러뜨리고, 당을 과거의 프레임에 옭아매는 일체의 언행을 끊어내겠다"고 밝혔다.

정치적 대응 방향도 제시됐다. 결의문은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권의 반헌법적 폭주에 대항하기 위해 자유민주주의 수호, 사법 파괴 저지, 헌법 가치 존중에 동의하는 모든 국민과 연대하겠다"며 "다가오는 6·3 지방선거에서 꼭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결의문 낭독 후 기자들과 만나 "장 대표를 비롯해 참석하신 모든 의원이 동의하는 내용으로 결의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이 있었고 공통 분모를 잡아 결의안을 만들 때까지 장 대표가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했다"고 덧붙였다.

의총에서 제기된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취소 요구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나왔는데 최종적으로 합의된 내용만 결의안에 담았다"며 "최고위원회 의결이 필요한 부분도 있고 당 대표가 더 숙고해야 할 부분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결의안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서는 신성범·성일종·조경태·윤상현 의원을 시작으로 중진들이 잇따라 발언대에 나와 송 원내대표 주장에 힘을 실었다. 장동혁 대표는 의총장 맨 앞줄에 앉아 의원들의 발언을 메모하며 경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6선 조경태 의원은 의총장 밖에서 기자들에게 "지난번부터 계속 얘기했던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뺄셈의 정치'를 하는 것이 대단히 잘못됐다고 발언했다"며 "통합의 리더십을 보이기 위해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철회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당내 개혁 성향 모임 '대안과 미래' 멤버인 권영진 의원은 "영남과 수도권 관계 없이 다들 '이대로는 선거 못 치른다', '우리 당 후보가 국민의힘 로고의 옷을 입고 밖에 나가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오늘은 말씀 안 하던 중진들이 나와서 얘기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수도권 5선 윤상현 의원은 "어제 오 시장의 행보는 돌출 행보라기보다 당이 변화를 위해 몸부림쳐야 한다는 전략적 시그널을 준 것이다. 비난만 할 게 아니라 의원들이 답을 제시해야 할 때"라며 서울시장 후보 등록 기간 연장을 요구했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 국민의힘이 당 노선을 논의하는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윤 어게인' 반대 등의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한 9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중구 한 식당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당 노선 변경을 촉구하며 지방선거 후보 등록을 보류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저녁 국민의힘 소속 서울 자치구 구청장, 서울시의회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결의문 채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오 시장은 "수도권에서 도저히 선거를 치르기가 어려울 정도로 민심이 우리 당에는 적대적이었다"며 "계엄을 둘러싼 우리 당의 명확한 입장 표명, 그리고 절윤을 실천으로 옮기지 않는 당 지도부의 노선 때문에 많은 국민이 우리 당의 진로에 대해 걱정하시고 지지를 철회하는 일들이 생겨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마음을 담아서 이번에 마지막으로 공천 신청 전에 당의 입장이 정리될 것을 간절하게 바랐다"며 "그 바람이 오늘 의원총회의 결의문 채택으로 이어져서 참으로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오늘 의원총회를 통해 의원들이 당 노선 정상화에 나선 것을 다행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