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달집 태우다 산불 날라… 행사 자제 목소리

명민준 기자 2026. 3. 10.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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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집의 불꽃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시민들과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매년 정월대보름이 찾아오는 늦겨울이나 초봄쯤에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산불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달집태우기 행사를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달집태우기 행사는 물과 가까운 하천 둔치 등에서 소방장비 등 대응체계가 마련된 가운데 진행하지만 전문가들은 불씨가 인근 산으로 날아가면 충분히 산불을 일으킬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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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군 등 경북 곳곳서 달집태우기
건조한 날씨에 매년 화재 위험 증가
관람객 “상상한 것보다 불길 거세”
논밭 태우기 등 모방행위 우려도
3일 경북 청도군 청도천 둔치에서 정월대보름 맞이 달집태우기 행사가 열리고 있다. 청도군 제공
“달집의 불꽃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3일 오후 경북 청도군 청도천 둔치에서는 정월대보름을 맞아 ‘정월대보름 민속한마당’이 열린 가운데 김하수 청도군수가 중앙무대에 올라 축사를 하고 있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달집태우기였다. 청도군은 약 2주 전부터 전국 최대 규모의 달집태우기 행사를 연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이로 인해 행사장에는 일찌감치 구름 인파가 몰린 상태였다. 군에 따르면 이날 1만5000여 명의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았다고 한다.

음력 1월 15일인 정월대보름은 둥근 보름달을 보며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이다. 예부터 오곡밥 등을 먹고 부럼을 깨며 가족의 건강을 빌었다. 특히 짚이나 나뭇가지를 쌓아 만든 달집을 불로 태우는 달집태우기는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면서 마음속 근심과 부정을 하늘로 날려버리는 대표적인 세시풍속으로 알려졌다.

이날 청도군이 준비한 달집은 한눈에 봐도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매년 거대한 달집을 불태워 왔는데 올해도 높이 20m, 폭 10여 m 크기에 달했다. 초대형 달집에 불이 붙어 나뭇가지 더미가 불타오르는 순간 관람객들은 탄성을 연발했다. 이들은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는가 하면 두 손을 모아 소원을 빌기도 했다. 행사장에서 직선거리로 약 700여 m∼1.5km 떨어진 곳에는 야산과 남산 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날 청도군을 비롯해 대구 경북 지역 곳곳에서는 각 지자체가 크고 작은 달집태우기 행사를 열었지만 화재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시민들과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매년 정월대보름이 찾아오는 늦겨울이나 초봄쯤에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산불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달집태우기 행사를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공개한 ‘재난안전 분석결과 및 중점관리 대상 재난안전사고’에 따르면 최근 10년(2015∼2024년) 동안 2, 3월 평균 산불 발생 건수는 212건으로 연간 평균 546건의 38%에 달했다. 지난해에도 전체 산불 발생 459건의 48%인 220건이 2, 3월에 집중됐다. 내년 정월대보름도 산불이 잦은 2월(21일)에 맞이한다.

달집태우기 행사는 물과 가까운 하천 둔치 등에서 소방장비 등 대응체계가 마련된 가운데 진행하지만 전문가들은 불씨가 인근 산으로 날아가면 충분히 산불을 일으킬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게다가 주민들이 지자체의 달집태우기 행사를 보고 논밭 태우기 등 모방행위에 나설 경우 인근 산으로 번져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달집태우기 행사장에서 만난 김모 씨는 “상상했던 것보다 불길이 거세 보인다. 불똥이 멀리 산까지 날아가면 큰일 날 것 같다는 걱정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지역의 한 소방대원은 “과거에는 산에 있는 나무뿐 아니라 낙엽도 아궁이 불쏘시개로 많이들 이용해 지금처럼 낙엽 퇴적층도 깊지 않아 달집태우기나 논밭 태우기를 해도 산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었을 것”이라며 “논밭 태우기가 해충 없애기 효과도 적다는 농촌진흥청 연구결과도 있고, 매년 늦겨울과 초봄마다 산불 위험이 매우 커지고 있는 만큼 각 지자체에서 솔선수범해 달집태우기 행사를 자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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