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5편' 유해진 "내가 울컥하면 박지훈도 그렁…왕사남, 기억에 남을 작품"
주조연 출연작 5번째 천만영화, 평균 관객 300만 명
팬데믹 침체기에도 흥행가도, 최고 인기배우로 등극

“제 연기는 항상 똑같습니다. 다르지 않아요. 그냥 유해진일 뿐입니다.”
지난 6일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를 ‘1,000만 영화’ 대열에 올려 놓은 배우 유해진은 개봉 직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매번 새로운 캐릭터로 관객을 사로잡는 배우가 예의를 갖춰 하는 겸손의 표현일까. “제가 완전히 다른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제 가장 큰 목표는 이야기 속에 잘 녹아드는 겁니다. 그리고 대사를 내 것으로 만들기. 그런 게 쌓이다 보면 영화가 완성되는 것이죠.”
‘왕사남’ 개봉 후 실제로 유해진의 연기를 두고 늘 봐 왔던 익숙한 연기라는 평도 종종 있지만 그의 말처럼 작품에 담긴 이야기와 그로 인한 미묘한 차이가 그의 연기를 다르게 만든다. 이야기 속에 관객을 몰입시키는 힘도 거기에서 나온다. 그가 작품에 얼마나 녹아드는지는 ‘왕사남’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한 단종(박지훈)의 마지막 장면이 여실히 보여준다.
장항준 감독은 “현장에서도 유해진은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고 끝까지 파고드는 모습이 놀라울 정도였다”면서 “촬영을 하지 않을 때도 울고, 분장을 받으며 준비할 때도 울고, 시사 상영 때도 거의 오열할 정도로 몰입했다”고 했다. 유해진은 촬영을 마친 지 한참 지난 뒤인 인터뷰 당시에도 그 장면에 대해 이야기하며 다시 눈물을 터트리며 “’왕사남’은 제가 출연한 여러 영화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을 작품”이라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유해진의 ‘하드 캐리(월등한 활약)’ 덕에 ‘왕사남’은 1,000만을 찍고도 지난 7, 8일 주말 이틀간 145만 관객을 더 모으며 사극 최고 흥행작이자 역대 국내 개봉작 최고 흥행작인 ‘명량’의 기록(1,761만 명)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1,000만 명 도달 시점에서도 흥행 상승곡선이 꺾이지 않아 1,500만 명 돌파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것이 영화계 관측이다. 2005년 ‘왕의 남자’로 처음 1,000만 흥행을 맛본 그는 ‘베테랑’(2015), ‘택시운전사’(2017), ‘파묘’(2024)에 이어 이번에 다섯 번째 1,000만 기록을 썼다.


1,000만 배우 가운데서도 유해진의 존재는 특별하다. 1997년 ‘블랙잭’에서 단역으로 시작해 조연을 거쳐 주연 배우가 됐고, 양아치, 건달, 광대 같은 소시민 캐릭터로 시작해 검사, 기업가, 왕으로 ‘신분상승’을 이뤘으며, 코미디에서 시작해 스릴러, 사극, 로맨스까지 영역을 넓혔다. 어떤 역할이든 그의 변신에 관객은 고개를 끄덕인다. 지난 30년간 주·조연으로 출연한 영화로 모은 관객 수만 약 1억7,000만 명. 편당 평균 관객 수가 300만 명이 넘으니 ‘믿고 보는 배우’ ‘흥행보증수표’라는 표현이 전혀 지나치지 않다.
유해진의 진가는 팬데믹 이후 다시 확인됐다. 한국영화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범죄도시’ 시리즈의 마동석과 함께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022년 현빈과 호흡을 맞춘 ‘공조2: 인터내셔날’이 698만 명을, 데뷔 후 처음 왕(조선 인조)을 연기한 ‘올빼미’가 332만 명을 모았고, 2024년 ‘파묘’(1,191만 명)와 지난해 ‘야당’(337만 명)까지 잇달아 히트시키며 침몰하는 한국영화를 구했다.

‘왕사남’은 유해진 연기의 완결편이라 할 만하다. ‘국사책을 찢고 나온 남자’라는 말을 듣는 그는 강원 영월 광천골 촌장 엄흥도 역을 맡아 특유의 능청스러우면서도 익살스러운 인물로 웃음을 자아낸 뒤 절절한 연기로 자연스럽게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유해진과 박지훈의 화학작용도 흥행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유해진은 “박지훈은 작품에 대해, 살아 온 삶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며 천천히 스며든 친구”라면서 “대사를 주고받다가 갑자기 울컥한 감정이 들어 쳐다보면 박지훈도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다든지 하는 식으로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무척 좋았다”고 했다. 극 중 엄흥도가 강가에 쪼그리고 앉아 물장난을 하는 단종을 바라보는 장면도 평소 박지훈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한 유해진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유해진은 대다수의 감독들이 함께하고 싶어 하는 배우 중 하나다. 앞서 ‘파묘’를 함께했던 장재현 감독은 그를 가리켜 “기가 막힌 연기 장인”이라면서 “과하지 않게 적당하게 연기할 줄 아는, 국내에서 연기를 제일 잘하는 배우 같다”고 말했다. 유해진의 차기작은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로 박해일 이민호와 지난해 말 촬영을 마쳤다.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작품이다. 유해진은 사건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중부서 경감 역을 맡았다. 허 감독은 “유해진이 몰입도 높은 연기로 강렬한 감정을 표현해 줬다”며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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