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90달러대로 진정…뉴욕증시 낙폭 축소
달러 강세도 일부 완화…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
반도체주 상승에 나스닥 장중 반등

(뉴욕=머니투데이방송) 염현석 특파원 = 국제유가가 장중 급등 이후 90달러대로 내려오며 다소 진정세를 보이자 뉴욕증시도 낙폭을 줄였다. 유가 상승세가 완화되면서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강세가 일부 진정되는 모습이다.
9일(현지시간) 오후 1시50분 기준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장중 약 90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가 낙폭을 줄이며 약 500포인트 안팎 하락세를 보였다.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 역시 장 초반 각각 약 1.5% 가까이 떨어졌지만 이후 낙폭을 크게 줄였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반등으로 나스닥 지수는 장중 상승 전환하기도 했다.
증시가 안정을 찾은 것은 국제유가 상승세가 일부 진정된 영향이 컸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장중 한때 배럴당 119달러까지 치솟으며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 선을 돌파했다. 그러나 이후 상승폭을 줄이며 약 90달러대 중반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도 유가 움직임에 따라 달러 흐름이 영향을 받고 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DXY)는 약 99선 부근에서 움직이며 장중 상승폭을 일부 줄였다. 원·달러 환율 역시 상승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현재 환율이 달러당 약 1480원대 안팎에서 등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상승이 둔화되면서 달러의 안전자산 수요도 일부 완화된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국제유가는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급등했다. 이란과 미국 간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히 이라크의 원유 생산이 최대 70% 감소했다는 보도와 쿠웨이트의 감산 소식이 전해지며 공급 불안이 확대됐다.
다만 주요국이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가 상승세는 다소 완화됐다. 주요 7개국(G7) 에너지 장관들은 원유 공급 차질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비축유 방출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실제 비축유 방출이 결정될 경우 단기적으로 공급이 늘어나 유가 상승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증시에서는 반도체주가 상승하며 시장 낙폭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 브로드컴 주가는 3% 이상 상승했고 마이크론과 AMD는 각각 약 2% 올랐다. 엔비디아 역시 1% 안팎 상승하며 기술주 투자 심리를 지지했다.
하지만 시장의 긴장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월가에서는 국제유가가 다시 100달러 위로 올라 장기간 유지될 경우 인플레이션 상승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장중 30선을 돌파하며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경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호르무즈 해협 상황과 주요국의 비축유 방출 여부가 국제유가와 금융시장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유가가 다시 100달러 위로 올라설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염현석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