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상향 평준화된 男복식 싹쓸이…김원호·서승재를 세계 최고로 만든 0.2초의 마법
결승서 아론 치아·소위익 제압
작년부터 호흡 맞춰 13번 정상
올핸 우승 확률 100% 이어가
상대보다 빠른 반응이 큰 역할
벽치기 만번 넘게한 결실 맺어
이전보다 높은 위치에서 공격
수비 땐 상대 준비 전에 넘겨
올해 AG·LA 올림픽 金 정조준

두 선수는 9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 유틸리타 아레나에서 열린 전영오픈 남자 복식 결승에서 아론 치아-소위익(말레이시아) 조를 2대1(18-21 21-12 21-19)로 제압했다. 작년 7월부터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두 선수는 40년 만에 전영오픈 남자 복식 2연패를 달성한 한국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전영오픈은 올림픽, 세계선수권 등과 함께 배드민턴 선수라면 누구나 우승하고 싶어하는 최고 권위의 대회다. 김원호와 서승재에 앞서 이 대회 남자 복식 2연패(1985년·1986년)에 성공한 건 박주봉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김문수 팀이 유일하다.
결과는 우승이었지만 과정은 험난했다. 1세트를 내준 김원호와 서승재는 2세트를 승리로 장식해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3세트에서 7대12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어졌다.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연이어 점수를 따내야 하는 상황. 서로를 마주보는 두 선수의 눈빛이 번뜩였다. 반드시 역전에 성공하겠다는 비장함이 감돌았던 김원호와 서승재는 차근차근 점수를 추가해 우승을 확정했다.
김원호와 서승재의 이번 우승이 더욱 대단한 이유는 상대 팀들의 집중 견제를 이겨냈기 때문이다. 남자 복식은 5개로 나뉘어 진행되는 배드민턴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종목이다. 선수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돼 어떤 팀이 우승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지난해 1월부터 호흡을 맞추고 있는 두 선수는 19개 대회에서 13번 정상에 올라 우승 확률 76.47%를 기록 중이다. 올해는 전영 오픈과 말레이시아 오픈을 제패해 우승 확률 100%를 이어가고 있다.
두 선수가 배드민턴 남자 복식계의 춘추전국시대를 종결시킨 비결은 상대 선수들보다 0.2초 빠른 공격·수비다. 아주 사소해보이는 변화지만 결과는 엄청났다. 김원호와 서승재는 공격 상황에서 이전보다 높은 위치에서 스매싱 등을 구사해 많은 점수를 따냈다. 또 수비시에는 상대 선수들이 준비가 안 됐을 때 셔틀콕을 넘기는 강력한 수비력을 구축했다.

반응 속도를 높이기 위해 김원호와 서승재는 1년 넘게 피나는 노력을 했다. 가장 효과를 본 훈련은 수만 번 넘게 한 벽치기다. 주니어 선수들이 주로 하는 운동이지만 두 선수는 점심 시간 또는 야간에 따로 시간을 내 벽면에 셔틀콕을 치는 벽치기를 꾸준히 했다.
김 갈독은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준결승은 커녕 8강에서 탈락할 수 있는 게 남자 복식이다. 김원호와 서승재가 세계 최고가 되는 데 노력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두 선수는 우승한 다음날에도 훈련장과 체육관에 나올 정도로 성실함이 몸에 배여 있다”고 칭찬했다.
상대 흐름을 끊는 노련한 경기 운영도 김원호와 서승재를 세계 최고로 만들었다. 작년부터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주봉 감독은 “남자 복식 선수들은 대부분 힘을 앞세워 경기한다. 그러나 김원호와 서승재는 강약 조절을 하면서 분위기를 가져온다. 네트 플레이 등 수비가 좋은 오른손잡이 김원호와 스매싱 등 후위 공격인 강점인 왼손잡이 서승재가 한 팀을 이뤄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각 상황에 맞춰 플레이를 하는 데 혼합 복식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김원호는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김나은과 함께 혼합 복식 은메달을 따냈다. 서승재는 2023년 코펜하게 세계선수권에서 채유정과 힘을 합쳐 혼합 복식 정상에 오른 바 있다.
박 감독은 “순간적인 판단이 중요한 배드민턴 남자 복식에서 김원호와 서승재가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가 다양한 경험”이라며 “서로의 호흡이 더욱 좋아지고 약점까지 보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김동문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과 박 감독이 취임한 뒤 달라진 대표팀 훈련 체계와 분위기도 선수들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24년까지만 해도 7명이었던 코치진은 9명으로 늘었다. 또 각 종목별로 상위권과 중·하위권 선수를 나눠 코치진이 담당하는 책임제 훈련을 도입했다.
박 감독의 “시간만 때우는 훈련은 하지 않는다”는 지론대로 선수들은 확실한 목표를 갖고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여기에 개인 후원이 허용되면서 선수들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동기부여를 느끼고 있다. 김원호와 서승재는 지난해 요넥스와 각각 연간 15억원, 22억원 규모로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1년 넘게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김원호와 서승재는 올해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과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두 선수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게 정말 많다. 지난해 1월 처음 팀이 결성됐을 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반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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