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AI·로봇 혁명과 일자리 소멸… 사회 시스템 재설계를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사무총장 2026. 3. 9.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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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을 현장에 투입할 때
勞使는 ‘신규 채용 축소’와
‘재직자 정년 보장' 맞교환
지식·신체 노동 대체하면
청년 취업문 더 좁아질 것
사회적 논의 시급하다
현대차그룹이 CES2026에서 공개한 아틀라스/현대차그룹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길을 걷다가, 모임에 참여하다가 문득 생각에 빠져들곤 한다. 저 사람의 직업과 일자리는 언제쯤 AI·로봇으로 대체될까? 저 아이들은 기업의 신입 직원 채용 절차를 경험이나 할 수 있을까? 머지않아 닥칠 미래라 골똘히 생각하게 된다.

매년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CES는 과학기술의 최전선을 보여주는 박람회다. 올해 CES는 대한민국에 자부심을 안겼다. 주역은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였다. 인간에 근접한 자연스러운 보행과 360도 회전 관절로 찬사를 받았고, 아틀라스는 ‘CES 2026 최고의 로봇’으로 선정됐다. 현대자동차 주가는 뛰었고, 현대차그룹 이미지가 자동차에서 로봇으로 바뀌었다는 우스개가 떠돌았다. 뿌듯한 파장이었다.

거기까지면 좋겠으나, AI·로봇의 진화에는 심각한 사회적 고민이 내장돼 있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를 생산 현장에 투입할 계획인데,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의 로봇도 국내 생산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고 맞불을 놨다. 그러자 노조를 향해 이재명 대통령은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고 했다.

AI·로봇 경쟁은 공상과학 취미 경쟁이 아니다. 기업 이윤과 흥망, 국가 경제와 안보가 걸린 전방위 산업 전쟁이다. AI·로봇이 창출할 이윤과 산업 지배력을 놓고 천문학적 개발비를 투자하며 겨루는 기업의 세계적 경쟁은 한참 전부터 사활 단계에 들어섰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 패권을 걸고 국가 총력을 쏟아붓고 있다. 뒤질세라 한국·독일·일본·대만·영국·스웨덴 등 웬만한 국가는 전부 뛰어들었다. 세계 최고 두뇌 수십만 명은 탁월한 연구·개발자라는 명예와 성취감, 높은 소득, 또는 애국심을 걸고 분초를 다투며 경쟁한다. 1년 전의 기술력이 구닥다리 취급을 받을 정도로 AI·로봇이 무서운 속도로 진화하는 이유다. AI·로봇이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흐름은 막을 수 없다.

한편에서는 노조의 영웅적 투쟁을 기대하고, 한편에서는 심각한 노사 갈등을 우려한다. 39년째 노동운동에 몸담으며 현장에서 부대끼고 관찰한 바에 의하면, 투쟁 기대는 난망이고 갈등 우려는 기우다. 아틀라스에 못 미치지만, 이미 상당수 로봇이 현대차 등 국내 생산 현장에 투입돼 인간 노동을 보완·대체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2024년 산업용 로봇 설치 대수에서 중국·일본·미국에 이어 세계 4위이며, 노동자 1만명당 로봇 수를 가리키는 로봇 밀도는 세계 1위다. 로봇을 투입할 때 경영진은 해고를 강행하지 않았고, 노조는 파업으로 맞서지 않았다. ‘로봇 투입 및 신규 채용 축소’를 ‘재직자 정년 보장 및 임금 인상’과 맞교환하며 상생했다. 공장의 생산 직원 숫자는 줄어드는데도 생산량이 늘어나는 마법의 비밀이다. 청년의 취업 문이 좁아진 배경이다.

노조의 투박한 말투 및 사회적 선입견과 다르게, 현대자동차는 상생의 노사 관계를 구축해 왔다. 정말이냐며 다들 놀랄 텐데, 벌써 25년 전부터 상생 관계로 전환했다. 현대차가 세계 빅3로 도약하는 데 쏠쏠하게 기여한 무형의 자산이었다. 규모와 속도 조절 과정을 거치겠지만, 아틀라스 등 한국 로봇은 현대차뿐 아니라 국내 모든 생산 현장에 투입될 것이다. 만약 한국 로봇이 투입되지 않으면 AI 챗GPT나 제미나이처럼 해외 로봇이 대신할 것이다. 그 상황은 대한민국 기업과 국가 경쟁력이 추락했다는 최악의 징표겠으나, 그래도 각 기업은 생존을 위해 로봇의 대량 투입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AI는 사무·전문·연구직 등 지식 노동의 일자리 총량을 줄이고, 로봇은 제조·건설·농수산 등 신체 노동의 총량을 줄일 것이다. 문제는 일자리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청소년·아동이다. 특히 아동이 성장해 취업할 나이가 되면 수백만 일자리가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AI·로봇으로 인한 일자리 대폭 축소는 대한민국 다수 구성원에게 노동 소득이 없고 세금도 낼 수 없으며 기업 생산물이 소비되지 않아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할 수 있다. 소득·의료·연금·세금 등 사회 시스템의 총체적 재설계가 시급하다. 일자리 배제의 불운을 노동 해방의 행운으로 전환할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일자리 소멸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닥칠 수 있다. 노사정과 각계각층이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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