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등판→2이닝 1K 무실점…위기의 한국 야구 구한 ‘백전노장’ 노경은의 28구 역투 [WBC]
14세기 나관중이 지은 역사 소설 삼국지 연의의 명장 중 하나인 ‘노장’ 황충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그야말로 베테랑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준 쾌투였다. 1984년생 베테랑 노경은(SSG랜더스)이 위기에 몰렸던 한국 야구를 구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조별리그) C조 최종전에서 데이브 닐슨 감독의 호주를 7-2로 격파했다.
이로써 호주, 대만 등과 함께 2승 2패를 기록한 한국은 ‘최소 실점률’에서 앞서며 2위로 2라운드 막차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이 WBC 2라운드에 진출한 것은 지난 2009년 대회 이후 17년 만이다. 2006년 초대 대회 4강 진출, 2009년 대회 준우승을 거뒀던 한국은 2013년, 2017년, 2023년 모두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은 바 있다.


한국이 이날 최소 실점률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5점 차 이상, 2실점 이하 승전보를 적어내야 했다. 1~3차전에서 흔들렸던 투수진의 분발이 필요했던 상황. 이런 와중에 노경은은 예상치 못하게 한국이 2-0으로 근소히 앞서던 2회말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선발이었던 손주영(LG 트윈스)이 팔꿈치 통증을 호소한 까닭이다.
흔들릴 수도 있었으나, 노경은은 침착했다. 선두타자 로비 글렌디닝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릭슨 윈그로브를 2루수 병살타로 유도했다. 이어 로비 퍼킨스는 투수 직선타로 처리했다.
한국은 3회초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1타점 우중월 적시 2루타와 문보경(LG)의 1타점 중전 적시 2루타로 2점을 더했다. 기세가 오른 노경은은 팀 케넬리를 2루수 땅볼로 막아냈다. 트래비스 바자나를 상대로는 3볼에 몰리기도 했으나, 곧바로 삼진을 뽑아냈다. 이어 커티스 미드는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이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최종 성적은 2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총 투구 수는 28구에 불과했다.

지난 2003년 1차 지명으로 두산 베어스의 부름을 받은 노경은은 이후 롯데 자이언츠를 거친 뒤 2022시즌부터 SSG에서 활약 중인 불펜 자원이다. 통산 638경기(1470이닝)에서 89승 101패 13세이브 121홀드 평균자책점 4.71을 마크했다.
특히 최근 활약이 좋았다. 2023시즌 9승 5패 2세이브 30홀드 평균자책점 3.58을 올렸으며, 2024시즌에는 8승 5패 38홀드 평균자책점 2.90을 작성, 최고령 홀드왕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존재감은 컸다. 3승 6패 3세이브 35홀드 평균자책점 2.14를 찍으며 본인이 앞서 본인이 세웠던 최고령 홀드왕 기록을 경신했다.
이 같은 활약을 발판삼아 노경은은 지난 2013년 대회 이후 13년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고, 이날 역투를 펼치며 위기의 한국 야구를 구했다. 백전노장의 수훈에 힘입은 한국은 이제 미국 마이애미에서 더 높은 곳을 응시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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