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삼간 태울 건가”…대통령 ‘자제령’에도 강경파는 ‘반발’

이재명 대통령은 9일 “필요한 개혁을 하더라도,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며 모두를 개혁 대상으로 몰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법 정부 수정안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여당 내 강경파를 향해 현실적·실질적 개혁을 강조하며 거듭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그러나 여당 내부에선 여전히 강한 검찰개혁론이 이어졌고 박찬운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은 “감정적 접근이 앞서고 있다”며 사퇴했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갈등이 재현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개혁으로 인한 상처와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 검찰개혁이든 노동·경제개혁이든, 언론개혁이든, 법원개혁이든 그 무슨 개혁이든 그래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 7일 “대통령이 되고 집권세력이 되었다고 마음대로 다 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될 것”이라는 글을 올린 데 이어, 여당 내 강경파를 향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신중한 개혁’을 거듭 주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대공소청-고등공소청-지방공소청’으로 이어지는 3단계 구조를 ‘공소청-지방공소청’ 2단계로 바꾸는 것은 동의하지만, 검찰총장 명칭을 공소청장으로 변경하거나 검찰청 검사의 공소청 검사 전환 시 면직 후 재임용 심사를 거치도록 하자는 방안에 대해선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원칙은 분명하다”며 “지금 법안 처리가 안 되면 올해 10월 중수청·공소청 개청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정성호 장관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개혁의 구호는 우리의 것일지 몰라도 형사사법제도는 국민 모두의 것”이라며 “(중수청·공소청 정부 법안 중) 일부 조항을 확대 해석하고 오해해 반개혁으로 몰아가는 일각의 문제 제기는 국민 통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정 장관의 발언은 이재명 대통령이 중수청·공소청 법안을 둘러싼 여당 내 강경파 의원들의 공개 반발에 우려를 표하자 보조를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최근 국회에 제출된 중수청·공소청법 정부안은 지난 2월 민주당 수정 의견도 대폭 반영해 정부 논의를 거쳐 마련된 것”이라며 “우리의 주장을 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피해자의 억울함은 남지 않고 죄는 잠 못 들도록 정교하게 제도를 설계해 나가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과 정 장관의 이날 공개 발언에도 김용민 의원은 정부안 수정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날 유튜브 ‘매불쇼’에 출연해 “현재 법안대로라면 검찰청의 인력과 권한이 그대로 공소청으로 넘어간다”며 “구속영장이나 체포영장 청구 단계부터 지휘하게 된다면 기존 검찰보다 더 강력한 공소청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박찬운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은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폐 등 검찰개혁 논의가 “균형 잡힌 토론보다 감정적 접근이 앞서고 있다”며 자문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여당 내 강경파가 현행 공소청법 문제점 중 하나로 검찰의 우회적 수사 가능성을 언급하며 보완수사권 부여 자체에 비판적 시선을 보내고 있는 데 경계심을 나타낸 것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사퇴 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여당 강경파의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주장에 대해 “과연 감당할 수 있느냐”며 “완전히 폐지하자는 주장은 우리 형사사법 절차를 감내하기 어려운 혼란 속으로 밀어넣을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식으로 검찰개혁을 하면 형사사법체계에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소수자는 아무것도 보호받지 못하는 등 사법제도가 크게 망가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서영지 김채운 최하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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