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리포트] 주요 산업 필수 인력 ① "외국인 노동자 없으면 공장도 농사도 멈춘다"
다양한 비자로 ‘코리안 드림행’
광주·전남서 10년새 2배 증가
제조업·조선업·농업 등 곳곳서
‘값싼 노동력’ 앞세워 공백 메워
기술 변화로 노동수요 변화 전망도

광주·전남 농촌과 공장,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이제 낯선 존재가 아니다. 지역 산업 곳곳이 이들의 노동에 기대고 있지만, 정작 일터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최근 전남 고흥 굴 양식장 노동착취 의혹과 지난해 네팔 출신 노동자 지게차 사건 등 인권침해 논란이 잇따랐고, 산업재해와 사망사고도 반복되고 있다. 권리와 안전을 지킬 장치와 제도 역시 이런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남도일보는 [단독기획] '외국인 노동자 리포트'를 통해 광주·전남 외국인 노동자의 현주소와 이들을 둘러싼 인권침해, 산업재해, 제도적 허점, 정책 공백을 차례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광주·전남 산업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여전히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청년층의 3D 업종 기피가 겹치면서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산업 현장이 돌아가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등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들은 다양한 비자를 통해 국내 취업 자격을 얻는다. 대표적인 것이 비전문취업(E-9) 비자다. 국내 중소 제조업, 건설업, 농어업 등 인력이 부족한 업종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농어촌 일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계절근로(E-8) 비자도 있다. 외국인이 최대 8개월 동안 농사나 어업 작업을 돕는 방식이다. 이 밖에도 전문 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E-7) 비자, 재외동포에게 취업을 허용하는 F-4 비자 등을 통해서도 국내 취업이 가능하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주로 '코리안 드림'을 실현하고자 국내를 찾는다. 고향에서 벌 수 있는 것보다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타향살이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실제 급여도 내국인에 비해 최저임금 수준으로 적은 편으로 전해진다.
광주·전남에서도 외국인 근로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이찬영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와 공동 조사해 지난해 발표한 '광주·전남 지역 외국인 현황과 지역경제 영향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23년 기준 외국인 근로자는 광주 6천명, 전남 2만6천명으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에서 외국인은 국내에 90일 이상 체류한 인원을 의미한다. 10년 전 대비 광주는 비슷하지만 전남은 1만4천여 명이 증가했다.
특히 일손을 구하기 어려운 제조업과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광주에서는 제조업 공단이 밀집한 광산구에서 외국인이 10년 사이 2.4배 증가해 1만2천702명으로 집계됐다. 전남에서는 완도(513명→3천702명), 진도(299명→2천142명), 신안(265명→1천190명) 등 어업 중심 지역에서 증가 폭이 컸다.
배경에는 지방 산업 현장의 심각한 인력난이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 유출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지역 산업은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농어촌이나 제조업, 조선업 등 이른바 '3D 업종'에서는 내국인 구인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이다.
현장의 절박함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1월 실시한 조사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기업의 82.6%가 고용 이유로 '내국인 구인난'을 꼽았다.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든 응답은 13.4%에 그쳤다.
정부와 지자체는 인력 수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비전문취업(E-9) 비자인 고용허가제 규모는 2023년 12만 명, 2024년 16만5천 명, 지난해 13만 명으로 3년 연속 10만 명 대를 기록했다. 올해는 경기 여건과 고용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8만 명으로 줄였다. 이들은 주로 내국인들의 외면을 받는 3D 업종에 투입된다. 2023년 통계청 조사를 살피면 E-9 이주노동자 중 70% 이상이 30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에서 일한다.
계절근로자(E-8)도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광주·전남에 배정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2만1천99명으로, 지난해 전체 배정 규모(1만9천404명)를 이미 넘어섰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처럼 외국인 노동자는 지역 산업을 지탱하는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술 발전과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노동시장 역시 전환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광욱 광주연구원 포용도시연구실장은 "앞으로 5~10년 안에 로봇과 자동화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면 제조업이나 농업 등 일부 분야의 노동 수요 구조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며 "외국인 노동자 정책 역시 현재의 인력난 대응을 넘어 기술 변화와 산업 구조 전환까지 함께 고려해 장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태훈·박건우·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