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동전 최대 희생양은 韓… 장기전땐 ‘믿는 반도체’도 와르르
석화 가동중단… 제품 생산차질
경기침체발 AI 투자 위축 공포
3개월내 종전, IT 성장률 1%p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이후 한국이 최대 희생양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증시는 세계 주요 주식 시장 가운데 가장 가파른 낙폭을 보였고, 주요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당장 석유화학은 이달 내 원유 공급이 정상화 되지 않을 시 공장 가동 중단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고, 원 달러 환율까지 치솟으면서 원재료 수입 원가 부담도 한층 가중됐다.
특히 한국 산업의 버팀목인 반도체마저도 휘청이고 있다. 헬륨·브롬 등 일부 핵심 소재의 중동 의존도가 높은 데다, 에너지 가격과 물류비 상승 가능성까지 겹칠 경우 인공지능(AI) 발(發) 메모리반도체 열풍도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통상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우리나라의 누적 수출액(통관기준) 가운데 반도체 비중은 34.3%에 이른다. 과거 20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당시 반도체 수출 비중이 20% 안팎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15%포인트(p)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9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수입 헬륨의 64.7%는 카타르산으로 집계됐다. 헬륨은 반도체 웨이퍼 냉각에 필수적인 원료로 꼽힌다. 또 식각 공정에 활용되는 원료인 브롬은 97.5%가 이스라엘에서 수입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 시점에서 반도체 경기 호조가 중동발 위기를 막는 완충 역할을 일정 수준 하지만, 중동전이 장기화 될 경우 생산 차질부터 시작해 전체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AI 수요 위축까지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최근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피해가 발생한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에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 지역은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측정·검사 장비를 생산하는 주요 거점으로, 일부 장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에도 공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일단 당장은 충분한 재고를 확보한 만큼 소재나 장비 수급 차질에 따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장기화 시 원가 부담 가중 등의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정부도 중동 지역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관련 원자재와 장비 공급망 점검에 나서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산업통상부는 반도체 측정·검사기기와 브롬·헬륨 등 중동 의존도가 높은 14개 품목을 중심으로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필요할 경우 대체 공급선 확보와 물류 지원 등 맞춤형 대응을 통해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안정화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물류 차질과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가중 등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유가 상승은 해상 운임과 항공 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반도체 장비와 소재 운송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 공정의 경우 대규모 전력과 산업용 가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는 네온가스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반도체 소재 수급 불안이 커진 바 있다.
당시 우크라이나의 희귀가스(네온·크립톤·제논 등) 생산업체 3곳 중 2곳이 생산을 중단했고, 네온 공급량이 줄어들며 중국 업체들이 가격을 5배 가까이 올렸다.

당장 석유화학은 직격탄을 맞아 가동 중단 위기에 처했고, 가전과 자동차, 스마트폰 등의 생산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투자위축까지 더해지면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의 중동 공급 길이 막히면서 석유화학 업체들은 이미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여천NCC 등이 지난 5일을 전후해 일제히 가동률을 낮췄고, 중동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한 달 내에 공장 셧다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플라스틱 등 소재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완제품 생산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저가 석유화학 제품으로 한국 시장을 교란시켰던 중국마저 최근 석유화학의 해외 수출을 자제할 것을 업체에 권고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시장조사업체 ICIS는 “아시아 석유화학 업체들의 나프타 재고는 통상 2~3주 수준에 불과해 공급 차질이 길어질 경우 생산 감소가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침체의 공포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각각 7.81%, 9.52%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증권가에서는 중동 분쟁으로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치솟고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자 국내 증시에서 대장주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 압력이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지난 2일 발간한 ‘중동 전쟁이 해당 지역과 글로벌 IT 지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3개월 내 종전을 전제로 올해 글로벌 IT 성장률이 10%에서 9%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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